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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3 19:07 수정 : 2015.01.15 14:26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경제학).

[짬] 6번째 방한한 ‘빈곤의 세계화’ 저자 초서도브스키 소장

최근 여섯번째 방한한 미셸 초서도브스키(73·사진)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지난 8일 “한국 정부가 1990년에 비준한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민주주의 국가라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바로 전날 내란선동 혐의로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면회하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을 방청했다. 그는 앞서 지난 4월 이석기 의원 변호인 쪽에서 요청한 40명의 증인 가운데 한 명이었으나 재판부의 기각으로 무산되자 자발적으로 방한해 방청을 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방청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도 참가
“보안법 폐지운동이 위헌이라는
법무부 주장 도저히 이해 안돼
한국, 미국 민주주의 따르면서
표현의 자유 부정하는건 자가당착”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국제규약은 원칙적으로 국내법에 우선한다. 국내법이 국제규약과 충돌할 때는 국제규약을 먼저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보다 우선하고 국제규약보다도 우선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며 “다른 곳도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합법 정당이 일제와 미군 점령기의 유산인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한 게 헌법에 위배되고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법무부가 주장하는 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논리들”이라고 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공문서도 아니고 당내 집회에서 한 말의 녹취록을 근거로 장기 실형을 선고한 이석기 의원 처벌 기준을 미국이나 캐나다에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캐나다 인구 대부분이 구속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으로 대통령의 군통수권과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한 이 의원의 주장은 “오히려 한국 정부와 대통령의 권리를 옹호하고 주권을 수호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 비판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정부 비판(표현의 자유)이나 정책에 대한 저항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는 게 미국 수정헌법에 명기돼 있다. 미국이 추구해야 할 모델국가여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건 중요하다. 한국 사회가 미국을 민주주의의 모델로 여기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면서 정작 정부가 미국 민주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국제규약’은 정부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가 보장하고자 하는 것은 거꾸로 시민에 대한 정부의 권리인 것 같다.”

그는 한국 검찰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놓고 무슨 근거로 현역인 이 의원을 구속 수감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을 폭로하며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당해산 심판도 그 연장이라며 “캐나다에도 극좌 정당들이 많다. 그들에 비하면 통합진보당 강령은 온건 사회민주당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범죄행위를 비판하고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은 정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활동인데, 정부 정책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통치 편의 차원에서 제거하려는 건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어기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한 그는 연대 발언을 통해 주한 일본대사에게 “지금이라도 당장 한국 정부와 대화에 나서서 전쟁과 식민지 기간에 자행한 만행에 대해 사죄하고 이를 없었던 일처럼 역사를 왜곡하는 걸 중단하라”며 그 자리에 얼굴 좀 내밀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사관 쪽에서 창문도 열어보지 않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자주적으로 선택해서 결정한 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군 당국자의 발언을 떠올리며 “한반도의 지리적 상황을 보건대, 북에 대한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재앙은 남쪽에도 그대로 미칠 것이므로 그것은 곧 ‘나 자신에 대한 핵공격’과 다름없다”고 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세계화연구센터(CRG) 설립자이자 소장이며, 인터넷 대안언론 <글로벌 리서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빈곤의 세계화>(2003년) 등 여러 저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강국들의 신자유주의 지배체제가 부의 편재와 빈곤, 전쟁, 지구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주권 보장을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가 필수적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어떠하든 상관없이 이뤄져야 할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아이엠에프 사태) 때 상황을 상기해보라. 그때 만일 주한미군이 없었다면, 그리하여 미국이 한국군과 주권에 대한 통제권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런 정도의 위기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당시 같은 상황에 처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나 구제절차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방어체제를 발동해 훨씬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은 거의 사기를 당한 것과 같다. 그때 한국의 막대한 자산이 미국 기업에 헐값으로 넘어갔다. 당시 한국도 독자적 방책을 수립했으나 미국은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갈아치우고 구제금융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했다. 그때 한국 자본주의가 총체적으로 파괴당했다. 대우와 제일은행 등의 도산과 청산도 미국의 이해에 따라 미국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다. 주한미군이 없다면 미국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 자본도 운용 폭이 더 커지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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