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한겨레캐스트>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치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266
2014년 1월 ‘한겨레 캐스트’ 문재인 의원 1시간 인터뷰
“새누리당 절대 강자 앞에서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2007년 한겨레 방송 첫 출범···2009년 김어준 뉴욕타임스
정중한 정치 시사 인터뷰 ‘더정치 인터뷰’는 89회로 고별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6월 시작···한겨레 또 한 번의 도전
한겨레 구성원 유전자에 새겨진 벤처 정신으로 성공할 것
“6월부터 시작하는 ‘한겨레 라이브’ 준비를 위해서 더정치 인터뷰는 오늘 출연한 김영춘 의원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휴면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더정치 인터뷰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5월 16일 오후 한겨레 5층 스튜디오에서 ‘더정치 인터뷰’ 고별 방송 녹화를 했습니다. 마지막 손님은 4월 초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이었습니다. 김영춘 의원은 ‘한겨레 라이브’에 축하 인사를 해 달라는 제작진의 부탁에 “한겨레 라이브 대박 나시라”고 화끈한 덕담을 선사했습니다.
‘더정치 인터뷰’는 한겨레 텔레비전에서 제가 지금까지 진행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2017년 9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89명의 정치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한겨레 5층 스튜디오에 정치인을 불러서 3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장면을 녹화해서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고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딱 한 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터뷰는 한겨레 스튜디오가 아니라 국회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이승준 기자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승준 기자가 인사이동으로 <한겨레 21>로 간 뒤에는 저 혼자 정치인과 ‘1 대 1’ 인터뷰를 했습니다.
‘더정치 인터뷰’는 제가 적극적으로 제안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겨레 이름으로 좀 정중한 스타일의 정통 정치 인터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출연자가 질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서 답변할 수 있도록 질문 요지를 미리 넘겨주었습니다. 출연자가 당황할 수 있는 돌발 질문은 가급적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진행자들은 정치인에게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갑자기 던져서 허를 찌르거나, 공격적인 질문으로 정치인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행자의 개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지만 그런 방식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터뷰의 목적은 결국 인터뷰 대상자의 정확한 생각이 무엇인지 가급적 많은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뷰의 주인공은 진행자가 아니라 출연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리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기계적으로 주고받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의 답변이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보충 질문으로 좀 더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제가 출연자의 답변을 들으며 곧바로 보충 질문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인터뷰 전체를 물 흐르듯이 관리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출연한 정치인들은 더정치 인터뷰의 정중한 질문과 답변 형식에 무척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출연자가 “정치가 너무 예능화하는 추세여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한겨레가 정통 정치 인터뷰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89명 명단을 살펴봤습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 14명, 국민의당·바른정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22명, 정의당 6명, 녹색당 1명(신지예)이었습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양기대 광명시장도 인터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김성태 원내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윤영석 수석 대변인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더정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제가 한겨레신문 지면 인터뷰만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김용태 사무총장과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에게는 보좌진을 통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일정이 맞지 않아서 인터뷰하지 못했습니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방송 인터뷰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고사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인터뷰하지 못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성격상 정치 현안과 관련이 있는 정치인들을 부르게 되는데, 지난 2년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시선을 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둘째, 평일 낮에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녹화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도권 의원들을 많이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정치 인터뷰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인터뷰 요청을 선선히 수락한 편입니다. 짐작건대 저와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었거나, 아니면 “한겨레에서도 나를 알아 준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연자 대부분은 현직 국회의원이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원외 인사들도 꽤 있었습니다.
가급적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 번 인터뷰 한 사람은 부르지 않는다는 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는데, 예외가 두 사람 있었습니다. 김관영 의원이 국민의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두 번 인터뷰했습니다. 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한번, 그리고 올 3월 택시 카풀 합의 직후 택시 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 자격으로 다시 한 번 인터뷰했습니다.
