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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3 10:38 수정 : 2019.12.09 14:45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293
대통령·총리·대표·실장 차례차례 조국 사태 대국민사과
<경향신문> “좀 더 일찍 머리를 조아리며 반성했어야”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기획
문재인 대통령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 듣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 공정과 평등과 정의의 실현, 계급과 세대 격차 등 여러 가지 고민을 우리에게 안겼습니다.

언젠가 지금보다 공정한 세상이 된다면 ‘조국 사태’ 이전의 대한민국과 ‘조국 사태’ 이후의 대한민국으로 구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국 장관이 사퇴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는 반등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다시 올랐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여권이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로 입은 상처는 깊은 내상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례차례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0월 14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10월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 답변)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해찬 대표(10월 30일 기자 간담회)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점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많은 우려를 전해주신 국민과 의원 여러분의 말씀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유념하여 민생과 개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11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답변)

“최근 광장에서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었습니다. 국민 사이에 많은 갈등이 야기된 부분에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려고 노력했으나 국민 요구는 훨씬 더 높았습니다. 비서실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정의 중요한 책임자들이 모두 다 대국민 사과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뭔가 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국 사태로 인한 우리 국민의 상처와 허탈감이 그만큼 깊고 넓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해찬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열어 사과한 다음 날 <경향신문>은 ‘조국 사퇴 보름 만에 나온 여당 대표의 사과’라는 제목의 사설로 정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두 달여간 온 나라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좀 더 일찍 머리를 조아리며 반성했어야 한다. 조국 이후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고 끌고 나갈 것이냐의 문제는 민주당뿐 아니라 청와대, 정부 등 여권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사과한 것이 전부이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떠밀리듯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그러고는 끝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 보좌 기능을 점검하고 반성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말만 집권여당일 뿐 청와대에 시종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이러고서야 제2, 제3의 조국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해찬 대표는 ‘조국 사태’ 초기인 8월 23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한 일이 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입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께서 조국 후보자 논란에 관해 속상해하시고 걱정도 많이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집권여당 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선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조국 후보자가 국민의 분노 지점에 대해서 청문회에서 진솔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초지종을 소상하게 한 점도 남김없이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조국 사태 초기에 오히려 더 강하게 사과를 했던 것입니다. 저는 자존심이 강한 이해찬 대표가 이렇게까지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두 달 이상 조국 사태를 겪고 나서 내놓은 사과의 강도가 더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기소 등 무리한 수사, 그리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때문에 무조건 머리를 숙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해찬 대표가 더 확실하고 강하게 사과를 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곡진(曲盡)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우 정성스럽다’, ‘매우 자세하고 간곡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 국민에게 곡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도가 바로 정치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국 사태와 같이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사안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조국 사태 대처에는 뭔가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게 뭘까요?

사실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태도’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1년 뒤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에는 ‘유연함과 강함의 조화’라는 제목의 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의 행태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헌신과 우리가 가진 좋은 가치들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거리를 두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심지어는 그 가치를 통해 우리가 보듬고자 하는 분들까지도 왜 우리에게 등을 돌리는 것인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근본주의적 사고가 우리를 경직되게 하고 폭을 좁히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가 하면 2017년 대선 직전에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는 이런 문답이 실려 있습니다.

-탄핵 반대집회에 나오는 박사모 회원들, 그들도 우리 국민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청산의 대상이나 비난의 대상만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들과의 화합이나 통합의 방식은 어때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목표 중 하나가 통합이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를 한 겁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적처럼 만든 게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단계를 통합민주주의라고 봅니다. 우리가 말한 청산은 과거의 범죄나 악에 대한 청산이고, 국민들은 네 편, 내 편 없이 서로 대화하고 협상하는 겁니다. 설령 지금 박사모, 어버이연합, 이런 분들도 거의가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에 자기도 모르게 동원된 것이죠. 편 가르기 정치가 없어지면 극단적 대결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이제 혐오를 끝내고 진정한 화쟁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작은 상처들은 보다 큰 상처로 품어서 치유해야지요.”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직원들을 상대로 세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첫 번째는 ‘유능함’, 두 번째는 ‘도덕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바로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제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태도입니다. 제가 세 번째로 말씀드리기 때문에 세 번째로 중요하다 이런 뜻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우리나라 정치와 우리나라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는 태도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형식이 아닙니다. 이 태도는 저는 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게 본질인가 하면 국민들을 모셔야 하고, 국민들을 모시는 그 존재가 정치인들이고 공직자라면 그런 모시는 어떤 본질이 태도에서 표현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정치와 공직이 국민들의 어떤 기대나 눈높이하고는 가장 동떨어진 그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정치나 공직의 경력이 오래될수록, 또는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이런 태도에서 국민들의 기대하고 어긋나는 그런 부분들이 더더욱 많아지는 것이 실정 같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볼 때는 정치 세계나 공직 세계는 마치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하는 행동방식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뭔가 국민들하고는 다른 별세계같이 그렇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가 바깥에서 정치를 보던 눈도 그랬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라면, 정말로 국민을 받드는, 그리고 겸손한 그런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된다고 봅니다.

