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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23 19:39 수정 : 2015.01.15 14:29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짬]<불광> 창간 40돌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불광운동은 3·1운동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하나인 용성 스님의 손상좌인 광덕 스님(1927~99)이 1974년 스승이 창건한 서울 종로 대각사에서 시작했다. 불광(佛光)은 ‘붓다의 깨달음의 빛’을 말한다. 당시까지 불교계를 지배하던 기복불교를 벗어나 지혜를 배우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운동을 펼친 것이다. 의례를 한글화하고, 자신이 작사한 찬불가를 보급하고, <불광>을 펴내 문서 포교에 나섰다.

서울 석촌호수에 자리한 불광사는 월간 <불광>과 불광출판사의 모찰로 지난해 옥탑 한옥의 현대식 새 법당을 준공했다. <불광> 창간 40돌을 맞아 불광사는 27일 오후 2시 학술 세미나, 새달 12일엔 창립 기념 법회, 이어 19일 저녁 7시엔 국립극장에서 보현행원송 대공연을 한다. 스승 광덕 스님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불광운동을 이끌고 있는,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60·사진)을 23일 만났다.

‘투명 재정’ 불교계 이름난 모범생
말기 간암 고통서 근원적 질문
‘불교를 위한 불교는 가치가 없다’

조계종단에 사찰 귀속시키고
병든 노인 위한 요양원 만들어
이주외국인 위한 센터도 구상

지홍 스님은 불교계에서 이름난 모범생이다. 지역별, 직능별로 조직된 60개 법회 대표 모임인 명등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하며, 불전함까지 한 푼도 남김없이 모든 재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다만, 조금 경직된 인상이었다. 그런데 이날 그는 많이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왜일까.

그는 지난해 연말과 올초에 걸쳐 삶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간암에 걸려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간으로 인한 병은 유전이었다. 속가의 두 형도 50대에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도 50대에 간염, 간경화에 걸렸다. 낡은 불광사 불사를 하느라 몸을 돌보지 못하는 사이 간암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 준공 때까지 수술을 받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불광사의 종무원 한명과 신자 한명이 자신의 간을 떼 주겠다고 나섰다. 그의 스승과 그가 베푼 보살심이 돌아온 셈이었다. 그러나 정작 고비는 수술 이후였다.

“수술 뒤 1주일 동안 옴짝달싹을 못한 채 촌각도 버티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너무 고통스러워 숨을 멈추어 죽을 생각을 했다. 세번만 멈추면 죽겠더라. 그런데 두번 참고 세번째에 저절로 쉬어져버리더라. 그 고통 뒤엔 너무도 생생하게 환청이 들렸다. 이어서는 꿈인듯 생시인듯 환시가 나타났다. 퇴원 뒤 3개월 동안 그때 본 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마치 붓다의 고행기나 수행담 같은 이야기다. ‘삶은 고(통)’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그는 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2주일이 지난 뒤 의식이 돌아오며 거짓말처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감사하고 저것도 감사하고 온통 감사한 것뿐이었다. 아픔을 느끼는 것까지도 감사하게 여겨졌다.”

그의 얼굴에도 전에 없던 여유와 미소가 스며들었다. 신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사찰을 운영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예전엔 다 내 위주였다. 내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 내 이익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나 자신을 공적으로 내놓는 쪽으로 바뀌었다. 내 업력을 얼마나 극복해갈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다.”

그가 목숨을 걸고 중건한 불광사를 이번에 조계종단에 귀속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변화의 하나다. 또 그는 부쩍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됐다. “왜 불광사란 절이 있어야 하나. 왜 이 절이 송파에 있어야 하나. 이 불광사를 내가 꼭 운영해야 하나 등을 스스로 묻는다. 그리고 불광사도 나 자신도 송파라는 지역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지역민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절이란 그 지역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지홍 스님은 불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세상을 위해 도움이 돼야지, 불교 자체만을 위한 불교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십년간의 토굴 수행자가 넘보지 못할 깨달음이자 대승의 복원이다.

불교의 <보왕삼매론>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병고로 양약을 삼으라 하였느니라’는 말이 있다. 그에겐 병이야말로 가장 큰 약이 된 셈이다. 그는 병든 노인들을 위해 자체 요양시설을 만들겠다고 서원했다.

“송파요양원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구립이다 보니 신자들이 필요할 때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주위에 병들어 외롭게 죽어가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 그런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주 외국인들을 위한 다문화센터도 만들겠다.”

새로 태어난 지홍 스님과 함께 불광사와 <불광>도 또 한번 거듭날 태세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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