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배추는 개량종에 비해 길이가 서너배쯤 긴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전남 담양에서 토종배추 종자의 맥을 잇고 있는 향토사학자 이동호씨가 지난해 가을 텃밭에서 수확한 토종배추로 손수 김장을 하고 있는 모습. 이동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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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향토사학자 이동호씨
섬유질 많고 매콤한 맛 강해
종자 보급·배추꽃 축제도 했으면
‘원조 소쇄원 지키미’로 더 유명 “지금 우리가 담가 먹는 배추김치는 다 개량종입니다. 1950년대 우장춘 박사에 의해 들여온 것이 현재에 이른 거죠. 그래서 우리 땅의 사람들이 정작 우리 배추의 참맛을 모르고 사는 게지요. 개량종 배추가 진짜인 줄 알고 먹고 있으니까요.” 이씨의 설명은 이랬다. “우선 토종배추는 일반 개량종에 비해 키가 2.5~3배는 크다. 병충해와 기후변화에도 강하다. 그래서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재배가 가능하다. 수분 함량도 적어 저장성이 매우 강하다. 김치를 담가서 3년까지 먹을 수 있다. 수분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물러져 녹아버리는 개량종에 비해 긴 보존성이 가장 뛰어난 장점이다. 섬유질도 많다. 대신 뻣뻣하다. 개량종에 비해 속은 실하지 않다. 노란 속잎이 없고, 전부 푸른 잎이어서 비타민C와 엽록소가 풍부하다. 배추 특유의 매콤한 맛과 향이 강하다. 갓과 비슷한 매콤한 맛은 항암 성분이다.” 그가 홀로 지키고 있는 토종배추 종자는 원산지가 지중해로, 중국 당나라를 거쳐 신라 때 국내에 들여온 것이란다. 고려 때는 왕실에서 재배했고, 약으로도 쓰였다. 원래 ‘숭 또는 숭채’라 했고, 조선시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재배를 권장했다. 이씨는 “아직도 이렇게 종자가 살아 있는데도 학계에는 공식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저 역시 종자를 잃을 뻔했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토종배추를 직접 키워 김치를 담가주시다가 어느날 개량종으로 바꾸었어요. 그런데 맛이 없다며 제가 안 먹으니 다시 재배를 시작했어요. 그때 그렇게 정성을 쏟지 않았으면 우리 집안에서도 종자의 대가 끊겼을 겁니다.” 20년 전 어머니로부터 토종배추 재배법을 이어받은 그는 10년 전부터 직접 본격 재배에 나섰다. 이씨는 “전남 나주농업기술원에 문의해봤더니, 담당 연구원이 ‘이런 토종배추 종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굉장히 귀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우선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고, 씹을수록 맛이 납니다. 특유의 매콤한 맛과 향도 좋고요. 섬유질 많고 뻣뻣하니 구강 강화 차원에서 좋습니다.”
토종배추는 개량종에 비해 줄기가 얇고 가늘어 속이 거의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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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상태에서 측정해본 토종배추의 키는 135cm로 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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