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문화방송)는 국내 최초의 부동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의뢰인들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리얼리티 쇼다. 설날 연휴에 맛보기로 선보였다가 화제를 모은 결과, 3월에 정규편성 되었다. 김숙, 박나래, 노홍철 등 연예계 내로라하는 살림꾼들이 집 고르기의 ‘꿀팁’을 알려주고, 팀 대결을 펼치다 보니 날카로운 지적도 쏟아낸다.
집을 구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재테크 목적이 없는 전월세라 해도 교통, 교육, 편의시설, 이웃, 생태, 안전, 인테리어, 유지비, 주차, 풍수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대출까지 포함된 전 재산이 오가는데다, 결정 후 최소 2년간은 되돌리기도 어렵다. 온라인에 온갖 정보가 다 있는 세상이지만, 집을 구하는 데 여전히 발품이 필요한 것은 집 구하기가 대단히 암묵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힘든 일이지만, 서울시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평균 4년마다 이사를 한다. 모두의 관심사이자 난제가 되어버린 집 구하기를 돕는 예능이라니, 소재와 취지가 훌륭하다. 출연진이 세입자 대신 돌아다니며 집을 살피는 동안, 시청자들은 편히 누워서 집 구경을 한다. 몰랐던 동네의 시세나 입지에 관한 정보도 얻고, 집 고르기에 필요한 안목까지 키워주니 일석이조다.
맛보기 프로그램과 정규편성 1, 2회까지는 이러한 취지에 부합했다. 특히 갓 상경한 대학 신입생의 의뢰를 받아 원룸은 물론이고 사회주택 셰어하우스나 하숙 등을 고루 보여준 것은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 또한 반려견 4마리를 키우는 신혼부부를 위해 협소주택, 퍼즐주택, 땅콩하우스 등을 소개한 것도 건축에 대한 안목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부산으로 이주하려는 의뢰인에게 바다 전망이 뛰어나고 토박이의 정취가 묻어나는 집을 구해준 건도 수도권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삼남매의 전세를 구하는 건도 수도권 세입자들의 보편적인 수요에 맞추었기에 공감이 컸다. 특히 2억원 안팎의 전세금으로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집과 부평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이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은 가히 충격이었다. 서울을 벗어나 사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직통 전철 등 서울 안팎을 잇는 대중교통의 마련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실히 일깨웠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아리송해지는 순간도 있다. 집을 볼거리로 소비하거나 홍보성이 느껴질 때이다. 파일럿 편에서 전망 좋은 3억원짜리 전세를 보여줄 때, 혼자 사는 집치고 상당히 고가인데다 너무 경관에만 치중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외국인 수요’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보아 넘겼다. 그러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를 위한 4억원의 전세를 구할 때 우려는 짙어졌다. 출연진은 “강남”과 “인 서울”을 강조하거나, 고급 인테리어를 볼거리로 제시했다. 4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쥐기 힘든 금액이며, 강남만 벗어나면 집 구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뢰인은 매물 중 가장 좁은 서초동 집을 택함으로써 ‘강남 불패’를 재확인시켰다.
6억원의 전원주택 구매 건을 2주에 걸쳐 보여주었을 때 위화감은 절정에 달했다. 소개된 집 중엔 건설 중인 타운하우스 현장의 샘플하우스도 있었다. 출연자들은 최신 인테리어를 상세히 보여주며 호들갑스러운 감탄을 연발했다. 마치 건설사 분양홍보 영상처럼 보일 지경이었는데, 실제로 인터넷에서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방송이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집이 속한 동네의 입지나 의뢰인의 아들이 다닐 학교를 옮기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미미했다. 정작 이사를 계획할 때 더 신중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동네나 학교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시청자들을 거주자가 아닌 ‘하우징 페어’의 관람객으로 전락시킨 처사다.
아직 프로그램이 안착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몇 가지 조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는 입지 정보가 강화되어야 한다. <한끼 줍쇼>나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만큼 상세한 동네 소개는 아니더라도 생활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는 전세자금 대출이나 청약,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책, 혹은 임대차 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요령 등 재정이나 법률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가미되어야 한다. 셋째는 방송의 영향력을 공익적 가치에 쓰기 바란다. 의뢰인을 선정할 때, 도움이 필요한 대상인지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면, 6억원짜리 집을 구하는 가족에게 건설사 ‘샘플하우스’를 보여주고 이사비용을 보태주었던 편에 비해 훨씬 높은 공익적 가치를 실현했을 것이다.
<구해줘! 홈즈>가 참조해야 할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콧노래로 자주 소환하는 <러브 하우스>가 아니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일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양대 문제로 손꼽히는 자영업과 부동산에 대하여, 방송이 시장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고려해야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서민들의 입맛에 맞추어 골목상권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살리겠다는 취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코 고급한 취향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림의 떡’에 환호하며 ‘인 서울’과 ‘강남 불패’를 재확인시키는 ‘샘플하우스’ 전시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제작진의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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