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국시 발언으로 구속됐던 유성환 의원이 9개월만인 1987년 7월 병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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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274
1986년 ‘통일 국시’ 유성환 신민당 의원 타계 1주기
분단 기득권 세력의 권력 연장 음모에 일격을 가하다
국회의원 면책특권·불체포특권 깔아뭉갠 ‘야만의 시대’
국시 발언 20일 전 본회의서 ‘안기부 감시·조사’ 폭로
대정부질문 8분 만에 발언 강제 중단하고 속기록 삭제
민정당 의원들만 다른 회의실에 모여 체포동의안 가결
사흘간 가택연금 뒤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 구속
9개월 뒤 풀려나 본회장서 민주화 촉구 감동의 연설
“나의 조그만 희생이 조국의 민주화에 밀알이 됐으면”
“양심수 석방·수배자 해제·강제징집 중지” 강력 요청
통일 국시 발언으로 구속됐던 유성환 의원이 9개월만인 1987년 7월 병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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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애독자입니다.
작년 7월 23일 노회찬 의원이 유명을 달리해서 당시 사회적인 큰 이슈가 되었고 모든 언론이 특필했습니다. 저도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24일 세브란스 장례식장 조문도 했습니다. 거기에서 많은 지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퇴근 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문(한겨레, 경향, 한국)을 한꺼번에 뒤적였습니다. 그런데 한겨레 25일 치에 유성환 의원님의 부고 기사가 났더군요. 24일 새벽에 별세하셨다는 기사였습니다. 장례식을 마친 뒤에야 제가 알게 된 것입니다.
노회찬 의원 타계 소식이 워낙 관심거리여서 유성환 의원 부음이 묻혀버린 것이었습니다. 당일에 신문만 보았더라도 조문은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자책감에 참 괴로웠습니다.
유성환 의원은 서슬 퍼렇던 전두환 집권기에 통일 국시를 논하여 고초를 겪은 분이십니다. 요즘 그런 기백을 가진 국회의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유성환 의원님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공산권 연구학과, 북한·아태연구학과, 글로벌 정치학과 등으로 명칭 변경)에서 2년 6개월을 함께 공부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때 보았던 유성환 의원님의 소탈함과 순수함을 우리 학과생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자식뻘 나이의 저희와 함께 어울리고 웃고 했지요.
비록 낡은 집이지만 국시 사건 때 당시 김영삼 총재도 방문했던 서초동 집에 애정이 많아서 이사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고, 선거 유세장에서 전두환을 욕했던 일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당 측에서 “제발 전두환 똥개라는 말만 하지 말라”고 통사정을 한 일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1997년 대선 때 월북한 천도교 교령에게서 편지가 와서 안기부 직원을 불러 그 자리에서 공개 개봉했다는 이야기,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화갑 의원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 고려대학교를 좋아했고 늦었지만 고려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어 좋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2002년 2월 석사 졸업 후 모임에 오셨는데 오실 때마다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음식값의 일부라도 내려고 하셨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국회의원을 두 번 하셨지만 유성환 의원님은 우리 현대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원의 판례도 사법사의 중요한 기록일 것입니다.
이제 곧 유성환 의원님 1주기입니다. 때마침 한반도 비핵화, 정전·평화 협정, 통일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성환 의원님을 추모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애국 동포 여러분!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드디어 今朝未明(금조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여 국가의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
군부가 궐기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 둘 수 없다고 단정하고 백척간두에서 방황하는 조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군사혁명위원회는 첫째, 반공을 國是(국시)의 제1義(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체제를 재정비 강화할 것입니다.
(후략)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소장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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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채 후보, 정치 지도자를 잘 눈여겨보십시오. 지금 당신이 흔들고 있는 팔은 독재자 전두환 씨의 팔입니다. 사냥꾼이 사냥개를 끌고 사냥을 하면 아무리 운이 없는 날에도 토끼 한 마리는 잡지만, 똥개를 따라가면 통시(변소)에 빠집니다.”
“광주사태는 한국 현대사를 강타한 일대 비극입니다. 이 광주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현대사는 일보도 전진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 화합도 지역 화합도 모두가 구두선에 불과합니다. 유권자 여러분, 나는 광주사태의 진실 확인을 위해 빛이 있는 광주 땅을 찾아갑니다.”
