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
[짬] 영국 출신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
유명 호텔 부주방장까지 맡은 경력
“셰프 잔소리 싫어” 말·글로 요리 표현 한국인과 결혼해 9년째 음식이야기
유럽 음식탐험기 ‘바나나와…’ 펴내
청국장·홍어·과메기 좋아 한식탐험중 내친김에 바게트에 대한 설명을 더 해달라고 했다. “프랑스 동네의 맛있는 빵집에서 갓 구워낸 바게트를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 품에 안으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맛봐야 합니다. 그 고소한 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바게트 양끝 동그란 부분을 뜯어서 입에 넣는다면, 열반의 경지에 든 라마승조차도 두번째 빵 조각을 뜯어내기 위해 손이 빵으로 향하는 것을 참아낼 수 없을 겁니다.” 영국계 유대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그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식점인 ‘펍’(pub)에서 아르바이트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해 프로이트와 니체를 탐닉했지만, 그는 식당에서 요리를 계속하다가 마침내 유명 호텔 부주방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셰프’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해 요리를 포기하고 글과 말로 요리를 다루기 시작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2005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그를 유럽 여러 나라로 여행하게 만들었다. 남들은 유명 관광지를 보았지만 그는 사소한 요리도 유심히 살피는 음식 여행을 했다. 2007년 한국인과 결혼해 9년째 살고 있는 그는 유럽 음식 탐험기를 살려 <바나나와 쿠스쿠스>(옐로스톤 펴냄)를 최근 써냈다. 번역은 각종 요리 자격증을 지닌 마니아이자 ‘먹방계의 고수’를 자처하는 부인 조은정씨가 맡았다. “요리는 이제껏 제가 경험해 본 가장 창의적인 행위이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장면처럼 자연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요리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고, 하나로 결속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영국에서 출발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스위스, 독일을 거쳐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맛있는 탐험을 이어갔다. 그는 한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선 음식에 대해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된장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알게 되면 한국 사람들이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영국에서 흔히 먹게 되는 ‘피시 앤 칩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들은 궁금해하지 않아요. 그냥 ‘아! 이게 영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구나’ 하고 말아요. 사실 그 음식의 내력을 알면 그곳의 역사나 철학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그는 가난한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내다 팔고 남은 부스러기 생선을 감자와 함께 기름에 튀겨 만든 ‘우울한 사연’이 있는 음식이 바로 ‘피시 앤 칩스’라고 들려줬다. 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푸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한국 음식의 다양성에 놀랐다고 한다. “러시아는 넓은 나라이지만 각 지역의 음식이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좁은 땅인데도 지역별로 확연히 구별되는 음식문화를 지니고 있어요. 엄청난 민족 자산입니다.” 그는 청국장과 홍어, 과메기를 좋아한다. 그 독특한 냄새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탈리아에 여행 가면 꼭 시골의 할머니가 직접 만든 파스타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마치 한국의 칼국수에 손맛이 우러나듯 친근하고 정감이 가는 맛을 볼 수 있어요. 물론 값도 싸고요.” 한국 음식에 대한 탐험을 하고 있는 그는 곧 이를 글로 써낼 예정이다. 그는 “진짜 문화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굶주린 배’와 ‘열린 마음’으로 여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