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해 녹색습지교육원장이 지난 5일 강화도에 위치한 연구원 표본 제작실에서 다양한 갯벌 게의 특징과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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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게 도감’ 낸 갯벌 전문가 백용해 녹색습지교육원장
다리 돌기로 소리 내는 달랑게
옆 아닌 앞으로 걷는 밤게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갈댓잎 먹는 방게 등 55종 수록
종류 가려내는 ‘열쇠’도 제시
“갯벌 관리하고 교육할 SW 필요” “방게만 해도 방게·참방게·수동방게·갈게 등 과거엔 아종으로 분류했지만 이제는 별개 종이 된 비슷한 모양의 게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펄이 묻은 상태로는 종을 가려내기가 정말 힘들지요. 그래서 눈 밑 돌기 모양과 마디 개수 등 동정(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을 위한 열쇠를 종마다 제시했습니다.” 게 가운데 우리에겐 꽃게가 가장 친근하지만 사실 꽃게는 특이한 게이다. “게들은 유생 시기에 배갑(등딱지)이 꼬리 구실을 해 헤엄쳐 다니지만 자라면 한곳에 붙박여 삽니다. 장거리 회유를 하는 꽃게는 예외적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 게가 200여종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번에 도감을 낸 갯벌의 55종 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닷속에 더 많은 게가 서식한다”고 말한다. 종이 다양할뿐더러 행동도 갖가지다. 달랑게는 소리를 내어 소통하는 ‘노래하는’ 게이다. 모래밭에서 잽싸게 내달리는 이 게는 집게발 안쪽에 난 돌기를 다리 마디의 돌기와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모래밭에 엎드려 있으면 달랑게들이 와글와글 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속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의사소통을 하는 거죠.” 갈댓잎을 좋아하는 방게처럼 풀을 뜯어 먹는 게도 여럿 있다. 모든 게가 옆으로 걷는 것도 아니어서 밤게는 앞으로, 닻게는 뒤로 간다. 또 먹다간 자칫 큰일 날 게도 있다.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아열대 바다의 가시바위부채게(가칭)가 이미 제주 성산까지 북상했다. 붉은발말똥게는 그에게 뜻깊은 게이다. 1941년 일본인 학자 가미타가 국내에서 보고한 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2002년 한강 하구 습지를 조사하다 백 원장이 61년 만에 다시 발견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이 게는 이후 사라지는 강 하구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공신이 됐다. 그런데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벌어지던 제주 강정마을에도 이 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이라면 기지건설 반대운동이 힘을 얻게 된다. 조사해 보니 붉은발말똥게가 아니라 두이빨사각게였다. 그런데 이 게도 1941년 일본인 학자의 보고 이후 채집 기록이 없는 종인데다 제주 남부가 분포의 북한계지여서 보호가치가 충분했다. “당국은 두이빨사각게를 모조리 잡아 대체 서식지로 옮겼는데 가 보니 모두 사라졌습니다.” 펄 갯벌에 가장 흔한 게인 칠게도 위험하다. 칠게는 낙지가 워낙 좋아한다. 최근 어민들은 낙지를 대량으로 잡는 어법인 주낙과 통발의 미끼로 칠게를 잡아 팔아 겨울철 쏠쏠한 소득을 올린다. 하지만 그물로 칠게를 대량으로 잡다 보니 “이제 포획의 양과 시기를 규제할 때가 됐다”고 백 원장은 말한다. 우리나라 갯벌은 외국과 달리 사람의 이용 강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도 수백년 동안 이용해 온 비결은 뭘까. 그는 “자연에 순응한 현명한 이용”이라고 단언한다. “물때 때문에 한 달의 반은 휴어기가 되지요. 문제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남획을 하고 갯벌체험을 하면서 이런 지속가능한 이용이 깨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갯벌을 관리하고 교육할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무얼 할지 모르고 무작정 갯벌에 오는 도시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눈에 보이는 시설을 짓는 데 급급할 뿐 탐방객을 안내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는 소홀합니다. 세계적인 갯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민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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