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노동자회 새 상임대표 임윤옥씨. 사진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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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한국여성노동자회 새 상임대표 임윤옥씨
여성 자각과 연대조직 필요성 절감
90년부터 줄곧 여성노동자회 활동
“25년 지났지만 비정규직의 삶 여전” 현 정부 비정규직 대책도 ‘여성 열외’
3·8여성대회 ‘정규직 전환’ 바람 기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임 상임대표는 86년 인천 부평공단 카세트 조립공장에 취업해 4년간 노동자로 일했다. 노동집약적인 전자업종 호황 속에 그가 있던 공장 등 부평4공단은 관리직 남성 말고는 모두 여성 노동자였다. 일이 많을 땐 밤 12시까지 잔업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했다. 회사에서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집에서는 아빠·오빠 등 가부장의 권위에 꼼짝 못하는 동료들을 보며 “그들의 삶이 찌질한 게 아니라 얼마나 훌륭하고 당당한지 알게 하려면 여성 노동자를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장을 나와 90년 인천여성노동자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5년 여성인권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지난 1월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그런 그의 눈에 80년대 공단 여성 노동자와 2015년 청소·돌봄·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걸스데이의 노래 ‘여자대통령’에서도 ‘대통령도 여자인데 왜 여자가 안 되냐’고 하잖아요. 요즘은 여자가 못할 일은 없어졌죠. 하지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나아지진 않았어요. 여전히 가장 낮은 자리에 여성이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구호 ‘저녁이 있는 삶’조차도 퇴근 뒤 부엌으로 다시 출근하는 여성한테는 먼 이야기죠.”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여성의 삶과 노동은 여전히 힘겹다. 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2805건을 분석해보니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 근로조건 상담이 38.2%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 임신·출산 불이익 등 모성권 상담도 34.3%에 이른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사례 중에는 근로조건 상담이 55.2%나 된다. 임 대표가 보기에,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여성 노동자의 고민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고용률을 70%로 높이겠다며 그 핵심으로 93만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도 막겠다고 했다. 임 대표는 “주로 20대와 50~60대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 청년·노인 등 고용에 취약한 연령대의 일자리가 더 질 낮은 노동으로 바뀌고 있다”며 “여성이 원하는 건 제대로 일하고 대우받는 일자리인데 시간제 일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도 여성 노동자 관련 내용은 빠졌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화’는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3년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자가 전체 비정규직의 73.8%에 이른 탓이다. 여성노동자회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여성노동자 바람 선언’을 준비하는 이유다. 임 대표는 “우선 지불능력이 있는 10대 재벌과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10%는 줄일 수 있다”며 “여성 노동자들의 바람이 노동시장에 정규직 전환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7대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제31회 한국여성대회’에서는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를 주제로 걷기대회, 기념식과 올해의 여성 시상식,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평등이 실현된 세상을 상상해보는 시민참여 특별캠페인 ‘성평등은 □ □다’도 진행중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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