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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8 11:38 수정 : 2019.04.18 13:29

박근혜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62

홍문종, 형집행정지 요구하며 “무죄 석방 성스러운 투쟁”
민경욱, “국민통합적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 결단 기대”
황교안, “여성의 몸 감당 어려워···국민의 바람 이뤄지길”
유영하, “국론 분열 막고 국격 향상 위해 전향적 조처를”

자유한국당 주장은 미결구금일수 산입 해석 변경 요청
문재인 대통령에 삼권 분립 침해나 직권남용 하라는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황교안 대표에 반감 드러낸 적 있어
친박세력 붙잡는 정치적 제스처인 듯···실제 석방 땐 손해

박근혜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접수 이후 세 번째 연장된 구속 기간이 만료되면서 4월 17일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신분이 기결수로 바뀐 것을 계기로 석방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7일 구속됐습니다. 국정농단 혐의로 징역 25년, 특활비 상납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이와 별도로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는 4월 16일 친박 홍문종 의원의 기자회견,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으로 시작됐습니다. 4월 17일에는 홍문종 의원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발언, 황교안 대표 발언,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지 신청순으로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지 신청은 자유한국당과 별개라고 자유한국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누가, 어떤 논리로, 누구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지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6일 홍문종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은 너무 길어서 다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기간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너무 길어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형사소송법상 형집행정지로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진정으로 보수우파의 통합을 원한다면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외치는 이 간절한 국민들의 절규에 한 목소리로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운동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고자 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은 성스러운 투쟁임을 선포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석방 운동 동참을 요청한 것입니다. 법적 절차와 정치적 요구를 뒤섞은 주장입니다.

민경욱 대변인은 16일 이런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내일 만료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신분도 미결수에서 기결수 신분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길어지며 건강이 많이 악화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거나 수감되어 있다. 정치적인 배경과 이유를 떠나 이러한 현재의 상황 자체가 국가적 불행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여성의 몸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건강까지 나빠지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수감 생활이 지나치게 가혹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취임사를 통해 분열과 갈등의 정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겠다고 밝혔듯,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적 차원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한 것입니다.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대변인 출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엄연히 자유한국당 대변인입니다. 따라서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은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입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한 것입니다.

다음날인 4월 17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이 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이 만료가 됐다. 2017년 3월 30일 구속 수감돼서 어제부로 인신이 구속된 지 740일이 넘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 개입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수의 색깔도 바뀌고, 노역도 해야 하는 기결수 신분이 된 것이다.

저희 당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서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서 보수 대단결, 보수 대통합을 운운하는데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보수의 지도자로 우리와 함께 정치했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저희 당이 가만히 있는 것은 정치적 도의도 아닐 뿐 아니라, 내년 선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는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이 있었다. 저는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만 해서는 안되고,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후속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황교안 대표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어제 제 입장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이런 적이 없었죠, 오래. 아프시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것을 감안해서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대표는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이 황교안 대표의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의 바람’이라는 간접 화법이긴 하지만, 어쨌든 황교안 대표의 입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가 공식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17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전문은 이렇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 신청

1. 들어가는 말

저는 오늘,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윤석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18노2151호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형(징역 2년)집행정지를 신청하였습니다. 이번 형 집행정지 신청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책임과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2. 신청 이유

가. 건강상의 이유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7. 3. 31.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래 경추 및 요추의 디스크 증세 및 경추부 척수관 협착으로 인하여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수회에 걸쳐 통증 완화 치료를 받아왔으나 전혀 호전이 되지 않고,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 및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과 저림 증상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8. 8.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경추부 척수관 협착 진단을 받은 후, 본 변호인은 대통령께 보석청구 등의 신청을 하겠다고 건의 드렸으나 대통령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 하지만, 그동안 접견을 통해서 살펴본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본 변호인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병증은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더 이상 치료와 수술 시기를 놓친다면 큰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국민통합

-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 3. 31. 구속된 후 현재까지 2년이 넘는 기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에 있습니다.

- 박 전 대통령께서 모든 재판에 불출석 하신 것은 재임 중 일어난 잘잘못은 역사적 평가에 맡기고 자신이 이를 모두 안고 가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수감기간 중 단 한 명의 정치인을 만난 적이 없으며 가족 접견까지 거부하셨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인해 이미 정치인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정치인과 자연인 박근혜로서의 삶의 의미를 모두 잃었습니다.

