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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4 22:05 수정 : 2015.01.15 14:32

예술심리치료사 김정화(44) 씨

[짬]카메라 우체부 김정화 예술심리치료사


예술심리치료사 김정화(44·사진)씨는 최근 ‘카메라야 부탁해!’ 프로젝트를 위해 ‘카메라 우체부’ 모집을 시작했다. ‘카메라 우체부’는 어려운 상황의 지구촌 어린이들을 찾아가 카메라를 들려주고 직접 사진을 찍게 한 다음 스스로 자긍심을 찾아가도록 돕고, 다시 이들이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카메라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전달하여 사진을 보고 또 촬영하게 하는 릴레이 프로그램이다. 전달받은 아이들은 외국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느낀 바를 글로 남기기도 하고 사진으로 답장을 보내기도 한다.

김씨는 1994년에 구성작가로 출발해 10여년간 <티브이(TV)는 사랑을 싣고>, <도전 골든벨> 등 프로그램을 썼고 1억짜리 공모전에 당선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2011년 처음으로 카메라 우체부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국, 베트남, 미얀마, 몽골에서 활동을 했고, 이번에는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카메라 우체부’를 모집하고 있다. 13일 김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2011년부터 베트남·미얀마 등
아이들이 릴레이로 사진 찍기

다른 나라 친구가 찍은 사진 보며
몽골선 “베트남선 슬리퍼 신냐?”
미얀마선 “몽골 눈쌓인 나무 신기”
지구촌 곳곳 접하며 자존감 높여
서랍 속 디카, 새 세상 보여주는 창구

-카메라 우체부라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작가 생활을 오래 했으나 그게 나에게 진정으로 맞는 이름인지 의문이 들어 접었다. 마흔의 나이에 국제구호단체의 자원활동가로 일했다. 그때 네팔의 한 보육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부모나 친척들이 팔아넘긴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아주 예뻤다. 같이 놀다가 내가 가진 카메라를 신기해하기에 찍어보라고 줬더니 세상에… 나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도 하는 게 아닌가! 물론 흔들린 것도 있었지만. 그때 사진의 힘, 사진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카메라를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게 전달한다는 생각은 역시 내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배낭여행자 시절 터키의 게스트하우스에 장 그르니에의 <섬>을 남겨둔 적이 있다. 내가 밑줄도 치고 어떤 구절엔 내 생각도 적어둔 손때 묻은 책이다. 한국에서 온 다른 여행자들이 보고 나서 또 다른 곳에 책을 전달하길 희망한다고 썼다. 신기하게도 몇 달 뒤 후배 하나가 어떤 나라에서 내가 남긴 <섬>을 봤다는 것이다. 몇명의 여행자들이 거기에 자신의 밑줄과 생각을 추가한 상태로. 이런 체험들을 종합하여 ‘카메라야 부탁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현지의 활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각 나라에서 5~6명의 아이들과 열흘 내지 2주간 같이 지내면서 카메라를 주고 사진을 마음대로 찍게 한다. 다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찍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찍기’ 등 몇 가지 임무는 정해줬다. 이 카메라를 다음 나라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사진에 대한 답장과 반응을 청취하고 또 사진을 찍게 하여 이어나가는 것이다. 2차 방문 때 베트남, 미얀마, 몽골의 아이들 모두에게 한 대씩의 카메라를 주고 왔다. 지금도 찍고 있을 것이다.”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사업비 일부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했다. 기획안을 보고 취지에 동의한 43명의 후원자들이 300만원을 만들어 주더라. 그 돈으로 카메라를 사거나 아이들에게 줄 선물, 현지 경비 등을 해결했다. 물론 여행 경비는 내가 부담하는 것이고. 이번에 모집하는 ‘카메라 우체부’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며 기꺼이 자원 활동을 감수할 수 있는 열정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든 동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사이트(www.facebook.com/Mytravelingcamera)에 들어오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카메라 우체부들이 서로 사연과 사진을 나눌 수 있다. 카메라 우체부가 되고 싶은 분들은 먼저 전자우편(naviya70@naver.com)으로 문의해주길 바란다. 현지 활동엔 참여할 수 없다면 집에서 안 쓰는 디지털카메라를 기증하는 것으로 동참할 수 있다.”

-가난한 아이들한테 사진을 찍게 해준다고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인가?

“한국에선 카메라가 흔한 편이니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다르다. 카메라를 난생처음 보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카메라가 주어지면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됐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역사에 남을 사건인 듯 여긴다. 그러고 나면 이런 천재들이 없다. (디지털이니) 금방 익숙해지고 신나게 찍고 논다. 내가 아이들을 찍는 것과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들이나 자신의 나라를 찍는 것이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결과물을 소개해달라.

“아이들에겐 외국이란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른 나라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우물 밖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몽골의 이칭허를러(12)는 ‘베트남 아이들이 길에서 슬리퍼를 신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미얀마의 휴윗느웨(12)는 ‘눈 덮인 산을 미얀마에선 볼 수 없어요. 몽골의 눈 쌓인 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 같아요’라고 했고, 역시 미얀마의 아가수(9)는 ‘미얀마에도 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찍었어요. 너희 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도 소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몽골의 뭉흐바트(12)는 ‘다른 나라 소에 비해 우리나라 소가 몸집이 커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카메라 우체부’ 경험과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책 <여행하는 카메라>(부제: 카메라 우체부 김정화의 해피 프로젝트)를 이달 안에 펴낼 예정이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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