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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4 19:13 수정 : 2015.01.15 14:25

이철(66) 전 의원

[짬] 민청학련 계승사업회 상임대표 이철

“열불나는 상황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목소리를 내기로 했어요. 유신의 횡포와 긴급조치의 만행이 재현되고 있잖아요.” 1985년 12대 총선에서 ‘돌아온 사형수’로 신한민주당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판에 등장했던 이철(66·사진) 전 의원은 차분하지만 강단있는 목소리로 시국 진단에 나선 까닭을 설명했다. 대학생인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과거 독재의 어두운 망령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는 17일은 박정희 정권이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한 지 42돌이 되는 날이다. 또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한 지도 40년이 지났다. 그는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상임대표로서 15일 세종문회회관에서 ‘박정희 유신, 박근혜 신유신’ 제목으로 시국토론회를 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한국작가회의·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4·9통일평화재단·민주인권평화재단(준)·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준) 그리고 긴급조치 9호 피해자를 비롯한 애국 시민들과 더불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박정희와 반대로만 하면 되는데
박근혜 사고방식 아버지와 같아”
15일 ‘박근혜 신유신’ 시국토론회
“개인적으로 정계복귀 생각 없어
반민주행위 인명사건 만들고 싶다”

민청학련 사건은 72년 유신헌법 선포, 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등으로 반정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자 74년 4월 중앙정보부가 “’민청학련‘이라는 단체가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반체제 운동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대학생을 비롯 1024명을 조사하고, 그 가운데 180여명을 남한 공산정권 수립 기도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박정희 유신독재의 폭거였다.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하며 학생운동을 이끌다 민청학련의 주모자로 구속된 그는 20여일간 몽둥이 찜질과 숱한 발길질에 잠을 안 재우는 모진 고문 받았다. 당시 중정은 인혁당 재건위와 더불어 조총련, 윤보선 전 대통령, 함석헌 선생 등 재야 세력이 민청학련을 조종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고 했다.

“민청학련은 철저히 조작된 사건이었습니다. 형무소에 들어갔더니 간수가 옆방에 공범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의 주모자이자 민청학련의 배후로 지목된 서도원이라고 했어요. 물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죠.”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를 언도받은 그는 수감 8개월만에 형 집행정지로 물려났다. 그러나 자신들의 배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혁당 8명은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지 20시간 만인 75년 4월9일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재심 청구를 할 겨를도 없이 사형을 집행할 수 있습니까?”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전 세계에서 온 수천통의 격려 편지를 보고 감격했다. 대부분 우편엽서로, 검열이 삼엄하던 시기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시국 사범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표시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잘하길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아버지와 반대로만 하면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될 수 있습니다. 박정희는 통치행위를 자신의 집권 연장을 위해 집중했습니다. 삼선 개헌과 10월 유신, 중정 창설 등등 오로지 통치자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한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소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비선 라인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는 “백성을 통치한다는 박정희식 유산을 답습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말로는 어둡고 불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국토론회에서는 바로 그 경고를 하고자 합니다.” 토론회에서는 또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정보기관을 정권 유지를 위해 악용해서는 안되고, 그 조직원들이 명예롭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는 원칙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아버지 시절처럼 정보기관이 정권의 호위총국 노릇을 하는 상황이 재현돼서는 안됩니다.”

정계에 다시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 그는 “유신과 독재시대에 부역한 인사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반민주행위 인명사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곽성문 전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국토론회에는 정해구·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와 재일동포 간첩단 피해자인 김정사 선생, 최근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의 변론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장경욱 변호사, 그리고 이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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