“어허, 저 암벽 핏빛으로 염색되고
여기 기름진 들녘은 검붉게 물들었네.
민주투사의 피, 젊은 의인의 피
저 피 깨끗이 씻어 가신 님 고이 모시려면
저 피 흘리게 한 자의 피로 씻어야!”
지난 17일 아침에 제가 선거구인 대구로 향하려는 그 찰나에 안전기획부 수사국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6과장이라는 분인데 그분 말씀이 ‘장세동 부장의 중요한 긴급한 말씀이 있으니까 좀 나와 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약속된 장소가 퍼시픽호텔 커피숍이었습니다. 제가 나가 보니까 커피숍이 아니라 602호로 안내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니까 6과장이라는 분하고 그 외에 낯설은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장 부장이 안 보이느냐’ 그러니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그분 하는 말이 ‘제12대 국회 개원 이후에 유성환 의원의 언동에 대해서 예의 주시를 해 왔습니다. 지금부터 유언비어적 발언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을 좀 해 주면 좋겠다, 제가 질의를 하겠다’ 이렇게 했습니다.
“현행범도 아니고 국사범도 아닌 의원의 발언을 가지고 이렇게 체포도 아니고 구속도 아니고 연행도 아니고 장 부장을 팔아 가지고 유도해 가지고 사람을 밀폐된 장소에, 현역 의원을, 국민대표를 헌법기관을 불러 가지고 하는 이것은 이 기관이 의회를 경시하고 야당을 사갈시(蛇蝎視)하는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또 첫말이 ‘그 수사관이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유성환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안전기획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은 평양인 줄 압니다. 삼팔선인 줄 압니다. 어떻게 해서 국민대표인 국회의원 뒤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까? 나는 이 기회에 합의 개헌을 위해서나 민주주의를 위해서나 오늘의 안전기획부가 전면 개편돼야 된다는 소신을 밝힙니다.
또 안전기획부는 특수공작을 하는 특수기관입니다. 대공 대간첩 인간과 이 세상을 극한을 다루는 기관이에요. 그러한 기관이 어떻게 해서 정도를 다루는 이 정치에 관여하느냐 이 말입니다. 안전기획부조직법 제8조에는 정치에 관여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의장 최영철 : 다음은 유성환 의원 나오셔서 질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유성환 의원 : 신한민주당의 유성환 의원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여러분!
지난 30년간 형극의 길 야당의 길 이 길을 걸어오면서 박해와 불운과 탄압과 고통 속에서 이 사람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이제 위대한 대구시민의 사랑과 기대에 힘입어 이 영광스러운 단상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긴 세월 동안 단하에서 단상의 정치를 보아 왔기 때문에 저의 말씀이 많이 세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양해 잘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총리! 역사는 오늘 우리에게 파국이냐 전진이냐, 민족사의 영광이냐 퇴영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해 오고 있습니다.
일찍이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신민당이 대통령중심제를 가지고 민정당에 도전을 했다면 민정당은 으례히 현행 헌법으로 응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내각책임제를 가지고 응전했습니다.
이것은 응전이 아니라 분명히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며 또 이것은 역사발전의 법칙을 고의로 무시하고 제3의 혼돈을 창출했다고 봅니다.
역사의 발전 과정을 보면 도전과 응전은 언제나 타협과 협상으로 발전하지마는 도전과 도전은 파국이 아니면 전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신민당의 도전인 이 대통령직선제와 민정당의 도전인 내각책임제는 다 함께 양자의 손을 벗어나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그것은 국민의 심판에 맡기는 것입니다. 선택의 길은 국민투표가 바로 그것입니다. 국민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결정해 줄 것이며 또 민족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영광의 길로 가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집권당의 대표는 내각책임제는 국민적 합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를 거절하면 내각책임제가 국민적 합의라고 한 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와 국민은 민정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총리! 지난 며칠 전에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자기가 대통령직에서 물러가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이 당연한 말씀에 대해서 시중에는 놀라운 말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물러가기 전에 민정당 국회의원 전원과 대통령 수상 등 중요 요직을 지명 결정해 놓고 민정당 총재로 앉아서 당헌과 당규에 그 권한을 확보하고 은퇴 후에도 실질적 통치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러한 말들입니다.
총리!
이것은 유언비어이겠지만은 문제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몇 마디 말씀을 드립니다.
