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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8 06:01 수정 : 2019.06.28 20:15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은 지난 3일 국회 회의장 밖에 앉아 있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하고, 지난달 7일에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에 나온 한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책과 생각] 강명관의 고금유사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은 지난 3일 국회 회의장 밖에 앉아 있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하고, 지난달 7일에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에 나온 한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담헌 홍대용은 1766년 2월12일 북경 건정동에서 중국인 친구 엄성(嚴誠)·반정균(潘庭均)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4번째 만남이었다. 서로 충분히 친숙해진 뒤라 그야말로 화제가 만발이었다. 껄끄러운 주제도 피하지 않았다. 예컨대 청(淸)의 중국 지배라든지 청 황제의 통치에 대한 평가는 조선사람 담헌과 한족(漢族) 엄성·반정균에게는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했다. 담헌이 조선에서도 강희제를 ‘영걸(英傑)한 군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반정균은 담헌의 말에 “본조(本朝, 淸)의 정령(政令)은 모든 것이 다 좋다”며 동조하고, 한 마디 농담을 덧붙였다. “관기(官妓)를 없앤 것은 살풍경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 농담에 담헌이 토를 달았다. “농담은 생각에서 나오는 법이다. 난형(蘭兄, 반정균)은 용모가 매우 아름답다. 자고로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들 중에는 색(色)을 밝히는 사람이 많았다. 목숨을 해치는 일이 여럿이지만, 색을 밝히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반정균의 관기 운운하는 말을 색을 밝히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정색을 했던 것이다. 반정균이 “모두 농담이니 진담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담헌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농담과 참말이 뒤섞일까 두렵다”라고 다시 쐐기를 박았다.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반정균은 “동방의 풍류와 가화(佳話)를 들었으면 합니다”라고 하면서 담헌에게 조선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했다. 반정균의 말에 담헌은 조선 사람에게 그런 풍류와 가화는 애당초 없고, 몸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풍류’ 두 글자를 멀리하기에 더더욱 말할 만한 것이 없다고 답한다. 인생의 최고의 가치는 도덕적 수양이기에 남녀의 애정은 당연히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정균이 다시 성(性)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듣기 원했지만, 담헌은 역시 단호하게 거절했다. 반정균은 풍류재자(風流才子)도 원할 만한 것이 못되는가 하고 웃었다. 담헌은 유가(儒家) 윤리의 실천에 관한 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유가적 근본주의자였다. 그에게 인간의 성적 욕망은 언어를 통해 외부로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었다.

담헌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의 금욕주의가 탐탁잖았다. 인간의 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조차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그의 말과 태도가 흡사 위선을 떠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담은 생각에서 나오는 법’이라는 그 말만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마음속의 어떤 생각이 말이 된다. 생각 없이 나오는 말은 없다. 곧 한 사람이 내뱉는 말은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막말은 저급한 생각에서 나온다. 곧 막말의 뿌리는 저급한 생각이다. 저급한 생각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교양도 없기 때문에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정치의 대상이 되어 있다. 울울하고 답답한 희비극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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