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최고령 현역 ‘국민배우’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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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위’ 이순재 총재는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 6일 목포 공생원을 직접 방문했다. 사진 공생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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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4년째 한 해도 쉬지 않고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2018년 개봉한 영화 <덕구>(감독)에서 부모 대신 손주들을 돌보다 세상 떠날 날을 앞두고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할아버지 역할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때 결국 사랑, 인간 상호간의 사랑, 인간애가 중요하다고 새삼 절감했어요. 대본을 처음 읽다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해서, ‘노개런티’로 무조건 출연했으니까요. 그래서 유엔(UN) 차원의 세계 고아의 날이 필요하다는 데 전폭적으로 공감을 하게 됐어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부터 노력해야 해요.”
‘국민배우’이자 최고령 현역 연기자인 이순재(86)씨가 15일 ‘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위원회 총재 취임식’에 앞서 준비한 인삿말의 일부다. 지난 6일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주창자인 윤기 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일본 마음의 가족 대표)과 함께 목포 공생원을 직접 다녀온 그를 만나 새해 새로운 감투를 기꺼이 맡은 이유를 들어봤다.
‘유엔 세계 고아의날 제정 추진위원회’
총재 맡아 15일 프레스센터 취임식
손숙·김영철·윤석화·이서진·이승기…
“대표 연기자들 ‘동참·연대’ 호소”
2012년 목포 공생원 윤기 대표 ‘주창’
한·일 공동 추진…서명운동 등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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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목포 공생원을 다녀온 이순재 총재 일행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위원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언론인 출신 이억순 추진위 자문위원장, 이 총재,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주창자인 윤기 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 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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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철학과 동창들과 서울대연극회 친구들의 소개로 최근에야 이 운동을 알게 됐어요. 1928년 기독교 전도사인 윤치호 선생이 7명의 고아들을 돌보고자 공생원을 열었고, 아내인 일본 여성 다우치 치즈코(한국 이름 윤학자) 여사가 6·25 때 행방불명된 남편을 대신해 3천여 명의 고아들을 키워내 ‘한국 고아의 어머니’로 추앙받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을 받았어요. 뿐만 아니라, 그 아들 윤기 명예회장을 만나 고아 사랑 실천의 고귀한 정신을 잇고자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평생토록 헌신해온 이야기를 들으니 뭐든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총재는 이날 목포에서 공생원을 비롯 공생재활원, 목포장애인요양원, 윤치호윤학자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어린이들을 만나보며 “고아가 한명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 청원운동에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자는 ‘세계를 향한 감사’의 뜻도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은 지난 2012년 10월31일 윤 명예회장의 발의로 목포시에서 2700명이 모여 선언식을 하면서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기아로 생겨난 고아가 1억5천만 명을 헤아리고, 특히 전쟁 고아가 1200만 명이 넘는 현실 속에서 한 명의 고아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 같은 선언을 한 것이다. 이어 2013년 윤학자 탄생 101돌 기념 한-일 포럼, 2014년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 하이 레벨 포럼’, 2015년 ‘세계 고아의 날 서명운동’ 발족과 다우치 치즈코 음악회 개최, 2017년 세계 고아의 날 국제학술 세미나, 2018년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청원 뉴욕대회, 일본 본부 발족 등으로 해를 거듭하며 여론을 확산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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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목포시 해양대학로 공생원을 방문한 이순재(오른쪽) 총재가 윤기(왼쪽) 명예회장의 안내로 공생원 창립자 윤치호윤학자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공생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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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일본 땅에서 고독하게 죽어가는 재일동포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홈인 ‘고향의 집’을 지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불가능한 일은 하지 마라. 진전이 없다’고 충고했어요. 그런데 일본의 유명 배우 스가와라 분타가 앞장서니 꿈쩍도 하지 않던 ‘일본’이라는 산이 움직였어요. 이제 이순재 총재님이 나서주면, 지구가 움직일 것 같아요. 한국은 물론 세계의 연예인들이 함께 해주어 ‘유엔 세계 고아의 날’이 제정될 것이란 예감이 들어요.”
윤 명예회장의 바람대로, 이 총재는 ‘지구촌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는 국내 엔지오와 관련기관 단체장 초청 간담회’를 취임 첫 일정으로 잡았다. “다 아다시피, 유네스코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컴패션 같은 여러 인도주의 구호단체나 기관의 홍보대사로 활약하는 연예인이 많잖아요? 우선 그런 뜻있는 동료·후배 연기자들을 만나서 동참을 호소할 작정이예요.” 또 그는 이를 매개로 지구촌 엔지오들과 대륙별 연합체를 결성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총재 취임식 참가자 명단에는 김성환, 김영철, 손숙, 유동근, 유승봉, 윤석화, 이서진, 이승기, 정보석, 정영숙, 차인표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퇴임 첫 행보로 취임식 참석을 약속하는 등 각계 저명인사 수백명도 축하와 지지의 뜻을 밝혀왔다.
추진위는 앞으로 ‘한국 정부에 유엔 세계고아의날 제정 추진을 요청하는 서명운동’, ‘보건복지부·외교부·국무총리실과 실무자 협의회 추진’, ‘6·25전쟁 70주년 전쟁고아돕기 콘서트’ ‘감동이 있는 영화나 뮤지컬 제작’, ‘추진기금 100만구좌 목표(한구좌 1만원)’, ‘전직 미국 대통령과 유명배우들의 응원 동영상 제작과 홍보’, ‘학교, 종교단체, 시민사회-만약 나에게 부모가 없다면-글짓기 대회’, ‘고아사랑연구소 발족’, ‘목포 고하도에 유엔 기념일 145개 그네 만들기’, ‘소셜네트워크(SNS) 서포터와 홍보대사 모집’ 등 다양한 활동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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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5일 이순재 총재의 취임식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후배 연기자들이 참석해 축하와 제정 운동 지지를 할 예정이다. 사진 공생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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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이 총재는 1954년 서울대 철학과에서 입학해 3학년 때 연극회를 부활시키며 연기에 입문했다.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데뷔한 데 이어 1964년 <동양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입사해 방송과 영화,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 누벼왔다. 요즘도 황혼기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중이고, 22일 개봉하는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에서는 동물 ‘햄스터’를 맡아 목소리 연기도 펼쳤다. 한 때 국회의원(14대 서울 도봉구)으로 ‘정치 외도’도 경험한 그는 에스지(SG)연기아카데 원장, 가천대 석좌교수로 후배 연기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올들어서도 명륜진사갈비의 광고 모델료 2억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고액 기부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등 사회적 나눔 활동에도 앞장서왔다.
이 총재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 중에는 악인이 없다고 했다. 연예인이 선행에 앞장섬으로써 기부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자로서 세상에 아름다운 흔적을 쌓고 싶다고 다짐했다.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위 총재’ 취임식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다.
ccandori@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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