그것은 첫째 이것은 민정당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헌정의 문제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정통적 헌정 질서는 파괴되며 이 나라 관료조직과 정치문화는 일대 혼란을 가져오며 1인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반민주적 반역사적 음모로서 마치 주권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하는 이 있음)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 하는 이 있음)
(최영철 부의장, 이재형 의장과 사회 교대)
민정당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직선제를 반대하고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근본 저의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것은 국회에서 선출된 수상은 가령 자기가 지명한 사람일 때 명령 지시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비록 자기 당 사람일지라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전두환 대통령은 88년 임기가 끝나서 한 시민으로 있더라도 이번에 내각책임제만 통과되면 자기가 지명한 민정당 사람을 수상이나 대통령으로 앉혀 놓을 수도 있으며 또 언제든지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며 대통령을 마음대로 지도 감독할 수 있다는 무서운 정치적 음모가 아니냐 그러한 의구심입니다.
(“무슨 소리야!” 하는 이 있음)
듣기 싫거든 나가!
민정당은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 저의가 명백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직선제를 압도적 다수로 지지하고 있는 이 마당에 섣불리 내각책임제 개헌을 내어놓아서 국민의 지지를 못 받으면 1인 영구집권의 모든 꿈이 산산이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총리!
모든 제도와 법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한 특정인을 위해서 존재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야!
정치는 순리로 해야 합니다. 대립과 격돌을 국민의 판단에 맡기는 국민투표제를 본 의원은 다시 한 번 역설합니다.
총리!
아이젠하워 장군도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부인이 아니라 자기의 참모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신 노 총리의 견해는 어떠하십니까?
총리!
대한민국의 법통은 무엇입니까?
본 의원의 생각으로는 1919년 상해에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공화제를 선포한 상해임시정부를 법통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총리의 소신을 묻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시를 반공으로 해두고 과연 앞으로 다가올 올림픽 때 동구 공산권에서 대거 참가하겠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소리야!”하는 이 있음)
또 우리의 무역이 모든 세계……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나라와 무역을 해야 되는데 반공을 국시로 해 두는 것이 과연 국익에 합당하겠습니까?
(장내 소란)
이 사람은 6·25 때 M1 소총을 가지고 가야산 수도산 형제에서 공산당과 총격을 한 반공투사야! 지금이라도 이북 괴뢰정권이 침략해 오면 이 유성환이가 먼저 나가서 총 들고 싸우겠어!
나는 반공 정책만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발전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나 국가의 이익을 거시적으로 볼 때 [―?―] 생각합니다.
오늘의 강대국들의 한반도 현상 고착 정책에 많은 국민들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적화통일이야?” 하는 이 있음)
(“확실히 얘기해!“ 하는 이 있음)
[-·-]
통일원의 예산이 아시안게임 선수후원비보다 적은 것은 사실상 통일을 이 정부가 회피한 것이 아닙니까?
(장내 소란)
- 의장 이재형 : 유 의원…… 마이크 꺼!
(마이크 중단·속기 중단)
유 의원! 마이크 꺼졌어요. 조금 참으라니까 그래!
(장내 소란)
유 의원! 내가 정리할께요. 유 의원! 안 들려요? 마이크 꺼졌어요.
(장내 소란)
글쎄 여기 올라오지 말고 가만히들 계세요. 다른 의원들 가만히들 계세요.
(장내 소란)
마이크는 내가 넣는 것이지…… 잠깐만 계세요. 가만히들 계세요. 이것 보세요. 유 의원 앉으세요. 이 의원 가만히 계세요. 지금……
(장내 소란)
유 의원! 잠시 가만히 계시라니까…… 조용히 하세요. 아까 의장이 여러분께 그토록 간곡히 의사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 협조해 달라고 말을 했는데 꼭 이러시기입니까?
(“정회시키십시오”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통일이 반공보다 높은 차원에 있다고 하는 말씀 다음에 무엇을 하실는지 모릅니다마는 그 말씀이 여러 의원들을 무척 격하게 만드신 것 같습니다.
그다음 말을 듣지 않고는 모르겠지마는 말씀을 그렇게 전개하시면 의사당이 조용하지가 않습니다.
유 의원! 그것을 잘 생각하시면서 말씀을 하세요.
(장내 소란)
이게 난장판이지 국회요? 이게 난장판이지 국회요?
