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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02 18:32 수정 : 2015.10.23 14:31

황진미의 TV 톡톡

<앵그리맘>(문화방송)은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16부작 드라마다. 첫 회부터 30대 엄마 조강자(김희선)가 학생으로 잠입한다는 설정이나, 김희선의 열연이 화제를 모았다. 30대 후반에도 교복차림이 크게 어색하지 않은 김희선의 미모와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 등은 감탄할만하다.

드라마는 코미디언이나 코믹 이미지가 강한 배우를 여럿 포진시킨다. 또한 나이트클럽을 과장되게 묘사하거나 영화 <친구> <품행제로> <써니>의 유명 장면을 인용하는데, 이는 매우 의도적인 연출로 보인다. 강도 높은 학교폭력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심적 부담을 누그러뜨리고, 엄마가 여고생이 된다는 설정의 리얼리티 문제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요컨대 <앵그리맘>은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과 코믹의 당의를 활용하여, 학교폭력의 문제를 강도 높게 고발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밝히는 학교폭력의 본질은 무엇일까.

<문화방송> 앵그리맘
드라마는 “세상에는 강자와 약자가 있다. 사람 둘만 모여도 서열관계가 형성된다”는 첫마디로 시작된다. 학교 폭력을 지엽적이거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힘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교사들의 의례적인 질문 “왜 그랬어?”가 무효함을 보여준다. 주먹을 뻗는 순간의 이유보다, 학교 안에 작동되는 항시적인 권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마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힘을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대사를 들려준다. 강자에 의한 폭력이 일어났을 때, 학교가 더 큰 힘으로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약자는 스스로 힘을 길러 싸우거나 강자에게 빌붙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할 뿐, 여기서 이유나 설교 따위는 무의미하다.

학교폭력에 무력한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학교를 둘러싼 교육청이나 경찰도 실명 진술이나 증거 등을 요구하며, 겁에 질린 학생들을 구제하지 못한다. 설사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가해자의 반성이나 재발 방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드라마는 판사 앞에서 오열하는 자살한 피해학생 엄마를 통해 법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또한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중형을 면하게 되어 있는 ‘소년법 10호 처분’이 악용될 위험을 경고한다.

드라마가 고발하는 가장 무거운 진실은 학교 폭력이 단지 학교 안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세계의 권력이 삼투한 결과라는 점이다. 일진인 고복동은 홍상태와 안동칠의 사주를 받는다. 홍상태는 학교재단을 소유한 홍 회장의 아들이다. 안동칠은 조폭 출신으로, 도 선생의 사주를 받는다. 도 선생은 재단의 돈세탁을 담당하는 실세로, 그 뒤에 홍 회장과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홍 회장은 학교 재단뿐 아니라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이다. 교육부 장관은 도 선생의 친부로 차기 대권후보다. 전체 사회가 권력과 비리의 피라미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복동은 불우하거나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 인정이 고픈 약자일 뿐이다. 이것이 학교 폭력 피해자 엄마의 복수를 그린 영화 <돈 크라이 마미>나 <6월의 일기>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는 대목이다. 가해 학생을 악마로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악이 어디서 유래하였는지를 사유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 무관함을 표시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상문고나 상지대 등 비리로 얼룩진 사학재단을 떠올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홍 회장에게 굽실거린 대가로 교감이 된 자가 “비리 척결”을 외치는 장면에서 이완구 총리가 연상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누구나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근절을 외치지만, 대통령과 재벌을 권력의 정점으로 한, 학교 밖 세상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상, 학교 안만 청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망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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