‘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1월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 생일상이 차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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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00
여권 티케이 지역 인사가 글 보내와
“6·13 지방선거 티케이 고립 전략은 위험
다른 지역 석권한다는 생각은 오만한 것
보수야당 성지 된 것은 인물 못 세운 탓”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11월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 생일상이 차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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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금오산 벚꽃축제장에서 6·13 지방선거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여는 민주주의로 가는 꽃길이란 제목의 행사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구미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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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당의 면접 심사가 있었다. 그런데 승패를 떠나서 티케이 지역에 대한 여당의 태도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뜨지 않는 후보들만 가지고 ‘하나 마나 뻔한’ 선거를 하려는 것은 무슨 심사인지 모르겠다. ‘부자 몸조심’인지, ‘의도적 무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여당은 ‘티케이에 공들였지만 털끝만큼도 인정받은 게 없다’고 반박할 것이다. 기초단체장 한번 배출하지 못한 ‘묻지 마 투표’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런 심정을 이해할 법도 하다. ‘어차피 먹을 수도 없고, 잃어도 별로 아까울 게 없다’는 정서도 내심에는 있을 것이다.
그동안 티케이 지역 유권자들은 현 여권 인사들에게서 진정성을 보지 못했다. 어떤 정치인은 총선에서 단 일합만 겨루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렸다. 또 어떤 정치인은 ‘지역의 호소’를 외면한 채 지방선거 불출마 고집을 꺾지 않았다.
피케이 지역이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공들였다’는 주장도 민망한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는 차기대선후보급이나 정권 초실세를 내세우면서 유독 티케이에는 패배에 익숙하고 패배를 예감케 하는 약체 인물만 고집해왔다.
현 집권 세력에게 ‘깊이 내재된 비주류 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불평불만은 제대로 된 집권여당의 태도가 아니다. 여당에게 티케이는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내버리기도 아까운’ 계륵만도 못한 것인가? 과거 여러 번의 선거에서 지금의 여당에 표를 줬던 지역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티케이 고립’이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티케이의 선거 결과만 동떨어진 모양새, 즉 자유한국당을 딱 티케이에만 고립시키는 것이 여당의 큰 그림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영남 고립’ 전략은 오만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를 몇십 년 후퇴시키는 매우 악의적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티케이 이외’ 전 지역을 사실상 석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 참으로 오만한 여당이 아닐 수 없다. ‘부자 몸조심’은 결코 공당의 선거 전략일 수 없다. 야당의 지리멸렬로 여당의 승리 전망이 많지만, 그래도 선거는 해 봐야 안다. 어떤 일이든 오만하면 안 되지만, 특히 선거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특정 지역 고립 전략의 시초는 1990년 ‘3당 합당’이라고 할 것이다. 이후 호남 고립은 심화되었고, 총선·대선 등 주요 정치 변곡점마다 영남 대 호남, 또는 호남 대 비호남의 대결이 펼쳐졌다. ‘티케이 고립’ 전략은 서양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처럼 배제와 무시의 ‘지역주의’ 망령을 부활시키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정치에서 30년 만에 ‘지역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은 노무현의 길이 아니다. 노무현은 단순히 ‘호남 배제’에 저항했던 것이 아니라, ‘지역을 기준으로 한’ 배제와 무시를 타파하고자 열망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끝까지 괴롭혔던 ‘호남 차별론’도 노무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티케이 지역 유권자들도 지역 내 건전한 경쟁이 사라지면 지역의 정치·경제적 발전도 물 건너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여야 후보 중에서 고민하는, 제대로 된 선거를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티케이 지역이 ‘보수야당의 성지’처럼 되어 버린 것은 현 집권세력이 그만한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탓도 크다.
티케이는 지금보다 더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 티케이의 역사적·정치적·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후보를 내놓는 것, 상실감·박탈감에 사로잡힌 지역에 여당이 할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여당이 먼저 할 도리를 다할 때, 티케이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기회를 줄 것이다.
과거 여당의 ‘동진정책’에서는 지역에 대한 애정은 없이 정치공학만 있었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통해 티케이를 대한민국 중심에서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고 싶다. 여당의 정치적 상상력이 발휘되기를 바란다. 당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면 강제 징발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결코 어떤 후보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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