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치유 전문가인 반아(68)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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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감성치유 전문가 반아 씨
46살에 어머니와 치유길 나서
분노·상처 도려내 ‘업의 굴레’ 해방
습관적 잔소리, 내면상처에서 유래
건강한 모성으로 자녀 양육해야
그러나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생명 모성’의 본질을 깨닫는 노력을 한다면 빠른 시일 안에 많은 정신적 질병에서 치유되고 수많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생명 모성을 꽃피우는 사람들’ 대표로 정신 운동을 시작한 그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반아씨의 어머니는 일선(一仙) 이남순(작고·<나는 이렇게 평화가 되었다>의 저자) 여사이고,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에 금광 채굴로 엄청난 부를 이룬 이종만(1885~1977)씨로, 해방과 동시에 북으로 넘어가 남북한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다가 숨졌다. 어머니 이씨는 단돈 400달러를 든 채 네 자녀를 이끌고 브라질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고, 1980년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당시 이씨의 큰딸(옥경)은 퀘벡시의 라발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둘째딸인 반아씨는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큰아들(세진)은 토론토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그리고 막내 아들(유진)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도덕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 이씨에 대해 반아씨는 자라면서 아픔을 지니고 살아왔다고 한다.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와 편한 관계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런 집안 분위기가 자녀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럼으로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반아씨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의 길 대신에 영성교육-감성교육- 감성치유의 길로 들어 섰다. “왜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는지 알게 되면서 그 고통의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그래서 어머니에게 감성독립선언서를 썼다”고 한다. “지금까지 미성숙한 모녀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매어온 감성을 탯줄을 끊고 개체로 서기 위해 두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합니다. 첫번째는 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당신을 부를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시길 바랍니다. 두번째는 우리 사이에 반말 쓰는 것을 중단하고 존댓말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당신도 저에게 존댓말을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어머니는 ‘일선’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었고, 딸 역시 ‘은명’이라는 본명 대신 반아(Vana·‘비어있다’는 뜻의 그리스말)로 불리며, 함께 도반의 길을 가게 됐다고 한다. 당시 어머니는 일흔살, 반아씨는 마흔 여섯의 나이였다. 그리곤 모녀는 함께 감성 치유의 길로 들어 섰다. “어머니는 자신의 내면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가 내재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것을 분출하고 난 뒤엔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라고 기뻐했다”고 반아씨는 되돌아 본다. 약 10년간에 걸친 힘들고 고된 과정을 통해 어머니와의 불협화음 관계에서 벗어 난 후, 반아씨는 어머니에게 “이제 당신은 저로부터 어머니의 의무감에서, 저는 당신으로 부터 딸의 의무감에서 해방됐습니다. 우리는 모녀라는 업의 굴레에서 해방됐습니다”라고 편지를 썼다고 한다. 엄마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충고나 염려의 말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그것은 그들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공허함과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것들은 어릴 때 그들의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쌓인 치유되지 않고 있는 것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부분 어머니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잣대로 자녀를 교육해 왔다며 “홧병이 있는 마음으로 자녀를 키우다 보니, 자녀들이 좁은 세계관과 편협한 가치관을 갖게 된다”고 보고 있다. “생명 모성은 잉태해서 보살피고 키우려는, 생명의 충동이고 본능이다. 정의롭고 진실되고 하늘을 공경하고 대의가 이 땅에 이루기를 염원하는 고차원적인 심성의 기도를 내포하고 있다. 병을 치유하는 힐링의 힘이고,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려내는 기적의 힘이다”라고 생명 모성을 정의하는 반아씨는 “‘여성은 약하나 모성은 강하다’라는 말처럼, 생명모성은 미처 자기 안에 있는지 몰랐던 초인적인 힘과 능력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열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여성들이 남성에 대한 증오에서 자신을 해방하지 않는 한, 증오의 기운이 자기를 사로잡고 족쇄를 채워 버린다. 이것이 지금 많은 한국의 여성주의자들이 직면한 문제가 아닌지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라는 경고의 말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모성의 힘이 막강한 나라였으나 유교적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변두리로 밀려났고, 여성의 자아의식은 “착한 여자”의 테두리 안에 갇히고 좁아졌다. 그래서 모성은 왜곡되고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에너지는 대단히 강하지만, 건전하지 않은 면이 많고,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자식의 성공에서 대리 만족을 기대하는 심적 요소가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 라고 반아씨는 현대 한국의 모성의 문제점을 읽어내리며, “이제 우리모두는 우리민족의 깊은 영성인 생명모성을 각자의 내면에서 키워가고, 자기성장을 도모하면서 모든 관계를 개선해 가야한다”고 권고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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