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다도해 섬가꾸기 시작하는 마을활동가 윤미숙씨
마을활동가 윤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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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통영시 계약해지로 큰 파문
부당해고 판정으로 명예회복 했지만… 전남 섬가꾸기 프로젝트 총괄기획단장
2000여개 다도해 지속가능한 마을로
경상도-전라도 바다에는 지역 없어 그의 새 명함은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프로젝트’ 총괄기획단장. 공모 절차를 통과해 지난 12일부터 무안에 있는 전남도청 해양항만과 소속 5급 전문위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개발의 손길이 덜한, 사회적 복지의 사각지대에 작은 도움의 손길이 되고 싶었다. 통영에서 10년 활동을 통해 조금은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뜻하지 않게 해고라는 통보를 받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며 쉬었다. 이제 다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사실 부당해고 파문과는 별개로, 그의 계약 해지를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통영을 벗어나 더 넓은 공간에서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들 했다. 실제로 그는 검증된 마을만들기 전문가로, 전국 지자체들이 탐내는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여러 제안 중에서 전남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섬, 그것도 다도해라는 공간이 끌렸다. 더불어 ‘대규모 토목사업을 지양하고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힐링공간으로, 주민·섬·방문객이 함께 공존하는 여행지로 가꾸고 싶다는 도의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행정의 정책과 활동가의 지향이 서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을 ‘무단해고 소동’을 통해서 절감했기 때문이다.” 1962년 거제도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부산, 창원, 제주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 즈음 귀향해 지역 신문과 잡지사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취재로 인연을 맺은 거제환경운동연합에서 10여년 환경지킴이로 활동하다 푸른통영21을 통해 본격적인 마을만들기 기획자로 나섰다. ‘경상도내기’인 그에게 ‘전라도’ 이주는 ‘주말부부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지역에 대한 선입관은 어릴 때부터 없었다. 지연, 혈연 이런 거 분별하는 것도 워낙 혐오한다. 굳이 연고를 따지자면 외할아버지의 고향이 전남이다. 무엇보다 워낙 섬을 좋아해서 다도해의 어지간한 섬들은 예전부터 자주 둘러봤다. 개인적으로 흑산도와 우이도를 좋아한다.” 통영 일대에도 500개의 섬이 있지만 서해안 다도해는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특징을 묻자 그는 “많이 같고 조금 다르다”고 했다. “통영의 섬들은 뾰족하고 해식애가 발달해 논이 귀하다. 다도해는 낮고 넓어서 푸근하게 안기는 듯하다. 촌 가시내처럼 어여쁘다. 섬사람들도 순박하고 어질어서 난분분 헝클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여행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이다. 바닷물빛도 다르다. 남해는 코발트빛으로 투명한 푸름에 가깝다면 다도해의 가까운 연안은 흐리고 불투명하다. 멀리 나갈수록 푸름이 짙어진다. 물빛의 변화를 보면서 뭍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그 희푸른 물결, 즉 갯벌의 잔재가 생물들을 살찌게 하고 맛있게 한다.” 다도해의 섬은 너무 맛있어서, 섬할머니들 손맛만 팔아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감동적이라는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섬 가꾸기 아이디어가 가득해 보인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 프로젝트’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착한 개발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지속가능한 섬마을 가꾸기가 핵심 주제다. 지역의 자산·주민·로컬푸드·경제를 아우르는 방식이다. 기존의 기반시설 위주 토목사업에 생명을 불어넣을 다정다감한 소프트웨어 발굴이 과제다. 주민들이 섬을 떠나지 않도록,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되돌아와 채워지도록, 피로에 지친 한국인들의 마지막 힐링낙원으로 가꾸고 싶다.” ‘10년 계획 역점사업’의 하나로 섬 가꾸기 프로젝트를 내건 ‘민선 6기’ 이낙연 전남지사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윤 단장의 남다른 감각과 열정에 끌렸다. 그래서 아무런 주문도 하지 않을 참이다. 그저 맘껏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 섬을 예쁘게 가꿔주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선 첫해 대상지로 선정된 6개 섬을 전문가 그룹과 함께 답사하고 있다는 윤 단장은 “내 가족, 내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어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더라. 그렇지만 무엇보다 대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섬 주민들이 행복해야 여행자도 행복하다”며 주민들과 낯 익히기가 그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섬에는 내 어머니를 닮은, 외롭고 늙은 할머니들이 계셔서,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해서, 가고 또 가도 그립다”는 그는 천생 ‘섬 가시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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