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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3 06:00 수정 : 2019.05.03 19:48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책과 생각] 강명관의 고금유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약성서 <사도행전>을 읽다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을 만난다. 부활한 예수가 하늘로 다시 떠난 뒤의 이야기다. 열두 사도를 비롯한 신도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요즘 용어로 옮기자면, 사유재산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뭐, 그럴 수도 있다. 자기 것 내놓고 나눠 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들 사이에 가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팔아서 그 돈을 사도들 앞에 가져다 놓고 저마다 쓸 만큼 나누어 받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좋기야 하다마는,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재산을 공유하여 필요한 만큼 사도들에게 지급 받는다니, 뭔가 불온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뭐냐고? 그렇다! 이들은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공유를 주장하는 ‘좌파’가 틀림없다.

<사도행전>은 이어 바르나바란 사내가 자기 밭을 팔아 그 돈을 사도들 앞에 가져다 바쳤다고 전하고 있다. 신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땅을 팔아서 바친 사례다. 그런데 사실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나니아란 사내는 아내 삽피라와 함께 땅을 판 다음 둘이 의논한 끝에 돈의 일부를 자신들이 갖고 나머지만 사도들에게 가져다 바쳤다. 이에 베드로는 아나니아에게 불같이 화를 내었다. “아나니아! 왜 사탄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령을 속이고 땅 판 돈의 일부를 빼돌렸소?” 요컨대 왜 돈을 다 가져오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베드로는 계속 야단을 쳤다. “팔기 전에도 그 땅은 당신 것이었고 판 뒤에도 그 돈은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오? 그런데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품었소? 당신은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속인 것이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베드로의 말처럼 그건 원래 아나니아의 땅이었다. 땅을 판 돈도 당연히 아나니아의 것이다. 아나니아가 땅 판 돈을 다 바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달리 쓸 데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베드로는 하느님을 속인 것이라고 불같이 화를 낸다. 베드로의 말이 떨어지자 아나니아는 그 자리에서 거꾸러져 죽고 말았다. 아나니아의 아내 삽피라 역시 베드로의 추궁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이럴 수가 있는가. 자기 땅 판 돈을 다 바치지 않았다고 목숨을 빼앗다니! 좋게 타이르고 한번쯤 용서할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더욱이 예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치시지 않았던가.

아나니아와 삽피라가 죽자, 당시 교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몹시 두려워하였다고 한다. 아나니아와 삽피라를 말 한마디로 죽여 버리는 베드로의 힘을 보고 신자들은 두려워 떨며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기독교 좌파집단의 속성은 요즘 말로 하자면, ‘좌파독재’로 정의할 수 있겠다. 문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생각난다. 그분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하는데, 기독교의 좌파독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요즘 좌파독재란 말을 입에 달고 사시던데.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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