여당이 어디 있고 야당이 어디 있소? 이게……
(장내 소란)
저 방청석에 계신 시민 여러분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여 드려서 대단히 유감입니다. 잠시 부득이 정회를 선포합니다.
(17시 46분 회의 중지)
(18시 23분 계속 개의)
-의장 이재형 : 회의 정족수가 성원이 되었으므로 다시 속개를 선포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오늘은 회의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법 제143조 3항에 의해서 오늘은 이것으로 산회를 선포합니다.
(18시 24분 산회)
([-·-] 부분은 국회법 제11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게재하지 아니하기로 한 부분임)
제111조 (회의록의 배부·반포) ① 회의록은 의원에게 배부하고 일반에게 반포한다. 그러나 비밀을 요한다고 의결한 부분과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분 및 의장이 취소하게 한 발언은 이를 게재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 그 자체와 이에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할 것이지만, 피고인의 이 사건, 사전 원고 배포 행위는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인정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에 부수하여 일체 불가분적으로 행하여진 행위까지 포함된다.”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서 이 사람으로 하여금 9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게 한 바로 여러분을 이 자리에서 대하고 보니 실로 그 감회가 착잡합니다.
그러나 한 평 반 콘크리트 독방에서 제가 깊이 느낀 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마음에도 없이 찬성해야 하는 그런 비극은 다시는 이 땅에서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이 사람이 수감 중 많은 염려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사의를 드리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이 사람이 옥중에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던 몇 가지 문제를 잠시 지적코자 합니다.
나의 본회의 발언이 중도에서 강제 중단되었으나 속개된 회의에서 나머지 발언을 당연히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최후에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나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습니다. 나는 나의 본회의 발언 시간 30분 중 8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22분을 나는 다시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나의 연설 원고 나머지 부분을 의사록에 기록시켜 주시기를 의장에게 요청을 합니다.
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특권이며 국회 존재와 존립의 생명선입니다. 의원의 발언 전 원고 배포 행위는 의원의 연설을 위한 준비 행위로서 필요불가결한 행위이므로 명백한 면책특권인 것입니다.
공법학자들의 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 대한 행정부의 체포동의안 요청에 대해서 국회가 그것을 가결한 것은 행정부에 의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부정이기 전에 국회 스스로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부정 내지 포기한 자살 행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이번에 헌법 개정 시에는 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한 보다 명백하고 확고한 규정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장!
나의 발언이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국회의 자율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동료 의원을 사직당국에 맡긴 의장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탄압을 저지할 최후의 책임자는 적어도 국회에 있어서는 의장이 아니십니까?
동료 의원 여러분!
이 모든 역리의 역사가 7월 1일 전두환 대통령의 특별성명 이전에 일어난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이 조그마한 희생이 조국의 민주화에 고독한 한 톨의 썩는 밀알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나는 분에 넘친 의의를 찾고자 합니다.
다만 제가 270일 만에 옥문을 나올 때 나는 내 자신이 한 정치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나는 나의 사랑하는 노모 어머님과 처자와 손자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철창문을 통해서 나를 전송하는 소리를 나는 뜻 있게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어머님 품을 그리워할 젊고 어린 학생들이 ‘유 의원 아저씨 안녕히···’ 이렇게 외칠 때 차마 이 가슴이 메어서 나의 발걸음이 천금같이 무거웠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한 번 더 이부영 씨를 위시한 양심수 석방, 수배자 해제, 강제징집 중지, 문익환 선생을 비롯한 사면 복권을 민족의 대화해의 차원에서 재검토하여 하루속히 실천되기를 강력하게 요청을 합니다.
이제 민주화란 이 명제는 여야 정치인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되면 삼각산의 암벽이 금벽으로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민주화된 정치, 민주화된 경제, 민주화된 사회·문화 속에 사는 것이 그것이 옳은 생활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지금도 작년 10월 소위 국시 발언 파동으로 체포 구속될 때의 소신에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조국의 민주화와 조국의 자유민주통일을 위해서 선배 여러분과 같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서 영원히 죽는 길을 결코 택하지 않을 것이며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정치와 삶을 가질 것입니다. 그것은 한 정치인이 살아서 하는 정치는 물론 죽어서도 계속된다는 정치일 것입니다.
동료 의원 여러분!
배전의 지도 편달을 바라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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