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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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언론계 50년’만에 첫 저서 낸 원로 성대석씨
‘국제기구들 남북한 분산 배치’ 제안
억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 막대
“무엇보다 남북 극한대립 억제 가능” 1964년 ‘동양방송’ 입사 방송기자 1호
80년 통폐합 ‘KBS’ 앵커·특파원 활약 한반도 유엔 본부라니? 유엔(국제연합) 본부는 이미 미국 뉴욕에 있지 않은가? 성 회장은, 지금 유엔 본부는 뉴욕뿐만 아니라 스위스 제네바(제2 본부)에도 있고, 오스트리아 빈(제3), 케냐 나이로비(제4)에도 있다. 제네바에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인권고등판무관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군축회의, 국제무역센터(ITC), 인권센터, 세계기상기구(WMO),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에이즈기구, 세계지적소유권기구, 국제컴퓨터센터 등이 있다. 그러니까 ‘한반도 유엔본부’란 이처럼 유엔기구들과 국제기구 본부·사무국들을 한반도에 유치하자는 뜻이다. 그는 그 기구들을 서울·평양 등 남북한에 분산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한반도 전체를 유엔의 제5 본부 터전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그는 “쪽박을 대박으로 바꿔 놓으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고, 또 그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본부 등이 있고, 그 때문에 유엔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의 국제기구들도 빈으로 본부를 옮겼다. 나이로비의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 등의 유엔 기구들은 아프리카 빈국 케냐를 일으켜 세운 ‘사막의 오아시스’가 됐다. 성 회장은 유엔 본부 유치는 그 자체로 막대한 자금 유입과 관광객 급증, 엄청난 고용 유발 효과 등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남북간 평화통일과 동아시아 지역평화·번영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제네바의 유엔 본부와 사무국에서 해마다 나오는 돈은 18억 달러(약 2조원)인데, 2013년에 스위스가 지출한 유엔 분담금은 약 2700만 달러(약 290억원)이다. 스위스 정부가 세계보건기구 등에 특별 기여금 명목으로 한 해 2억9400만 달러(약 3100억원)을 따로 지출하지만, 그래도 투자 대비 총이익은 6배나 된다.” 제네바에는 지금 4만2천여 명의 국제기구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인 2만2천여 명이 스위스 국민이다. 그들 모두 고액 연봉을 받는 고급 국제외교관들인 셈이다. 오스트리아 빈이 유엔본부 운영으로 얻는 한 해 수익은 8억9천만 유로(약 1조3천억원), 케냐는 3억5천만 달러(약 4천억원)에 이른단다. 성 회장은 한국이 직원 3천명 정도인 유니세프(유엔아동보호기금) 규모의 유엔기구 6개를 유치한다면 “억대 연봉의 일자리 2만여 개를 창출할 수 있고, 여기에 유엔본부 운영 관련 서비스 외주업체들 일자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지금 한해 1100여 만 정도인 외국인 관광객은 2천만 이상으로 늘고 생산유발 효과는 지금의 32조원에서 70조원으로 급증하며 4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계산이다. 국제회의산업(MICE)도 활성화돼 1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함께 24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수 있다. 그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효과는 따로 있다. “첫째, 한반도가 안정을 얻게 된다. 유엔본부가 들어오면 유엔 회원국인 남북은 군사대결 같은 극한대립을 할 수 없게 되고 자연히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게다가 어느 나라도 유엔본부가 있는 한반도를 향해 총과 대포를 쏠 수 없을 것 아닌가? 공포와 불신만 키워오던 군비경쟁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남북은 막대한 군사비를 더 안정되고 윤택한 삶을 위해 쓸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동북아 다자간 대화기구 설립으로 이어져 동아시아 전체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분쟁도 없이 오로지 한민족의 통일 의지에 따라 평화적인 합의통일로 가야”하며 “그것이 최상의 통일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세계인구의 60%, 지구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에 정작 유엔본부가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동아시아에서 식민지배와 냉전의 희생자로 아직까지 분단상태이면서도 주요 경제권으로 부상한 한반도가 서로 어르렁거리는 두 대국인 “중국과 일본보다 유엔본부 유치에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 성 회장은 1964년 영자지 <코리안 리퍼블릭>(65년 <코리아 헤럴드>로 개명)에 입사해 6개월만인 그해 말 <동양방송>(TBC)으로 옮겼다. 81년 5공화국 정권에 의한 언론사 통폐합에 따라 ‘한국방송공사’로 옮겨가 98년 정년퇴직했다. 82~84년 ‘9시 뉴스’ 앵커를 지낸 뒤 주미 특파원으로 4년남짓 일했다. 2000년 24개 중앙언론사들 부장급 이상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언론인협회 결성을 주도해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나이에 새삼 이름 석자 팔아 매문이나 하자고 쓴 책이 아니다. 지금 남북관계나 북핵문제는 유엔 본부 유치 외에 다른 그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겠다는 절박감으로 썼다. 유엔 본부 설치로 북에도 체제보장을 해주고 평화적인 합의통일로 가야 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한국언론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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