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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7 10:50 수정 : 2019.07.07 21:17

정치 막전막후 273

3% 확률에 도전하는 선거법 개정
개정까진 모두 다섯 차례 갈림길
삐끗하면 실패하는 위험천만 행진
누가 진정한 노무현의 계승자인가

1. 정개특위 위원장 민주당이 맡을까 50%
2. 정개특위 8월 말 선거법 의결할까 25%
3. 민주-한국 야합을 막을 수 있을까 12.5%
4.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할까 6.25%
5. 선거구 법률안이 본회의 통과할까 3.125%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두 달 가량 연장하는 안 등의 합의문 발표를 서로 권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올해 최고의 정치뉴스는 ‘패스트 트랙’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을 한꺼번에 패스트 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 4월 22일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저지를 뚫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패스트 트랙 의결에 성공한 것은 4월 29일 한밤중이었습니다. 정치개혁특위는 밤 12시를 넘겨 차수 변경까지 했습니다. 선거법 개정이라는 난제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예상대로 패스트 트랙 무효를 외치며 장외로 뛰쳐나갔습니다. 하지만 장외투쟁을 영원히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6월 28일 교섭단체 3당 합의가 이뤄졌고, 자유한국당은 지금 국회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6월 28일 교섭단체 3당 합의는 패스트 트랙 무효를 확인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패스트 트랙에 올라간 법안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특히 ‘1여 3야’가 합의한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먼저 패스트 트랙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법 ‘안건의 신속 처리’ 규정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국회법 제85조의 2(안건의 신속 처리)]

② 의장은 제1항 후단에 따라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가 가결되었을 때에는 그 안건을 제3항의 기간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는 안건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원회가 전단에 따라 지정된 안건(이하 "신속처리대상안건"이라 한다)에 대한 대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본다.

③ 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심사를 그 지정일부터 18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그 지정일, 제4항에 따라 회부된 것으로 보는 날 또는 제86조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④ 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는 제외한다)가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하여 제3항 본문에 따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체계ㆍ자구 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것으로 본다. 다만, 법률안 및 국회규칙안이 아닌 안건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⑤ 법제사법위원회가 신속처리대상안건(체계ㆍ자구 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거나 제4항 본문에 따라 회부된 것으로 보는 신속처리대상안건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제3항 단서에 따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⑥ 제4항 단서 또는 제5항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어야 한다.

⑦ 제6항에 따라 신속처리대상안건이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된다.

좀 복잡하지요? 패스트 트랙이라는 절차가 본래 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선거법 개정의 앞날에는 지금부터 모두 다섯 차례의 갈림길이 놓여 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선거법 개정은 실패하는 것입니다.

‘될 경우’와 ‘안 될 경우’의 확률을 반반씩 잡으면, 다섯 차례의 갈림길마다 올바른 선택으로 선거법 개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최종적으로 3.125%가 됩니다. 어떤 갈림길인지 차례차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갈림길 :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선택

[6월 28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합의문]

1. 정개특위, 사개특위는 8월 31일까지 연장한다.

2. 특위의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는다

3. 정개특위의 정수는 19명으로 하고, 위원은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수에 따른 구성비율표에 따라 구성한다.

4. 6월 28일 본회의를 개최하여 상임위원장과 특위 연장안을 처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가운데 어느 쪽을 맡을 것인지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의원들의 견해가 다소 엇갈리는 데다 자유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결정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춘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에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어느 쪽 위원장을 맡을 것인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어느 쪽 위원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의 운명은 달라집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으면 선거법 개정안은 ‘생존’하지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으면 선거법 개정안은 ‘사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왜냐구요?

6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시한을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하면서 두 특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과 하나씩 나눠 맡기로 합의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나름대로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정치개혁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아서 8월 말에는 자유한국당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일단 의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개혁특위에서 의결한 선거법 개정안은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법제사법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아도 90일이 지나는 11월 말에는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됩니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사법개혁특위는 8월 말에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해산시키겠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법제사법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10월 말까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 180일을 채우고 본회의로 자동 부의됩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고유 법안은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따로 산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10월 말에는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11월 말에는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에 한 달 간격으로 부의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국회 본회의에 한꺼번에 상정해서 차례차례 의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자유한국당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패스트 트랙에 올라온 선거법 개정안을 절대로 의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8월 말에 정치개혁특위가 해산되면 선거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갑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10월 말까지 180일을 채우고 다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서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을 더 채워야 합니다. 국회 본회의 부의는 내년 1월 말에나 이뤄집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포기하는 순간 선거법 개정안의 숨통도 사실상 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갈림길 : 정치개혁특별위원회 8월 말 선거법 개정안 의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현재 명단]

