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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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영화 만드는 <고래> 소설가
데뷔작은 조폭 그린 ‘코리안 갱스터’
소설처럼 ‘밑바닥 인생’이 주인공 “고졸 콤플렉스와 끊임없이 싸워
소설가로 이 정도면 성공 생각
이제 정말 하고 싶은 일 할 것” 그가 최근에 낸 단편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 루저(실패자)들’이다. 그가 앞서 발표한 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와 단편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의 주인공들 역시 대부분 실패자들의 이야기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비결이 궁금했다. “소설 쓰기는 전혀 힘이 들지 않았어요. 쓰면서 희열을 느꼈으니까요. 그냥 써 내려갔어요.” 그는 누구에게도, 어떤 학교에서도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럼 타고난 유전자 덕분일까? 굳이 찾자면 어머니라고 한다. “어머니는 교육은 많이 받지 못했지만 감수성이 예민하셨어요. 그걸 물려받은 것 같아요.” 그는 30대에 10여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제작사 신씨네·기획시대·영화세상·명필름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한 편도 영화를 직접 만들지는 못했다. 그의 소설 <고령화 가족>이 영화화된 적은 있다. 그는 이제 소설가의 꿈은 이뤘다고 말한다. “소설가로서 이 정도 했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영화화된 작품도 있구요.” 그는 고졸 학력 콤플렉스가 자신을 지금까지 이끌고 왔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강박관념이 강했던 것 같아요. 많이 지쳤어요.” 그는 작품 <고래>의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칼자국’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고단한 삶을 표현했다고 했다. “칼자국은 일본의 게이샤(기생)를 만나 사귀자고 했지만 그 기생은 ‘너 같은 조무래기’는 좋아할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고 결심을 해요. 조폭 중간보스가 됐지만 그 기생은 “두목이 아니면 사귈 수 없다’고 했고, 다시 손가락 하나를 자릅니다. 그렇게 여섯개의 손가락을 자르고 나서야 오야붕이 돼 그 기생과 하룻밤을 자지요. 이튿날 아침 칼자국은 자신과 잔 기생의 얼굴이 노파인 것을 알고 절망해요. 자신이 그렇게 죽기 살기로 달려와 취한 여인이 결국은 할머니였죠. 그래서 또 손가락을 잘라요. 더 이상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제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그가 오십대 들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영화판에서 지켜본 감독은 ‘슈퍼맨’ 정도의 강철 체력과 정신력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체력을 키우려 등산을 했고, 마음도 다잡았다. “고졸에게 사회는 싸늘한 냉기를 뿜어 댔어요. 너무나 불친절했구요. 그런 싸늘함과 불친절과 싸운 지난 인생이었어요.” 그는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인생이 오십부터 시작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인생이 사십에 끝난다는 사실만을 빼고.”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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