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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9.7.18.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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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막전막후 276
나경원 원내대표 ‘반민특위’ 발언으로 친일 공방 자초
수출 규제 이후 문재인 정부 공격 치중하며 ‘2라운드’
당황한 황교안 대표…당 기구에 친일 프레임 대책 주문
아베 정권과 ‘이른바 보수’는 한반도 분단 이익공동체
종북 프레임 먼저 버려야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
박정희-노태우 정부 한반도 평화 통일 정책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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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9.7.18.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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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프레임 싸움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상대에 불리한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커집니다. 물론 당하는 쪽은 반대입니다. 프레임에 일단 걸려들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나는 무능하지 않다’고 외치면 외칠수록 유권자들은 그 사람을 무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라고 외치면 외칠수록 유권자들은 그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빨갱이 프레임’이 있었습니다. 보수 야당의 멀쩡한 정치인들에게 빨갱이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탄압했습니다. 선거에 이용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피해자입니다.
1971년 대통령 선거, 1987년 대통령 선거,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분단 기득권 세력은 색깔론으로 김대중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김대중 후보는 자신이 빨갱이가 아니라고 외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상이 의심스럽다”거나 “너무 과격하다”는 의심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색깔론의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남로당 경력을 윤보선 후보 쪽에서 공격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된 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로 몰았습니다. 비열한 짓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신 본당’을 자처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고서야 빨갱이 프레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분단 기득권 세력이 뒤집어씌운 ‘종북 프레임’도 ‘빨갱이 프레임’과 똑같은 것입니다.
‘빨갱이 프레임’이나 ‘종북 프레임’은 참으로 악랄한 정치 공작입니다. 국가와 민족의 분단이라는 슬픈 현실을 분단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악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빨갱이 프레임’ ‘종북 프레임’에 대해 장황하게 쓴 것은 ‘친일 프레임’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친일 프레임’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가 ‘친일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까지는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친일 프레임’이 뭘까요? 황교안 대표가 지난 24일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서 우리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오늘 대응 특위를 출범하게 되었다.(중략)
그런데 지금 이 정권은 대책보다는 선동에 바쁘다. 국민을 편 가르는데 더 골몰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아베 정권이 바라는 길로 가는 것은 아닌가’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정권과 민주당은 우리 당에 대해서 ‘저자세니, 팀 킬이니’ 하면서 비난을 하고 있다. 저나 우리 당, 언제 일본에 굴복하자고 했는가.
민주당은 과거 사드 사태 당시에 중국에까지 달려가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중국에 엎드리지 않았는가. 그게 바로 저자세고 팀 킬이지, 특사 보내서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하는 게 무엇이 지적할 사항이라는 말인가. 문제를 풀 고민 없이 야당 비난에만 골몰하는데 참으로 치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황교안 대표는 위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외교적 해법,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인 경제체제 강화 방안 등을 주문한 뒤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정권의 친일, 반일 편 가르기에 대응해서 국민 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방안도 고민해주시기를 바란다. 이 정권의 친일 프레임이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다. 아마 다음 달 광복절까지도 공세를 더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많다. 그 결과가 얼마나 위험할지는 아마 여기 계신 위원님들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여러 언론에 ‘황교안 대표, 친일 프레임 대책 마련 주문’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친일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황교안 대표가 처음 사용한 것입니다. 저도 이 기사를 보고 비로소 “아 ‘친일 프레임’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친일로 공격받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생지가 일본이라는 이유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잠시 친일 논란이 불거졌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2004년 서울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참석해 비난받은 적이 있지만 역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비례대표 초선 국회의원의 단순한 실수였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친일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친일잔재 청산’은,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이 정의이고,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 공정한 나라의 시작입니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입니다.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다음 날 아침 신문 사설로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선출된 2월 27일 전당대회 직후여서 좀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3월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문제 삼고 나왔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국회가 발칵 뒤집혔던 바로 그 연설 말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설 뒤 부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자극적 표현에 밀려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매우 중요한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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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환한 모습으로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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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왜곡만큼이나 우려스럽고 위험한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공정입니다. 2019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빨갱이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상대에 누명을 씌우기 위한 잘못된 색깔론에 더 이상 휩쓸리지 않습니다. 종북을 종북이라고 말하면 친일입니까?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은 친일파입니까?
여전히 7~80년대 세계관에 갇혀 운동권식 정치, 국민 갈라치기 정치로 좌파 이념독재의 쇠말뚝을 박겠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들만이 오직 선이요 정의며, 모든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입니다. 사상독재, 이념독재, 역사독재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틀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짝 더 나갔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지금 과거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독립유공 서훈자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298명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통해서 서훈 대상자를 가려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지금 친일 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한다. 물론 가짜 유공자 물론 가려내야 된다. 그런데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주실 것을 말씀드린다.
마지막 대목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라는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반민특위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다음 날 “반민특위 활동은 당연히 제대로 됐어야 한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사태가 수습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경원 원내대표 이름이 나베 경원이라는 얘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나경원 의원의 조국은 어디냐”(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토착왜구 나경원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 등 나경원 원내대표 개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때까지 일부 누리꾼들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토착왜구 나베’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반민특위 실언을 계기로 ‘토착왜구 나베’라는 험악한 별명이 아예 공개석상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로서는 참 가슴을 칠 일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했던 문제의 발언에는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이 바로 나중에 황교안 대표가 사용한 “친일 프레임”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으로 불거졌던 친일 논란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위대 행사 참석이나 반민특위 발언은 역사의식 부족에서 나온 일종의 실수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친일파일 리가 있겠습니까?