위원장 : 심상정(정의당)

간사 :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장제원(자유한국당), 김성식(바른미래당)

위원 : 기동민 김상희 김정호 박병석 원혜영 이철희 최인호(더불어민주당) 김재원 이종구 임이자 정유섭 최교일(자유한국당) 김동철(바른미래당) 이용주(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제부터 8월 말까지 패스트 트랙에 올라온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할 것입니다. 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하면 그 대안이 신속처리안건이 됩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는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과 ‘1여 3야’ 사이에 8월 말까지 절충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치개혁특위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정의당 1명 등 모두 18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7명으로 늘어나도 ‘1여 3야’는 19명 가운데 12명으로 과반입니다. 따라서 ‘1여 3야’가 패스트 트랙에 올라온 원안을 의결하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서 의결하든 마음대로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8월 말에는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을 반드시 의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연내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선거법에 따른 선거구 획정과 각 정당의 경선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집니다.

만약 정치개혁특위가 8월 말에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고 해산하거나, 활동 기한을 다시 연장하면 선거법 연내 개정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세 번째 갈림길 :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야합 가능성

[국회법 제95조(수정동의)]

①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修正動議)는 그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30명 이상의 찬성 의원과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의원 5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② 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수정안은 찬성 없이 의제가 된다.

③ 위원회는 소관 사항 외의 안건에 대해서는 수정안을 제출할 수 없다.

④ 의안에 대한 대안은 위원회에서 그 원안을 심사하는 동안에 제출하여야 하며, 의장은 그 대안을 그 위원회에 회부한다.

⑤ 제1항에 따른 수정동의는 원안 또는 위원회에서 심사보고(제51조에 따라 위원회에서 제안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안의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정치개혁특위에서 8월 말에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로 넘긴 뒤에는 본격적인 정치협상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회법 95조는 의원 30명 이상 찬성으로 법안에 대한 수정동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회법 96조는 같은 의제에 대해 여러 건의 수정안이 제출되면 가장 늦게 제출된 수정안부터 표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여 3야’와 자유한국당의 정치협상이 성공한다면 수정동의 절차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아니면 ‘1여 3야’가 본회의에서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투표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수정동의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협상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의 ‘배신’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을 포기하거나 ‘1여 3야’ 합의 선거법 개정안을 형해화하는 쪽으로 자유한국당과 막판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도 예산안이나 주요 법안 몇 가지를 받아내고, 선거법 개정을 사실상 포기하는 방식의 ‘야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정치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도 비슷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2019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손학규 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네 번째 갈림길 : 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

[국회법]

제109조(의결정족수) 의사는 헌법이나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제112조(표결방법) ① 표결할 때에는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로 가부(可否)를 결정한다. 다만, 투표기기의 고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기립표결로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제114조의2(자유투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패스트 트랙 기간에 ‘1여 3야’와 자유한국당의 협상이 모두 실패할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은 11월 말 이후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회의 표결 순서는 지난 4월 22일 ‘1여 3야’ 합의에 따라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입니다. 이런 순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선거법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킬 경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부결시키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입니다. 표결방법은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입니다. 어느 의원이 찬성하고 어느 의원이 반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국회법은 114조의 2(자유투표) 조항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이 선거법을 당론과 달리 반대 투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8명입니다. 더불어민주당(128), 바른미래당(28), 민주평화당(14), 정의당(6) 의원을 합치면 176명입니다. 법안 의결에 충분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으로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숫자가 27명을 넘어서면 선거법 개정은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선거법 개정을 반드시 관철하려는 쪽에서 정치개혁특위나 본회의 ‘대안’ 마련을 고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것입니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변수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있습니다. 국회법 106조의 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무제한 토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석은 111석이므로 무제한 토론 요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회법과 정치 상황, 자유한국당의 체질 등으로 미루어 표결을 하루 이틀 늦추는 것은 몰라도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섯 번째 갈림길 : 마지막 관문 ‘선거구 법률안’ 본회의 의결

[공직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 지역구 확정)]

③ 제2항에 따라 선거구획정안을 회부받은 위원회는 이를 지체 없이 심사하여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법률안(이하 "선거구법률안"이라 한다)을 제안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그대로 반영하되, 선거구획정안이 제25조 제1항의 기준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붙여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획정안을 다시 제출하여 줄 것을 한 차례만 요구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른 요구를 받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새로이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선거구획정안의 위원회 회부에 관하여는 제2항을 준용한다.

