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막전막후 292
이철희 표창원 의원 총선 불출마 선언 파장
이철희 “무기력하고 절망에 익숙···정치 바꿔놓을 자신이 없어”
표창원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 흔들려”
김성식 “성찰하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 더 많아져야”
김영춘 “승패 초월하여 절망의 정치 바꾸는 도전 함께했으면”
김현권 “대구 경북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엄혹한 현실이 있다”
막스 베버 “정치는 열정과 균형 감각으로 널빤지를 뚫는 작업”
3선 뒤 2008년 박수받고 떠난 ‘원조보수’ 김용갑 사례와 달라
쇄신은 지도부와 다선의원 몫···초선들은 다른 역할로 기여해야
<한겨레>
‘표창원 불출마’ 정치권 성찰 계기 되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정의만을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을 잃었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철희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어떻게든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정치 현실에서 ‘초심을 잃게 되면 쫓겨나기 전에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려는 표 의원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정치권 전체가 그의 ‘반성문’에 담긴 의미를 곱씹고,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에 나서길 바란다.
<경향신문>
쇄신도 책임도 입 닫은 민주당 ‘맹탕 의총’
인적 쇄신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철희 의원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인사 1호인 표창원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서 최소 30% 이상을 2030세대로 추천할 것을 요청했다. 국회에서 성별·세대별 대표성을 확대하는 건 시대적 요구다. 총선 성패는 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도 당 지도부는 가타부타 언급 없이 꿀 먹은 벙어리다. 이러고서야 국정을 책임진 여당,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조선일보>
'불출마' 뒤집는 한국당 의원들, 해도 너무한다
한국당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비례대표 두 명뿐이다. 텃밭인 영남 지역 다선의원들 가운데 확실하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어느 당에서 책임감과 헌신, 희생을 느끼겠나.
<한국일보>
여야 인적 쇄신의 마중물 돼야 할 이철희ㆍ표창원 불출마
표 의원은 전문성과 대중 인지도를 두루 갖춘 스타급 초선 의원이다. 이 의원도 뛰어난 정책 역량과 품격 있는 언변으로 촉망받아온 여권의 차세대 정치인이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대표 시절 직접 발탁했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젊고 유능한 초선 의원들이 무한정쟁의 정치판이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국민들이 막말과 선동, 내로남불이 판치는 3류 정치를 목도하며 느꼈을 절망감과 환멸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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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의원(10월 15일)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요.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습니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릅니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듭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습니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합니다.”
표창원 의원(10월 24일)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습니다. 사상 최저라고 알려진 법안 처리율, 20여 회의 보이콧,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폭력과 회의 방해 사태, 막말과 무례와 비방과 억지와 독설들… 여야 각자 나름의 이유와 명분은 있겠지만, 국민 앞에 내놓을 변명은 없어야 합니다. 무조건 잘못 했습니다. 제20대 국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습니다.”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면 물러나겠다’던 약속 지키겠습니다. 전 2015년 12월 27일 민주당에 입당, 정치를 시작하면서 ‘초심을 잃게 되면 쫓아내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아울러 ‘초심을 잃게 된다면 쫓겨나기 전에 제가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 흔들리고 위배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했고 각 상황의 특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언행이었다고 합리화를 한다 해도, 분명 객관적인 ‘정의, 공정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치우친 부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상대 정파가 아닌 중립적 시민 혹은 저를 지지했던 시민들에게서조차 ‘실망했다’라는 말을 듣는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보다는 4년의 임기를 끝으로 불출마함으로써 그 총체적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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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10월 16일)
“심정은 이해하지만 감정 비약, 논리 비약이다. 정치가 바뀌려면,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보다 성찰할 줄 아는 사람, 패거리에 휩쓸려 다니기보다 영혼이 자유롭고 나라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 정치가 부끄럽다고 그냥 도중 하차하면 정치가 바뀌나? 부끄러워 몸서리치며 자기 탓도 거울에 비추어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 정치판 아닌가.
일개 초선 의원으로서 갈 데까지 간 이 무한 정쟁의 정치판을 어떻게 곧바로 바꾸어낼 수 있나. 그간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치를 좋게 만들자며 쌓아놓은 말빚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출마하고 재선으로 선택받으면 더 잘해라. 이 의원의 말대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도 함께하시게. 나는 이 의원과 생각이 다 같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의원이 노는 꼴을 볼 수가 없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10월 17일)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생각은 번복되어야 한다. 번복을 요구하는 것은 이철희처럼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야 정치가 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잠깐 통화하는 중에 그는 안에서 정치를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는 내 말에 ‘밖에서 역할을 하면 되지 뭐’라고 가볍게 응수를 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외부의 역할자는 많다. 국회 내부에 그와 같은 목소리와 실천이 적을 뿐.”
“이철희 의원도 출신지가 부산이다. 정히 정치가 환멸스럽다면 그가 처음 생각했던 수도권에서의 재선 도전이 아니라 보다 어려운 부산으로 돌아와 무너져가는 지방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를 치르자. 무능한 정치의 현장에는 유능한 그가 더욱더 필요하다. 승패를 초월하여 절망의 정치를 바꾸는 도전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10월 24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다.
국회는 그렇게 재미있는 곳도, 화려한 곳도, 생산적인 곳도 아니다. 나에게 ‘가서 농사나 지으라’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솔직히 국회가 농사짓는 것보다 나은 것도 별로 없다.
이철희 의원에 이어 표창원 의원까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충격적이다. 누군들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 소똥을 치고 마당에 풀을 뽑으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정치는 국회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회의 구성 자체를 바꾸어야 가능하다. 촛불의 시민 정신이 행정 수반은 바꾸었지만, 국회 권력은 여전히 촛불 이전이다. 낡은 정치는 낡은 사람에 있다. 우리는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한다.
국회에서 일 하더라도 희망은 지역에서 만들어야 하고 과제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은 현장이고 미래이다. 정치에 몸담고 있더라도 여의도 중심 사고는 벗어나야 한다.
이철희 표창원 두 의원에게 권하고 싶다. 차제에 대구 경북으로 오시라.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엄혹한 현실이 있다. 여기서 싸우자. 그리고 승리하자. 뭔가 하나는 하고 떠나야 하지 않겠나?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밭을 갈고 풀은 뽑아 놓고 가자.”
베버에게 있어서 정치란 “열정과 균형 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으로 이해된다. 어느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널빤지가 쪼개지거나 구멍을 뚫지 못하고 작업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는 4년 전 제 자신에게 약속한 대로 17대 국회의원을 마지막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지난날 정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박수 칠 때 떠나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12년 동안 국회 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워왔습니다. 어느 날은 의정 단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다가 쓰러지기도 하였고, 디제이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로 규탄하는 등 좌파 정권 비판에 앞장서왔습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혹시 저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제 좌파 정권이 퇴진하고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되어 저는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수 원조 김용갑은 제 소임을 마치고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려고 합니다.
끝으로 부족한 저를 3선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시고 영광스럽게 명예 제대를 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밀양 시민, 창녕군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2008년 1월 3일 국회의원 김용갑
2008년 1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이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이제 난 자유인”이라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는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응하며 “나, 개그맨 해도 되겠지?”라고 농담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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