자유한국당 친일 논란 2라운드는 7월에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로 벌어졌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 신문과 이른바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일본의 아베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더 힘을 쏟았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누리꾼들 사이에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은 친일”이라는 여론이 형성돼 퍼져 나갔습니다.
여기에 조국 민정수석이 나서면서 논란이 확대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7월 18일),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7월 20일) 등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고강도 발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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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힌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9.07.26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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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은 조국 수석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 때문일까요? 조중동과 자유한국당을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훨씬 더 커졌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일본 수출규제 대책 마련을 위한 당내 기구에 ‘친일 프레임’ 대책까지 당부하게 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당혹감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주문한 대로 자유한국당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친일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친일 프레임을 문재인 정부의 정치 공작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까요?
조국 전 민정수석의 발언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곧바로 문재인 정부의 ‘친일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저는 황교안 대표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수석은 프레임을 만들어 유포시킬 정도로 정치 기획에 능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파장을 계산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사람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나 조국 전 수석의 페이스북 글 어디에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직접 공격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나 조국 전 수석의 글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친일이라고 생각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친일 프레임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전 수석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친일 프레임은 해방 이후 우리 국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온 일종의 ‘상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분단체제가 들어서면서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친일파의 후손들이 여전히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실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친일 프레임을 물리치겠다는 것은 이런 상식과 싸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어리석은 일입니다.
더구나 친일이라는 단어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민정수석이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나 황교안 대표가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는 지금 뚜벅뚜벅 제 발로 친일 프레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인 조중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조중동 논객들은 “불매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 서민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것”, “죽창 들고 의병 일으키자는 관제 애국 선동은 자기 비하일 뿐”, “오로지 총선 승리, 좌파 장기집권을 목표로 한 책략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친일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른바 보수 세력이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명섭 <한겨레> 논설위원이 7월 24일 치 신문에 ‘일본 우익과 한국 보수의 데칼코마니’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한반도의 급속한 냉전체제 와해는 아베 정권에는 재앙과 같은 일이다.(중략) 어떻게 해서든 한반도를 대결 국면으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아베 정권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중략) 아베 정권은 앞으로 남북 화해가 진전되고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남북 경제교류가 북한의 무기 개발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워 남북협력에 훼방을 놓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수구보수 세력은 남북의 대결과 한반도 긴장을 존립의 근거로 삼아 왔다. 북한의 위협을 앞세워 남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그렇게 조성한 불안감을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고 키워왔다. 북-미 대화와 남북 화해는 그 안보 기득권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한국 보수세력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든 저지하고 역전시키려고 한다.”
저는 고명섭 논설위원의 진단에 동의합니다. 현재 일본 우익과 한국의 이른바 보수는 한반도 분단과 긴장 체제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일종의 이익공동체입니다. 북-미 대화와 남북 교류 등 한반도 긴장 완화에 한 목소리로 집요하게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이른바 보수’가 분단 기득권 세력, 안보 기득권 세력이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 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자유한국당이 분단 기득권 세력, 안보 기득권 세력이라는 정체성을 도저히 버릴 수 없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회창-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정치적으로 계승한 정당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를 표방해 온 이들 정당은 사실 ‘분단 기득권 세력’과 ‘평화 통일 세력’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중국 및 소련 수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바로 평화 통일 세력 정체성에서 나온 정책이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도 얼마든지 선택지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분단 기득권 세력에서 평화 통일 세력으로 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빨갱이 프레임’ ‘종북 프레임’을 버려야 합니다. ‘빨갱이 프레임’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 암담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 열린 회의입니다.
“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이 결코 단순한 차원의 안보적 위기, 국방 악화가 아니라고 본다. 결국 지소미아 파기 언급으로 본심이 들킨 이 정권, 한미일 안보 공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끼리 환상에 사로잡혀서 친북 안보실험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북중러 삼각동맹에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 이렇게 무모하고 위험한 안보 도박, 무모한 외교를 할 수는 없다. 정말 친북 안보실험이 가져온 이 구한말의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동해바다 앞에서 저희는 통탄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어떻습니까?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이탈해 북-중-러 동맹에 편입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어떤가요? 자유한국당은 일요일인 28일 오후 국회에서 북핵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요하게 한미동맹을 흔들어 놓은 결과 미국이 자국 안보를 우선하는 정치를 하면서 우리 안보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중략) 이러니 우리 사회 종북 세력들이 ‘북한 핵도 우리 것’이라고 하면서 공공연히 국민을 선동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북한 눈치만 보는 대통령에게 우리 안보와 국방을 과연 안심하고 맡겨놓을 수 있는가.”
황교안 대표는 27일에도 긴급 입장문을 발표해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주장해 온 ‘한반도 평화’가 한마디로 신기루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선언 △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 및 제재 강화 △안보실장·국방장관·외교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전면 교체 △국회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외교 안보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는 것이 정가의 금도인데도 황교안 대표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을 마구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맹목적 반북 노선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철학 부재인 것입니다. 지난해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째로 ‘위장평화 쇼’라고 몰아붙인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 북-미 협상에 진전이 있거나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황교안 대표가 뭐라고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에 쏟아내고 있는 강경 발언이 그들의 진심이라면 앞으로도 자유한국당의 변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한 ‘정치 공세’ 차원이라면 자유한국당의 변화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자유한국당은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북방외교를 성사시킨 박정희 정부, 노태우 정부의 후예이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평화 통일 세력으로 거듭 태어나 ‘진짜 보수’ 정당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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