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회의에서 발표중인 임현묵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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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인권 연구로 석·박사
“보편적 인권 위해 문화간 대화 중요”
2008년부터 ‘한·일 역사 대화’ 진행 새달 3~4일 서울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
“다같은 인류라는 공동체의식 깨쳐야” 그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입사해 국제협력본부장, 정책사업본부장, 교육본부장 등으로 전문성을 쌓았다. 인권 문제를 연구하고자 잠시 휴직을 하고 미국 덴버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돌아와 서강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인권의 보편성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편적 인권에 합의하려면 ‘문화간 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현장으로 돌아온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부의 연장선상에서 ‘동아시아 역사 대화’ 사업들을 했어요. 그땐 한·일간 우호와 친선 교류를 장려한 덕분에 두 나라 주류 역사학자들이 만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지요.” 한·일, 한·중, 한·베트남 등 동아시아권의 ‘역사 대화’를 강조했던 만큼 그는 최근 일본 우익 인사들의 반 역사적·반 인권적 발언에 더 분노를 느낀다. 그럴수록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사명감도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옛 제국주의 국가들이 국제법상으로 식민 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지요. 독일 정부도 나미비아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했지만, 학살과 관련해 개별적 배상 없이 경제적 원조만 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지요. 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인권법’ 논의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도 다뤄지고 있어요. 한·일 시민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 촉진시킨다면, 세계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국제법 논의는 정부 대표와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각국 법원의 판결 현황과 기존 제도 및 관행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 변화를 참고하여 진행한다. 과거 노예제나 여성의 권리 등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바뀌면서 국제인권법에 그 변화가 반영됐다. 따라서 각국 세계시민교육이 활발해지고 논의에 불이 붙는다면 식민 지배에 대한 ‘글로벌 정의’도 재정립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평화와 인권’을 지켜낸 사례도 있다. 코스타리카는 폭력 문제가 심각했다. 조직 범죄, 마약, 빈곤 등으로 법 질서가 어지러운 중앙아메리카 전반의 문제이기도 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폭력이 가장 심각한 7개 지역에 ‘시민평화센터’를 설립해 ‘평화지대 건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했다. 임 원장은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는 18~22살 여성에게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일깨워줌으로써, 이들이 전 세계 여성이 겪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보살피면서 ‘평화지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임 원장은 세계시민교육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매해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를 한국에서 열어 각국 교육정책 전문가와 국제기구 활동가 등의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새달 3~4일에도 서울에서 ‘화해, 평화 그리고 세계시민교육’ 주제로 제4회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북아일랜드, 남아공, 보스니아 등 분쟁이나 갈등이 심했던 나라에서 교육이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사례 발표를 한다. “세계시민교육이라고 하면 외국어를 잘하는 엘리트에게만 하는 교육이라거나 외국을 오가는 국제교류 정도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핵심은 인종·역사·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우리가 다 같은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과 세계시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책임있는 시민으로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처럼 고통받은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세계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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