특히 청와대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공직자들이 우리 다 여러분들입니다. 아마 우리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실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면 뭐 위에 상급자들이 즐비하게 있고, 더 일찍 출근하게 되고, 더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스트레스 많고, 그래서 어디보다 노동 강도가 더 강한 그런 직장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청와대는 까마득히 높은 곳이에요.

뭐 우리 실장님들이나 수석비서관뿐만 아니라 그냥 행정 요원들도 국민들이 볼 때는 정말로 높은 곳에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한 분 한 분이 다 청와대를 대표하고, 말하자면 저를 대신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행정 요원이 전화를 받더라도 그 전화는 저를 대신해서 받는 것입니다. 친절하게 대응하면 친절한 청와대가 되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이렇게 친절하지 못하게 그렇게 전화를 받으면 아주 고압적인 청와대, 권위적인 청와대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 면에서도 우리가 좀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겠다, 그런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치인과 공직자의 ‘태도’에 대해 이보다 더 간곡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조국 사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대처에는 아직 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의식했는지 10월 22일 국회 시정연설 마무리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습니다.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제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국민과의 대화’ ‘대통령과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은 대개 대국민담화, 국회 연설, 기자 회견, 언론 인터뷰 등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행사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됐습니다. 세 사람 모두 성격이 적극적인 데다가 그 시절에는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그런 기획을 했던 것 같습니다.

1999년 2월 21일 <에스비에스>가 생중계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방송 화면

2005년 8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KBS특집토론회 ‘국민과의 대화 - 참여정부 반환점,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패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8년 9월 9일 밤 KBS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전 당선자 시절부터 모두 네 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1998년 1월 18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수출증대와 수입억제, 국난극복을 호소하고 경제 청문회 개최를 약속했습니다.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고통받던 시기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5월, 1999년 2월, 2001년 3월에도 ‘국민과의 텔레비전 대화’를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에 검사들이 반발하자 2003년 3월 9일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5월 1일에는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참석해 북한 핵 문제와 정치개혁, 경기 대책을 설명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놀랍게도 일본 국민과도 대화했습니다. 2003년 6월 8일 일본 <티비에스> ’한국의 대통령-솔직하게 직접 대화‘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 100여명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2003년 11월 28일에는 <에스비에스> ’국정진단, 대통령에게 듣는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9월 9일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에 출연해 취임 6개월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2009년 11월 27일에도 비슷한 행사를 했습니다. 과거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목 자체가 대통령의 시선이라는 이유로 제목을 ‘대통령과의 대화’로 바꿨습니다. 국민의 시선에서는 ‘대통령과의 대화’가 옳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2월 1일 ‘대통령과의 대화, 2011년 대한민국은’이라는 제목의 방송좌담회를 했습니다. 2011년 9월 8일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전문가들과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대담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국민과의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 회견을 했고, 2018년과 2019년 신년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2019년 5월 9일에는 <케이비에스>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 생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진행자인 송현정 기자의 질문 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제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메시지를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일방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자 회견은 좀 산만해 보여도 국정 현안을 폭넓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민과의 대화’는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과의 대화’ 같은 기획성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가식을 싫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탈하고 깔끔한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말이 별로 많지도 않은 편입니다. 그의 이런 특징이 부산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부모가 함경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어쨌든 정치는 말로 하는 것입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진심을 전달할 방도가 없습니다.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국민과의 대화’나 ‘대통령과의 대화’를 한 번쯤 기획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고 권력자의 친절하고 겸손한 위로와 따뜻한 표정은 지치고 분노한 민심을 꽤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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