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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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막전막후 279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광복절 3·1절 기념사 분석
‘분단 극복 위해 이념 대결 넘어서야’ 일관된 메시지
‘국민 편 가르기’ ‘증오와 갈등 부추기기’와 거리 멀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오히려 가장 ‘온순한’ 대통령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 완성될 것”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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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화합과 통합의 나라’로 함께 가야 합니다.
증오와 갈등이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성장의 동력까지 꺼트리고 있습니다.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에 이어 이제는 젠더 갈등까지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치부터 끝내야 합니다.
포용과 배려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 당이 먼저 노력하겠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국민주권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오늘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옵니다. 국민주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100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하이(上海)에서 발표한 대동단결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술국치(庚戌國恥)는 국권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주권이 발생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했습니다.
마침내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 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100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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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그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3·1 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었습니다. 3·1 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되었습니다. 왕정과 식민지를 뛰어넘어 우리 선조들이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이 바로 3·1 운동이었습니다. 3·1 운동의 힘이 약해질 때 주권자인 국민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독립운동은 애국지사들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상인들은 철시(撤市)운동을 벌였습니다. 나무꾼·기생·맹인·광부들, 이름도 없이 살던 우리의 아버지·어머니·누이들까지 앞장섰습니다. 국민주권과 자유와 평등, 평화를 향한 열망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계층·지역·성별·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 사람 한 사람 당당한 국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 운동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3월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3.1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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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 함께 만든 나라입니다.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에 촛불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분단과 참혹한 전쟁, 첨예한 남북대치 상황, 절대빈곤, 군부독재 등의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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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입니다.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100년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인류 모두의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나라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식민지와 전쟁, 가난과 독재를 극복하고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4·19 혁명과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 혁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힘과 방법으로 우리 모두의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왔습니다.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민주주의의 위기마다 되살아났습니다. 새로운 100년은 진정한 국민의 국가를 완성하는 100년입니다. 과거의 이념에 끌려다니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통합하는 100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월1일 오전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진관사 대형 태극기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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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극복해낼 때 비로소 우리의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들께서 한마음으로 같이해주시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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