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씨가 요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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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전국에서 가장 싼 짜장면집 김영호·이미숙씨 부부
반값 내려 ‘착한 짜장면’으로 박리다매
입소문타고 하루 평균 300~500그릇 남편은 면발 기술·부인은 소스맛 담당
임종 직전 ‘마지막 음식’ 주문 손님도
“욕심 버리니 몸 고달파도 마음 편해” 첫손가락에 꼽히는 ‘국민음식’인 짜장면의 평균값은 4000~5000원이다. 1500원은 25년 전인 1990년 때의 값 그대로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비류대로에 있는 수인선 송도역 가까이의 중국음식점 ‘복생원’은 점심, 저녁의 식사 시간이 따로 없다. ‘전국에서 가장 착한 가격의 짜장면’을 맛보기 위해 손님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300그릇의 짜장면이 팔린단다. 한창 입소문이 났을 때는 500그릇까지 팔렸다. 김영호(56·사진)씨와 동갑내기 부인 이미숙씨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밀려드는 손님을 종업원 한명 안 쓰고 직접 치러낸다. 주방장이자 주인인 김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택시운전을 했다. 불규칙한 식사로 위장에 병이 나, 21년 전 차를 팔아 싸게 나온 허름한 중국음식점을 인수했다. 그리고 주방장한테 요리법을 배워 2년 뒤부터는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값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이다. 당시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하던 김씨는 교통사고로 골반을 다쳤다. 배달을 하지 못하는 대신 3000원이던 값을 과감하게 반으로 낮췄다.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하지만 값만 싸다고 손님이 몰리는 것이 아니었다. 맛이 뒷받침돼야 했다. 미각이 뛰어난 부인 이씨는 ‘짜장 소스’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짜장은 ‘춘장’에 재료를 넣어 잘 볶아야 한다. 춘장은 삶은 콩을 밀가루와 소금으로 발효시켜 만든 중국식 된장이다. 재료도 중요하지만 불을 적당히 가하며 간을 맞춰야 맛있는 짜장이 된다. 김씨는 밀가루와 소금, 소다와 물을 배합해 특유의 부드러운 면발을 유지할 수 있는 반죽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다. “한국인 8명 가운데 1명은 매일 짜장면을 먹어요. 전국 2만4000개의 중국 음식점에서는 하루 평균 600만 그릇의 짜장면이 소비되고 있어요. 경쟁이 치열한 셈이죠.”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4~5년 뒤였다. 점심 때면 외진 곳인데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하루는 자주 오시는 아주머니가 짜장면을 포장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바빠서 포장은 하지 않거든요. 그 아주머니는 임종을 앞둔 아버님이 죽기 전에 우리집 짜장면을 마지막으로 먹고 싶다고 하셨다는 겁니다.” 며칠 뒤 그 아주머니는 다시 찾아와 “아버님이 너무 맛있게 드시고 돌아가셨다”고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가격이 착하니 단골 손님도 많다. 가족이나 직장 단위 단체손님들,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데이트족과 노인들도 단골이다. ‘한국산 대표 중국음식’인 짜장면은 처음부터 싼값에 인기를 끌었다. 1945년 해방 직후 정부는 국내에 살던 중국인의 무역업을 금지했고, 수입원을 잃은 중국인들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차렸다. 그들이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한 것이 짜장면이었다. 그러니 김씨의 짜장면은 그 전통을 굳게 지키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왜 싸게 파냐고요? 욕심을 버리니 몸은 좀 고달프지만 마음은 너무 편해집니다. 하하하.” 인천/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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