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성노예 아이들 구호 ‘리멤버 누’ 창설자 칼 랠스턴
빚 몰린 할머니가 판 소녀 도우려
미국 사업체 접고 구호활동 시작
현재 9개국 35곳서 700여명 돌봐 “2004년 4월이었다. 치앙마이의 한 모임에 타이의 선교사 150여명이 모였다. 그때 13살 소녀 ‘누’의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가 아동성매매 시장에 팔아버린 아이였다. 너무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다.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한 선교사에게 2만달러를 주면서 부탁을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누처럼 성노예로 팔려가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게 하는 일에 죽을 때까지 쓰이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아동 성매매에 대한 자료를 샅샅이 찾아 읽었다. 그는 사업체를 정리하고 누의 새 인생을 도울 준비를 하면서 타이를 6차례나 방문했다. 드디어 2006년 7월 성노예로 팔려간 지 5년이 지나 18살로 자란 누를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누는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아동 성매매 시장에 팔려간 아이들의 97%가 에이즈에 감염되는 상황에서 누의 무사함은 천행이었다. 누는 랠스턴 부부가 만든 ‘리멤버 누’(누를 잊지 말자)의 주인공이자 첫 동참자가 됐다. 부부는 누와 함께 성노예 상태에서 구출한 아이들과 성매매 시장에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출해 보호하는 집을 지었다. 그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돌보며 학교에도 보내고 미용기술도 가르치는 아동보호시설이었다. 누는 ‘아이를 팔든지 당신이 죽든지 하나를 택하라’는 빚쟁이의 독촉에 못 이겨 자신을 성매매 시장에 넘겼던 할머니와 다시 만나 함께 살며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누의 할머니도 자기 손주만이 아니라 5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사실상 구호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누로부터 시작된 구호활동을 위한 집은 이제 타이,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 케냐, 감비아, 볼리비아 등 9개 나라 35개로 늘어났다. 미국인 구호활동가 20명과 현지 활동가 100여명이 아동 700여명을 돌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3천여명이 후원회비로 동참하고 있다. 친딸처럼 돌봐온 한 아이가
인천아시안게임 출전하자 방한
“세계 3천만명 아이들이 성노예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 “지금도 전세계 3천만명의 아이들이 성노예로 살아가고 있고, 해마다 120만명의 아이들이 팔려가고 있다. 가난에 내몰린 부모들이 불과 2~3살 아이를 팔기도 하고, 남자아이에게 여장을 시켜 내놓기도 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마저 병들어 가족들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할 때 ‘그런데도 넌 아무것도 안 해?’라는 압박을 받고 스스로 시장에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 랠스턴 목사는 리멤버 누의 활동이 기쁨과 충만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토록 큰 불행을 겪고서도, 그윽하고 깊고 맑은 눈동자를 잃지 않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는 삶에서 정말 귀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단다. 외려 자신이 아이들로부터 치유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타이에 봉사하러 온 건실한 청년이 누에게 청혼해 곧 결혼을 한다’는 얘기를 전하며, 그는 ‘누에게 과거보다 더 찬란한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누 스스로 깨달은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맑고 고운 아이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에 가서 아동 성매매를 하는 외국인 가운데 24%가 미국인, 26%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다. 낮에는 골프를 치거나 비즈니스를 하고 밤에는 아동 섹스관광을 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당신들의 딸일 수도 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런 행위는 이제 그만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