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4.07 20:05 수정 : 2016.04.07 22:13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황진미의 TV 톡톡

<티브이 동물농장>(에스비에스)은 놀라운 프로그램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1시간20분간 방송되는데, 큰 개편이나 시즌제 없이 16년 동안 한결같은 방송을 이어간다. 진행자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신동엽, 김생민, 정선희는 원년 멤버 그대로이다.

2001년에 <티브이 동물농장>(사진)이 시작될 때만 해도 티브이 동물 프로그램들은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처럼 야생동물의 모습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이 시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가 막 생성되면서 반려견에 대한 심성의 변화가 나타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나 김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뽀삐>(2002)를 이에 대한 지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시기에 반려견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인구군이 등장하였는데,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티브이 동물농장>과 <주주클럽>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만 해도 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감정은 특별한 집착이거나 호사스러운 취미로 여겨졌다. 가령 애견인이라 하면, 개에게 옷을 입혀 다니면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쓴소리를 뱉는 부르주아 백인 여성을 떠올리곤 했다. 2000년대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 이러한 인식은 너무 낡은 것이 되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으며, 이경규, 주병진 등 중견 방송인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연하여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고 있다.

요컨대 <티브이 동물농장>은 반려동물 문화가 막 형성될 때 만들어져서, 지금껏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유명인의 유난스러운 동물사랑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맺는 동반자적 관계를 잔잔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티브이 동물농장>에는 주인을 잃고 배회하는 개가 등장하기도 하고, 반려견과 애착 형성이 잘못되어 고생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난데없이 날아든 새에게 생활공간을 내준 사람도 나온다. 개, 고양이, 까치 등 평범한 동물들이 나오고, 이들과 정을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골 할머니는 새끼의 죽음으로 주인과의 신뢰가 깨진 반려견의 마음을 돌리고자 삼겹살을 구우며 눈물을 훔친다. 건물 벽에 갇힌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기도의 손을 모은다. 이러한 정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별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직 많은데, 동물에게 그처럼 살가운 마음을 품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질문이 따라붙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에게 품는 살가운 마음을 보편적인 정서이자 윤리로 받아들인다. 사회적인 약자를 돌보는 마음과 동물들을 보살피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에서 최초로 ‘동물권’이 공약으로 등장하였다. 녹색당과 노동당은 동물권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운다. 현행법상 동물은 민법상의 물건으로 취급된다. ‘동물보호법’에 의해 반려동물의 학대가 금지되지만, 처벌조항은 느슨하다. 즉 한국의 현행법에서 축산동물이나 야생동물의 복지는 인정되지 않으며,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동물권의 관점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않는 동물복지를 보편적으로 정착시키면서, 동물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구제역이나 광우병, 신종 플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의 생명으로서의 권리를 부인하는 공장식 축산은 인간의 삶에도 위협이 된다. 녹색당 이계삼 후보의 말처럼 장애인의 투쟁이 비장애인의 존재를 함께 끌어올려주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궁극적으로 인간해방을 향한 투쟁이듯이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은 모든 배제된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운동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고통과 정서를 교감할 수 있는 이웃이다. 반려동물과 눈을 맞춰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황진미의 TV 톡톡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