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평화바람 부는 여인숙’ 운영진 임재은·장미애·오두희씨와 자원봉사자 권현숙씨. 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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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된 숙박업소 ‘문화공간’ 재생
작년말 전시 계기로 평화바람 인수 ‘반미쳐라!’ 프로젝트 전시 잇따라
홍성담 ‘야스쿠니 미망’ 뜻밖 호응
“일반 시민들과 일상적 만남 교두보”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교두보처럼 있으니까 좋습니다.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투쟁의 현장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그냥 지나가다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요. 역사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와 연결되니까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기능합니다. 교과서 밖의 작품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학생들의 뼈와 살 속에 그 의미가 파고들어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양식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 운영진들은 첫번째 전시에 대한 반응을 묻자, 자신들도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평상시에는 만날 수 없었던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찾아와 전시의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고 했다. 이곳은 원래 옛도심 월명동을 찾는 여행객들이 묵는 ‘삼봉여인숙’이었다. 50년 가량 숙박업소로 운영됐는데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군산 출신 화가 이상훈씨가 맡아 2011년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으로 탈바꿈했다. ‘여인숙’의 의미는 숙박업소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뜻을 이루다(與隣熟)’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문정현 신부가 이끄는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이 인수했다.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의 마지막 전시였던 평화바람의 <안녕하제>가 그 계기였다. 군산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없어지는 하제마을 모습을 기록한 전시였다. 기존의 의미와 문화공간으로서의 구실을 유지하려고 새 이름을 ‘평화바람 부는 여인숙’이라고 지었다. 첫번째 전시로 지난 5~6월 문 신부와 평화의 투쟁 이야기를 다룬 <군산에서 군산으로>를 진행했다. 두번째로 이번 홍 작가 전시에 이어, 세번째는 가을쯤 <재일동포 2세 유영자와 오키나와 평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외국인 지문날인제 등 재일동포의 삶을 통해 본 국가와 인권의 문제를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도 아시아 평화포럼, 작은영화제, 군산시민이 직접 참여한 전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도 많지만, 군산 시민들이 의외로 많이 찾습니다. 시민들과 내밀하게 길게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돼 고맙다고들 말합니다. 특히 학생들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한 여학생은 ‘몰랐던 역사를 알아서 너무나 슬프고 무서워요’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근대역사문화라는 이름 아래 일제의 잔재가 관광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즐기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일본제국주의를 제대로 다시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이번 홍 작가의 전시는 미리 계획한 까닭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불매운동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 하지만 시의성이 잘 맞는 만큼 더 많은 관객이 와 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솔직히 무료 관람 원칙이다보니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후원자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평화는 무엇인가, 왜 평화운동을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문정현 신부가 2004년 5월 평택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했던 말을 노래로 만든 ‘평화가 무엇이냐’로 대신 답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입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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