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꽃 강선규 대표.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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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네팔 돕는 엔지오 바보들꽃
강선규 대표
돌깨기 등 어린이 노동자 210만명
‘오늘’만 있는 아이들 눈빛 잊지 못해 ‘희망의 언덕’ 교육 프로젝트 시작
10년간 학교보내기·캠프·교재 개발
출판사 메로사티 차려 동화책 펴내 2005년 내전으로 대부분의 엔지오들이 탈출하던 시기에 강 대표는 오히려 실태조사를 하러 네팔로 들어갔다. 바보들꽃 관계자들이 알고 지냈던 네팔 이주노동자가 자국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연필과 공책이 아닌 정과 망치를 든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인생을 통해 정말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대학 때부터 기독청년학생회 활동을 해오던 그는 1989년 경실련 기독청년학생회 창립을 함께 했고, 93년 유학을 떠난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잠시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세상의 약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대학 때에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 고아원 아이들 문제에, 미국에서는 인종 문제로 고통받는 흑백 어린이 문제에, 귀국해서는 북한 어린이들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평생 의지하며 살아온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그에게는 바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돕는 일이었다. 네팔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동노동 비율이 높은 나라다. 2010년 공식통계로, 전체 인구 2780만명 가운데 어린이 노동자가 210만명이나 된다. 강 대표는 바보들꽃을 통해 희망의 언덕을 차근차근 키워왔다. 어린이 노동자 학교 보내기 운동에서 쉼터 설립으로, 아이들이 4박5일 동안 함께하며 노동의 고통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캠프로, 그리고 일하는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한 교육교재 개발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2014년 1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캠프에서, 아이들은 강 대표 등이 직접 만든 교재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를 보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5살 때부터 노동을 했던 한 아이는 바람나 집을 나간 엄마 때문에 가족과 동네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낙인이 더 힘들었는데 캠프에서 그것을 털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아이들의 일상 경험을 담은 교과서여서 ‘바로 우리 얘기구나’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출판사 ‘메로사티’를 차렸다. 네팔 정부에 공식 등록도 했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한다면 더욱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예쁜 눈빛’을 지녔던 그 아이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이유는 단지 노동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생각주머니를 키울 네팔어로 된 책이 거의 없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네팔 어린이문학협회 자료를 보면, 82년 첫 책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네팔에서 출간된 어린이책은 모두 1500여종에 불과합니다.” 강 대표는 카트만두의 서점을 다 돌아봤지만 현재 구할 수 있는 책은 그나마 300종이 채 안 됐다고 한다. 그것도 유아용 그림책이 대부분이었고 청소년용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생각을 키울 언덕이 너무 없는 것이었다. 그는 메로사티를 통해 이런 척박한 환경에 변화의 작은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맨 먼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권을 출간했습니다. 모두 저작권의 시효가 만료된 책입니다. 오는 4월에는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노예 출신 흑인 미국 농학자 조지 워싱턴 카버 이야기를 펴낼 예정입니다.” 네팔어 어린이책을 펴내는 공정은 너무도 복잡하다. 한국어와 네팔어를 번역이 가능할 정도로 동시에 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우선 원고를 써서 영어로 번역한 뒤, 그것을 다시 네팔말로 재번역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찮다. 책 디자인과 삽화는 거의 자원봉사 수준의 수고료만 줬지만 1천권을 찍어내는 데 15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앞으로 출간 계획을 묻자, 그는 “네팔 어린이 모두가 다시 꿈을 꿀 수 있을 때까지”라고 답한다. 평생의 사업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평생의 사업 중에서 우선 두 가지를 살짝 귀띔했다. 첫번째는 ‘네팔인이 쓴 네팔인 이야기’를 펴내는 것이다. 언젠가는 메로사티의 책을 읽고 자란 네팔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날이 올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두번째는 그런 꿈을 지닌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를 여는 일이다. ‘희망의 언덕’이 커져왔듯이, 그의 꿈도 함께 커지고 있었다. (02)337-1978.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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