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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30 19:03 수정 : 2015.01.15 14: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구성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세월호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51) 변호사.

[짬] 민변 세월호 특위 위원장 권영국 변호사

“세월호 피로감 얘기들을 하는데,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피로해졌나? 제대로 된 조사기구를 구성해 제대로 된 사고 진상규명을 하고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책임자 처벌을 해서 재발을 근원적으로 막자는 요구를 누가 막고 있나? 그걸 막고 있으니까 피로해진 것 아닌가? 왜 막고 있느냐고 항의하고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쪽 때문에 피로해졌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적반하장 아닌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구성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세월호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51·사진) 변호사는 29일 “이런 전도된 의식과 잘못된 특혜시비를 언론이 오히려 증폭시키는 바람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의사자 지정이니 특례입학, 평생 생활보장 따위의 특혜를 유족들이 요구한 적 없다.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 정치적 필요 때문에 꺼내놓고 그들끼리 공방을 벌이는 거다. 그리고 국가적 과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 및 유족 생계지원은 유족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업무 아닌가?”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책 출간
대책위와 조율한 특별법안 제시
해피아 실상 등 ‘10대 원인’도 정리

유족들 특례입학 등 요구한 적 없어
여야가 정치적 필요로 꺼낸 뒤 공방
진상조사 기구 수사권·기소권 필수

권 변호사는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는 유가족만이 아니라 결국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자 명령이다. 따라서 수백명의 국민을 수장시킴으로써 헌법적 임무를 방기한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적인 요구다.” 그런데 이를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민변이 세월호와 관련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조목조목 정리한 단행본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아름다운사람들 펴냄)을 내놨다. 권 위원장과 박인동·손명호·조영관 변호사가 함께 써서 9월 하순에 출간한 200쪽 남짓한 이 책은 제3장 ‘사고를 참사로 만든 10대 원인’을 비롯해서 제2장 ‘검찰의 주장은 믿을 만한가?’ 등 세월호 사건 실태와 원인, 대책 등에 대한 민변의 판단을 간결하지만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부록으로 ‘여객선 감독기관 주체별 업무 및 법적 근거’, ‘세월호 특별법 진상규명 관련 법안(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가족대책위안) 비교’와 이에 대한 ‘종합검토’를 붙였고, 유가족대책위 의뢰로 대한변협이 초안을 만들고 민변과 국민대책위가 의견을 보탠 ‘4·16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도 담았다.

권 변호사는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매우 정제되고 객관적으로 기술됐고, 그런 점에서 무게감과 신뢰감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2002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해 올해로 12년, 그동안 민주노총 법률위원장, 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잇따라 맡았던 그는 책을 쓴 동기를 “세월호 참사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배경과 원인을 제시함으로써, 지엽말단적인 수사나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 세월호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를 견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국민의 안전·생명에 관한 우리나라 안전관리체제는 거의 형해화되어 사실상 해체 상태”라며 “세월호 참사로 그 실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부조리와 관련된 일부 공무원 그리고 침몰 뒤 구조에 투입된 해양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로 세월호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다. ‘유병언’에 초점을 맞춘 수사와 보도에서도 보지 않았나. 그리고 참사로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후 조처로 사태를 무마하는 것만으로는 안전과 생명을 등한시한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 올바른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그는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으로 선박 개조와 과적, 조타 미숙, 불량한 근무태도 등을 들고 있으나 한번 기운 배가 다시 바로 서지 못한 원인은 “아무래도 침수, 즉 배 왼쪽 밑바닥에 파공·파열이 일어나 물이 들어간 결과인 듯한데, 그 원인이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외부 충격설도 배제하긴 이르다”고 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구조적 원인 시정, 그리고 그 원인을 만들어온 책임자 처벌”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는 또 다른 형태로 재발될 수밖에 없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4·16의 값비싼 교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권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가 특검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실제로 담보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국가 업무의 지휘·결정권을 지닌 자들에 대한 강제성 있는 조사와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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