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상(82) 일본 시가현립대 명예교수·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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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연구해 온 강덕상 재일한인역사관장
해방뒤에도 근본적 변화 없어
우리가 통일 민주국가 못 만들고
아직도 분단되어 싸우고 있는 탓 일본 자금·기술에 종속된 경제에
기생관광 등으로 ‘새 식민지’ 인식
한-일 관계 개선 섣부른 시도는 ‘독’
남북관계 개선 우선이 외교 기본 강 명예교수가 “한-일 관계보다 남북 관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재일한국인이라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일본 사회를 분석해 오면서 “남북이 힘을 합쳐 통일을 이뤄내지 않는 한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자행한 수많은 조선인 학살 사건의 바탕에는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열등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도와주려는데 조선인은 동학이나 의병투쟁, 3·1 운동 등으로 저항한다. 잘해주려는데도 반대하는 바보들이다. 그런 놈들은 죽여야 한다’는 식입니다.” 일본인의 이런 조선 인식은 해방 뒤 6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인이 해방 이후 통일된 민주국가를 만들지 못하고 남북으로 나뉘어 아직까지도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해방 이후 남쪽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정권이 들어서 국민을 탄압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저 나라는 인권이 없는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도 다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조선에 민주적인 독립국가가 만들어졌다면 일본인들이 ‘우리의 조선 인식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게다가 한국은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의 자금과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하면서 사실상 일본에 종속된 경제가 됐다. “국교 정상화 이후 가공무역 등으로 한국 경제가 일본에 종속됩니다. 당연히 자금과 기술을 주는 쪽에선 받은 쪽에 우월감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일본인 남성 등은 ‘기생 관광’ 등을 통해 한국인 여성들을 쾌락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그를 통해 60~70년대 일본인들은 ‘한국에 새로운 식민지가 생겼다’는 인식을 새롭게 갖게 됐습니다.” 물론 변화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내놓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일본에 한류 붐이 일면서 일본인의 한국관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강 교수는 “한류가 양국간의 진정한 이해와 화해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진행된 한류는 ‘한국의 영화를 보고,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꽤 좋았다’는 시청각적인 자극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청각적인 자극은 정세가 바뀌면 금세 사라지는 것”이라며 “두 나라의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상대국의 역사나 문학 등을 공부하는 진지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언제일까. 그는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한 95년 무라야마 담화 발표 이후라고 보고 있다. “당시 일본 정치가들은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였기 때문에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해 자제하는 흐름이 있어 무라야마 담화가 나올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담화는 일본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단단한 암반을 건드린 것이어서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반발로 우경화 흐름이 본격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1997년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자는 극우단체 ‘일본의회’가 조직돼 일본의 자학사관을 없애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현재 이 단체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은 260여명, 아베 2차 내각에 포함된 각료의 수는 19명 가운데 15명이다.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방문 때 불거진 일본인 ‘납치 문제’였다. 그러나 일본의 반한 정서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반한 집회(헤이트 스피치) 현장에서 나오는 “조선인과 한국인을 죽이자”는 구호에서 보듯 남북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먼저 “남북 관계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일의 화해를 바라는 것은 미국이며, 미국의 이익이 반드시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의 기본은 분단 유지이고 이익선”이라며 “지금 일본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취한다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한국에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섣불리 한-일 관계 회복을 시도하면 한국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관계를 회복해도 좋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남북이 힘을 합쳐 일본에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하는 편이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라며 “우리 민족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처럼 한반도 상황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때 한-일 관계도 풀리고 한반도 평화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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