더정치 인터뷰는 텔레비전 인터뷰이기 때문에 대개 한겨레신문 지면에는 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편집국 정치팀 판단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인터뷰 등 특별한 경우에는 신문에도 인터뷰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언제부터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했을까요? 저도 궁금했습니다. 편집국 영상부문 박종찬 뉴스 에디터에게 물어봤습니다.
2007년에 시작했고, 스튜디오 프로그램은 2009년 김어준 ‘뉴욕타임스’가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올해가 2019년이니까 방송을 시작한 것은 12년,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벌써 10년이 된 것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2012년 11월 ‘한겨레 캐스트’로 출발했습니다. 박종찬 에디터가 ‘한겨레 캐스트’ 첫 번째 파일럿을 보내줬는데, 제목이 ‘박근혜와 김종인의 이별’이었습니다. 제가 진행을 맡았고, 당시 여당 반장이었던 신승근 논설위원이 출연했습니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대담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7년 만에 영상을 보니까 제가 너무 무게를 잡고 있더군요. 지금도 방송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그 이후 한겨레 텔레비전에서 제작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정치바 피티쑈’, ‘한겨레 다큐’, ‘불타는 감자’, ‘말풍선 브리핑’, ‘정치토크 돌직구’, ‘막간막전막후’, ‘최성진·허재현의 토요팟’, ‘시사게이트’, ‘한큐’, ‘6·4 지방선거’, ‘한겨레 정치 와이파이’, ‘무편집 친절한 기자들’, ‘한귀영의 1234’, ‘한겨레 이슈토론’, ‘정 피디가 보고 있다’, ‘시사영상만화’, ‘360도 영상’, ‘법 발의바리’, ‘한겨레 더정치’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정치토크 돌직구’, ‘막간막전막후’, ‘6.4 지방선거’, ‘한겨레 정치 와이파이’, ‘한겨레 더정치’ 등입니다.
가장 최근 프로그램은 ‘한겨레 더정치’입니다. 2015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 기자들을 불러 정치 현안을 분석하고 전망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에는 김보협 기자가 진행하다가 김태규 기자가 이어받았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에 고정 해설자로 출연했습니다.
한겨레 텔레비전에 출연한 특별한 손님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습니다. 2014년 1월 27일 ‘한겨레 캐스트’ 특집 ‘문재인, 정국을 말하다’였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국회의원을 하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한겨레 스튜디오로 초청해 제가 조혜정 기자와 함께 한 시간가량 인터뷰했습니다.
당시는 안철수 의원이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던 시점입니다. 문재인 당시 의원에게 안철수 신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는 상황에서 약한 정파들끼리의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유연한 연대를 해야 한다. 경쟁을 하더라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염려가 없는 지역은 한껏 경쟁하고, 그럴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분열을 피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번에 영상을 다시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보다 조금 더 말랐고 염색을 하지 않은 흰머리가 무척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2014년 1월 <한겨레캐스트>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치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인이 되신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한겨레 텔레비전에 몇 차례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초에 저와 나꼼수 김용민 씨,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 대학생 이은혜 씨가 진행한 ‘한겨레 와이파이’ 첫 번째 손님이 바로 노회찬 의원이었습니다. 김남훈 씨가 노회찬 의원에게 ‘헤드록’을 거는 코믹한 장면이 지금도 프로그램 시작 화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겨레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방송을 녹화로 제작했습니다. 몇 차례 특집으로 생방송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예외적이었습니다. 2019년 6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생방송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하루 한 시간으로 시작해 조금씩 시간을 늘려갈 것입니다. 아직은 ‘한겨레 라이브’라는 가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겨레 라이브’는 1988년 창간한 한겨레가 생방송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를 새로 지었고 인력도 충원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안팎에서는 생방송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한겨레는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때부터 일종의 벤처기업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지속 가능성을 믿지 않았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성공했고, 벌써 올해로 31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겨레와 한겨레 구성원들의 유전자에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 정신이 깊숙이 새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한겨레 라이브’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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