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62) 씨는 종교인이 아니다. 흔히들 ‘거사’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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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이것이 깨달음이다’ 책 펴낸 백창우 씨
너무 신성시 되어 부담
‘연기법’ 제대로 공부하면
그 이해의 정점서 돌연 깨달음 초보 수행자들 길 잘못들어
삶 피폐해지는 것 많이 봐
누구나 깨달음 얻게 쉽게 설명 그는 깨닫게 되면 마음이 전체로 통이 된다고 한다. “깨달으면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이 훤하게 보입니다. 생각이 형성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냥 볼 수 있죠.” 그래서 또 물어보았다. “깨닫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존재의 실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됩니다. 그런 혜안이 평상적인 의식의 상태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실재하고 실감나는 사물들이 결국은 헛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덧붙인다. “눈앞에 있는 돌멩이가 나인가? 만약 ‘이러이러한 이유로 (때문에) 돌멩이가 곧 나이다’라고 여겨지면 그것은 이해에 불과합니다. 깨달음에는 이유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돌 그 자체가 바로 나임을 알면 깨달은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는 깨달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존재의 근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주변의 어른들에게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어린놈이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는 꾸지람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내가 크면 꼭 직접 풀어봐야지.” 그는 부산수산대에 입학해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공군 장교로 입대했다. 22년 복무하고 45살의 나이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직업군인으로 젊음을 보냈다. 전역하고 나니 한동안 잊었던 의문이 굼실굼실 살아났다. 전역 후 1년간 잠만 푹푹 자며 빈둥빈둥 지냈다. 그러다가 스승을 만났다. 자신보다 5살 어린 스승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그 스승을 만나 깨달음 공부를 했다. 자신도 깨달을 수 있는지 의문이 갔다. 불경을 읽으며 깨달음을 추구했다. 그러나 2년 만에 포기했다. 어려웠다. 역시 수행은 스님이나 종교인이 할 것이고 자신 같은 생활인은 어려운 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친척과 사업을 시작했으나 1년 만에 쫄딱 망했다. 사업은 어려웠다. 다시 수행의 길로 들어갔다.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깨달음에 대해 배움을 받았다. 정신수행에 관한 책을 보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3시, 문득 깨달음이 왔다. 환희였다. 너무도 오랫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풀렸다. “깨달음을 얻은 뒤 6개월간 흥분된 상태로 살았어요. 점차 그 흥분이 사그라들면서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건강한 깨달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깨달음에 대해 ‘노골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종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너무 신성시하고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음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깨달음을 생활로 내려놓아, 좀더 많은 이들이 깨달음의 기쁨을 갖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존재의 참모습을 모르고 살아요. 현대인들의 생활이 생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깨달음은 식별에 힘쓰지 말고 존재의 실상을 보는 것을 아는 과정입니다.” 가능할까? “깨달음을 갈구한다는 것은 사회에 이익이 되는 공부를 우리 모두가 하는 것입니다. 의식의 전반이 그렇게 바뀌면 모두가 성불하는 것입니다. 깨달을 수 있다는 간절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는 누구나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초보 수행자들이 공부의 진전 없이 고생만 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멀리 돌아가면서 길을 잘못 들어서 삶이 피폐해지는 도반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가 제시하는 깨달음의 길은 바로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이해의 정점에서 돌연 깨달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마치 나무를 열심히 문지르면 마침내 불꽃이 일어나듯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그는 연기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 존재하는 것들은 원인과 조건으로 말미암아 생긴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는 사과나무만으로는 생길 수 없고, 태양과 공기와 땅과 영양분과 농부의 사계절과 낮과 밤의 적절한 기온과 기압이 있어야 해요. 그런 것들은 지구가 있어야 하고, 지구는 태양계가 있어야 하고, 태양계는 우주가 있어야 해요. 결국 우주의 모든 것이 원인과 조건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것이 사과인 셈이죠. 사과가 아닌 것들이 모여 사과를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사과는 기존에 알고 있던 사과와는 전혀 다른 사과입니다. 연기법 공부는 일체의 존재가 연기법칙으로 생기고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백씨는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깨달음에 관한 글을 쓴 인연으로 <불교방송> 등에 출연해왔다. 앞서 수행 지침서인 <명쾌한 깨달음>을 쓴 적이 있는 그는 서울과 지리산, 부안 등지의 도량에서 제자들을 키우고 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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