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경 미국 워싱턴대 한국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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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미국 워싱턴대 한국학도서관 사서 이효경 씨
한인 대상 토크쇼 ‘북소리’도 열어
첫 강사 윤태호 작가 초청 주도 ‘한국만화방’ 폐업 뒤 창고 방치됐던
‘한국만화 1만5천권’ 기증받아 소장
“일본 ‘망가’ 대신 ‘케이 만화’ 심으려” “케이만화 페스티벌은 이번이 첫 행사다. 우리 도서관의 한국 만화책 소장을 알리고 그것을 통해 한국 만화를 자연스럽게 해외에 홍보해서 학술적, 문화적 콘텐츠로 떠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 케이드라마와 케이팝처럼 케이만화도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망가’(만화)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우리 단어를 각인시키고 싶어 일부러 ‘케이만화’라는 우리식 단어를 썼다.” 이씨는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에게는 아직은 한국 만화가 생소하겠지만 오래전부터 망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아 케이만화에 대한 관심도 알리기 나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같은 대학 한국역사 담당 남화숙 교수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워싱턴대 한국학도서관의 한국만화축제 기획의 직접적 계기는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아니라 1만5천권에 이르는 방대한 한국 만화책을 기증받은 덕분이다. 더구나 이현세·박봉성·고행석·허영만·황미나 등 19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짜배기’였다. 모두 1500여종인데 1100종이 한국 만화이고 번역된 일본 만화 400종도 포함됐다. “시애틀 남쪽 터코마 인근 레이시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던 미국인 부부는 2013년 다량의 한국 만화책이 창고에 차압당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 부부는 이를 잘 분류해서 되팔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만화책을 전량 구입했다.” 이 만화책들은 원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곳에서 한국만화방을 운영했던 한국인 가게 주인이 폐업하면서 지인에게 기증했으나 그 지인이 개업을 하지 못하고 창고비만 내고 있다가 결국 압류당한 것이었다. 인수한 미국인 부부 역시 한국 만화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창고비만 내다 결국 워싱턴대 한국학센터에 무료 기증했던 것이다. “워싱턴대 한국학도서관은 외국 대학도서관으로는 하버드대 다음, 둘째로 많은 한국책을 소장(13만여권)하고 있다. 해방 당시 출간된 문학책들을 비롯해 여성학과 시, 경상남북도 자료 등을 오랜 기간 특별 수집해왔다. 더구나 한국 만화책을 대규모로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으로는 유일하다.” 워싱턴대는 조선시대 실학자 유형원의 <반계수록>을 연구했고 외국의 많은 한국학 후학들을 길러면서 미국 내 한국학의 대부로 불렸던 제임스 팔레(1934~2006) 교수가 가르쳤던 곳이다. 하지만 만화책 인수에 대학 도서관 쪽은 처음엔 난색을 표시했다. “웹툰 등을 통해 한국 만화가 뜨고 있으며, 대중문화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대학본부로부터 인수 허가를 받았다.” 그때부터 이 만화책들 재분류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를 세상에 알리고 이용자들을 불러모을지 이씨의 고민이 시작했다. “윤 작가를 초청하게 된 것은 우리 도서관의 만화책 홍보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한국문학 번역가 브루스 풀턴 교수와 대화하던 중에 그가 윤 작가의 만화 <이끼>를 한국어 수업교재로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그분을 통해 윤 작가의 연락처를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에 가서 윤 작가를 직접 만났다.” 나흘간의 축제는 북소리 북토크를 시작으로 주행사 격인 윤 작가의 한국 웹툰에 대한 강연과 리셉션, 워싱턴대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여는 80년대 한국 만화방 콘셉트의 한국 만화책 전시, ‘미생’ 드라마 상영, 한국 만화 관련 리서치 워크숍 등이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93년 유학 가서 22년째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는 뉴저지 주립대의 럿거스 캠퍼스에서 도서관·정보학 석사 학위를 받고 97년부터 5년간 컬럼비아대에서 한국학 사서로 근무했다. “한국학 사서가 하는 일은 한국을 공부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가공해 서비스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과 학교 내에서 한국어로 된 한국 문헌을 알리고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전통을 홍보하는 일도 한다.” 이씨는 지난해에 오랜 미국 대학 사서생활 체험을 토대로 자신의 사서관과 폭넓은 견문, 에피소드들을 녹여 넣은 에세이집 <책들의 행진: 책거리 병풍을 뚫고 걸어나온>(한국도서관협회 펴냄)을 내기도 했다. “국외 한국학 사서 이야기지만 한국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외국의 한국학에 대한 이야기, 또 사서에 관한 이야기여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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