- 무엇보다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인 책임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이 완료된 이후 국민들의 뜻에 따라 물으면 될 것입니다.

3. 결어

지난 2년이 넘는 구금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척추질환으로 인한 통증으로 정상적인 숙면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려왔으나, 전직 대통령의 신분임을 감안하여 초인적으로 이를 감내하여 왔습니다.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부가 고령의 전직 여성 대통령에게 병증으로 인한 고통까지 계속해서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일 뿐만 아니라 기 사법처리 되었던 전직 대통령 등과 비교해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 유독 가혹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극단적인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통합을 통한 국격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치를 바랍니다.

2019. 4. 17.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변호사 유영하

형식은 건강상의 이유로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을 하면서도, 내용을 살펴보면 엉뚱하게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즉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입니다.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지 신청은 자유한국당과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의 요구는 법무부가 무죄추정원칙에 따른 미결구금일수 산입 해석을 지금과 달리해서 그냥 석방하라는 것입니다.

미결구금일수 산입 해석은 단순히 법무부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해야 할 정도로 고도의 사법적인 영역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자유한국당의 요구는 행정부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삼권 분립 원칙을 훼손하라는 무리한 주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미결구금일수 산입 해석에 따른 석방 요구나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지 신청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요?

첫째, 자유한국당의 석방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법무부에 형사소송법에 대한 무리한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둘째, 유영하 변호사의 형집행정치 신청은 법리상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471조(자유형집행의 정지)

①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1.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2. 연령 70세 이상인 때

3.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4.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5.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6.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7.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② 검사가 전항의 지휘를 함에는 소속 고등검찰청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제471조의2(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

① 제471조 제1항 제1호의 형집행정지 및 그 연장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각 지방검찰청에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이하 이 조에서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학계, 법조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 등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③ 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해당하는 것은 471조 1항 1호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입니다. 그렇다면 검사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서울중앙지검장의 허가를 거쳐 형집행정지를 결정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현재 건강상태는 유영하 변호사의 주장과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형집행정지를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 않고 운동도 정상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매일 아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보고받고 있습니다.

미결구금일수 산입 계산을 달리한 석방이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한 형집행정지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풀려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깁니다.

자유한국당의 요구대로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직접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를 저지르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르면 탄핵을 당하거나 퇴임 이후에 형사소추를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자유한국당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요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황교안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지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27 전당대회를 계기로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포함한 극보수 성향 유권자와 지지자들을 대거 끌어들인 상태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로 내부 갈등이라도 일으키면 내년 총선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기자회견에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참석자들이 관련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당내 친박세력을 향해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를 ‘나이 많은 전직 여성 대통령을 오랫동안 감옥에 가둬두고 있는 잔인한 정권’ 프레임에 가두고 계속 두들겨 팰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덤’이겠지요.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자꾸 ‘여성의 몸’을 거론하며 얄팍한 ‘감성팔이’에 나서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라고 저는 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네번째)가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부터 자유한국당 사람들이나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정치 평론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풀어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보수신당을 만들게 해서 보수를 분열시키고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노릴 것이라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음모론입니다.

저는 “그런 정치 기획은 이 시대에 가능하지도 않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 당시 그런 음모론을 펴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한껏 자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좀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제로 석방이라도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해질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황교안 대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의자 책상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는데 황교안 권한대행이 조처를 해주지 않았고, 그의 면회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한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된다면 입을 다물고 살지는 않을 텐데, 무슨 말을 하든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정치적으로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자유한국당은 석방을 촉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냥 감옥 안에 계속 있는 현재 상황이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최선일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는 참 슬프겠지만 그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못 나온다는 것을 법률가인 황교안 대표가 가늠하지 못할 리가 없다. 황교안 대표 입장에서는 정치적 표상, 정치적 심볼로 만들어서 이용해 먹기에는 박근혜 만한 거리도 없을 것 같다. 고생은 박근혜가 하고, 알짜는 황교안이 챙기고 있다. 이래저래 박근혜만 불쌍하게 된 것 같다.”

눈이 날카로운 정가 인사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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