⑤ 선거구법률안 중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에 한해서는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⑥ 국회의장은 선거구법률안 또는 선거구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이 제안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부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회의는 「국회법」 제95조 제1항 및 제96조에도 불구하고 선거구법률안 또는 선거구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을 수정 없이 바로 표결한다.

공직선거법에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구역표’라는 ‘별표’가 달려 있습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구역표를 확정해야 비로소 선거를 치를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이를 ‘선거구 법률안’이라고 부릅니다.

국회의원 지역구는 선거구획정위원회라는 기구에서 결정합니다. 국회 소관 위원회는 단 한 차례만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선거구 획정 내용에 손댈 수 없습니다. 가결이나 부결만 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거구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어야 2020년 4월 15일 선거를 치를 수 있습니다. 만약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 법률안을 부결시키면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 법률안을 부결시킨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선거법 개정의 앞날에는 이처럼 다섯 단계 갈림길이 놓여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선거법 개정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한쪽 위원장을 맡기로 했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은 물 건너갔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런 사람들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1여 3야’ 의원 중에는 “‘미션 임파서블’처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와 동료들이 결국은 임무를 완수했듯이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소신파들이 꽤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의 결사반대와 당내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모두 극복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는 첫 번째 갈림길부터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아니라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에게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보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더 중요하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 넘겨줘도 8월 말에 ‘1여 3야’ 의원들의 요구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할 수 있다”, “내년 1월 말이나 2월에 선거법을 개정해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등입니다.

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원들의 심리와 이해타산이 깔린 것 같습니다.

우선 개별적으로는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구 숫자가 줄 경우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변경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그런 의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금처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자유한국당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무난히 과반이나 원내 1당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실수나 막말을 연발하고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20%대 초반에 묶이면서 선거법 개정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한마디로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달라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이원욱 의원이 최근 그런 ‘이상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거법 개정을 개혁과 반개혁, 정의와 부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파 간 이해의 대립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는 심지어 심지어 자유한국당과 적당히 타협해서 공수처 설치법만 통과시키고 선거법은 개정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1여 3야’ 공조를 파기하자는 얘깁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여 3야’의 패스트 트랙 합의안을 합의 다음 날인 4월 23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이번 선거법 개정을 “국민을 위한 정치 개혁”이라고 내세웠습니다. 정치적 환경이 다소 유리해졌다고 ‘1여 3야’ 공조를 파기하고 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을 속이는 결과가 됩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태클 거는 민주당이 낯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쓴 일이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은 그 뒤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망이었습니다. 2010년 출간된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올해 초 제가 ‘바보 노무현이 꿈꾸던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정치 막전막후’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어떤 문제는 적절한 시점이 되어 저절로 고쳐지기도 한다. 잠시 덮어 두었다가 적당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공론을 일으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많이 있다. 선거제도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선거제도는 모두 1987년 6월항쟁 이후 ‘1노 3김’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때 만든 틀이 그대로다. 결선투표가 없는 단순다수제 대통령 선거, 역시 결선투표가 없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빈약한 비례대표 의석, 그리고 영호남을 축으로 하는 지역대결 구도 이 모두가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개선된 것이라고는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지지율로 나누기 위해 도입한 1인2표제 하나뿐이다. 그것도 국회가 만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덕분에 겨우 도입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우리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 구조 속에서 경쟁하고 대립했다. 선거의 승패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당 간의 대립도 모두 지역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전문가와 언론과 국민이 이것을 질타하면서 정책 대결을 주문하지만 소용이 없다.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소용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가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예가 없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과제이다.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는 모두 최종적으로는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영남에서는 모든 인재와 자원이 한나라당으로 몰린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으로 몰린다. 그 지역에서는 다른 정당을 통해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반작용으로 충청도에서도 지역당이 끈질긴 생존력을 유지했다. 수도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신의 출신 지역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지역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정책의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싸움은 몸싸움으로 전환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지역감정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와 자원의 독점이 풀리고 증오를 선동하지 않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지만, 대도시에서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을 뽑고 작은 도시와 농촌에서는 지금처럼 하나만 뽑는 도농복합선거구제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합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과 환담하면서 중앙선관위가 2015년 제안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의견을 밝힌 일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손학규 이정미 대표가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보내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여야 논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패스트 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을 어떻게든 관철하려고 애쓰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진정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계승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1여 3야’ 선거법 개정 합의가 깨져도 괜찮다는 식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개혁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여 3야’ 합의를 깨고 현행 선거법으로 내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 경제를 비롯한 국정 성적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많은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를 믿기 때문입니다. 패스트 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을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이유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여 3야’ 합의를 깨서라도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정치적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유권자가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조직 폭력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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