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13 19:37
수정 : 2015.07.13 21:40
[짬] 광주유니버시아드 사무총장 김윤석씨
“‘광주 시민인 게 자랑스럽다’는 밥집 아짐씨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2015 광주여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김윤석(62·사진)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의 의미를 지난 3일 개막식 뒤에 찾아갔던 허름한 식당 주인의 말로 대신 평가했다. 그는 “그날 개막식을 보고 ‘광주도 세계를 상대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재정부 관료와 광주 부시장을 거치면서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독일병정’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143개 나라 1만3천명의 손님이 온다고 하니 시민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개막식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대회가 축제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니버시아드는 세계 대학생의 스포츠 제전이다. 실무 사령탑으로서 그는 문화·관광·정보기술(IT) 도시를 추구하는 광주시의 미래 전략을 유니버시아드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대회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금남로 등 도심 주요 장소에서 밴드 공연, 거리 퍼포먼스, 각종 콘서트 등 세계청년문화 축제가 펼쳐졌고 선수촌에서도 공연과 체험행사, 이벤트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143개국 1만3천명 축제’ 실무 사령탑
‘불도저 추진력’으로 독일병정 별명
경기장·거리·선수촌 곳곳 이벤트 제공
‘메르스 위기’도 발빠른 대처로 ‘무사’
대학생 ‘자봉’은 중학때부터 준비시켜
“민주화 상징넘어 문화예술도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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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광주유니버시아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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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서 전통음악의 가락들이 깔리며, 기아자동차 안에서 나온 지역 예술인들이 즉석 페인팅으로 차를 꾸미고, 선수단 입장 때 각 나라의 이름을 엘이디(LED) 청사초롱 함에 담아 표시한 것도 깊은 고민에서 나왔다. 그는 “광주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민주화의 도시다. 그러나 과거의 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광주가 문화와 예술의 도시, 인정 많은 사람들의 도시, 음식의 도시로 부각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큰 대회를 조직할 때는 기획 능력과 준비, 마무리를 일관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수다. 경기는 종목별 세계연맹 등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반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원봉사, 정보통신, 수송, 물류, 안전, 숙소 운영 등 지원 시스템을 원활하게 돌리는 일은 무척 어렵다. 더욱이 지금껏 광주는 이렇게 큰 국제대회를 조직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뭐든지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종목별 국제연맹 등 파트너와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고 했다.
69개 경기장 시설 가운데 3개만 신설하고, 나머지는 기존 시설 개보수를 통해 자원을 절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정경기장을 애초 300억원 이상 들여 장성호에 지으려 했다가 충주로 옮겨 분산했고, 체육관 등의 좌석수 확대 요청을 가변석 설치로 대체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 종목별 국제연맹에서는 자기들이 정한 규격대로 경기장을 갖추도록 요구했고 국제대학스포츠연맹도 조정경기장의 장거리 분산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우리의 처지를 설득한 끝에 규정을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에서 갖고 있던 유니버시아드 로고의 국외 마케팅 권리도 무상으로 확보했다. 진심 어린 의사소통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대회를 만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제 부문 전문인력들이 많이 양성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흥행 위기에도 발빠르게 대처했다. 정부에서 10억, 조직위에서 10억 등 총 20억원을 들여 137대의 발열기와 의료진을 선수촌과 경기장에 배치해 대비를 했다. 그는 “체온이 38.5도를 넘는 선수가 나왔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즉각 병원으로 옮겨 혈액검사와 해열제 처방 등으로 감기임을 확인한 사례가 한번 있었다”고 말했다.
1만여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세계인들과 교감한 것도 큰 유산이다. 2009년부터 지역 대학과 연계해 올해 대학생이 되는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에게 원어민 강사를 붙인 방과 후 영어 학습 지원도 큰 몫을 했다.
김 사무총장은 “광주와 호남 지역의 풍부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작은 아이디어가 모이고 모여서 만든 작품이 유니버시아드 대회다. 시민들이 갖게 된 자신감은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유산”이라고 했다. 14일 폐막과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된 그는 “그동안 독일병정 밑에서 묵묵히 일해준 파견 공무원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광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유니버시아드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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