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28 15:47
수정 : 2016.10.28 19:56
[토요판]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메탈리카는 헤비메탈의 제왕이라는 유치찬란한 칭호가 어울리는 오직 유일한 그룹이다. 지난 회에 설명했듯 헤비메탈을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누었을 때 메탈리카는 노골적인 스래시 메탈 계열에 들어감에도 그들은 헤비메탈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결성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데다 지금까지 한번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는 터라, 이들에 관한 자료는 너무나도 방대하며 또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비메탈과 메탈리카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소개를 해보겠다.
드럼에 라스 울리히, 기타 커크 해밋, 기타와 노래를 맡은 제임스 헷필드,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턴. 이 4명을 오리지널 메탈리카라고 기억하면 되겠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인물 하나가 걸쳐 있는데 데이브 머스테인이다. 머스테인은 메탈리카의 창단 멤버였는데 정규 1집을 발표하기 전에 방출되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대부분은 술과 마약으로 인한 문제였다. 그러나 데이브 머스테인은 만만찮은 인물이 아니어서 ‘타도 메탈리카!'를 외치며 자신의 밴드 메가데스를 결성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사고도 계속 치면서. 이후 메탈리카와 메가데스의 라이벌 구도는 수십년을 이어지는데 스래시 메탈 팬들에게는 행복한 경쟁이 아닐 수 없었다. 80년대, 90년대 내 친구들 역시 메탈리카파와 메가데스파로 갈리곤 했다. 나는 전자였다가 후자로 돌아서는데, 그 이유는 곧 설명하겠다.
3집 앨범 <마스터 오브 퍼피츠>(1986년)를 발표하고 순회공연을 돌던 중에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턴이 교통사고로 죽는 비극이 벌어진다. 멤버 교체를 밥 먹듯 하던 메가데스와 달리 멤버들 간의 결속을 무척이나 중요시하던 메탈리카에게는 무척이나 큰 충격이었다. 또 클리프 버턴은 단순한 멤버가 아니라 대단한 실력의 베이시스트여서 데뷔 앨범에서부터 파격적으로 베이스 연주곡을 실을 정도였다. 고심 끝에 제이슨 뉴스테드라는 또 한명의 걸출한 베이시스트를 발굴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반전 메시지로 유명했던 4집을 거쳐, 이른바 블랙앨범(앨범 재킷이 온통 검은색이어서)으로 불리는 5집에서 메탈리카는 스래시 메탈 팬뿐 아니라 록 팬과 팝음악 팬들까지 어우르는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다. 바짝 날이 서 있던 스래시 메탈을 포기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통쾌한 음악으로 전향한 덕분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히트한 <엔터 샌드맨>을 들어보라.
그래도 이 앨범까지는 들어줄 만했다. 이후에 발표한 메탈리카의 앨범은, 음, 나를 메가데스 지지자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물론 음악 취향은 사람들마다 달라서 5집 앨범 이후 메탈리카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도 얼마든지 있을 테다. 그러나 나처럼 변절한 메탈리카에 등을 돌린 ‘아재'들은 한둘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자님들은 어떤가?
어쨌든 메탈리카는 지금까지 계속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며 헤비메탈의 왕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던 데이브 머스테인과도 화해해서 요즘은 같이 공연도 다니더라. 스래시 메탈의 4대 그룹으로 꼽히는 메탈리카, 메가데스, 앤스랙스, 슬레이어가 함께 벌인 감동의 투어 ‘빅 4’ 공연 실황 영상이 정말 볼만한데, 아직 못 본 메탈 팬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메탈리카를 들어보지 못한 독자님들에게는 ‘엔터 샌드맨’이라는 노래로 입문하기를 권한다. 이 노래가 마음에 든다면 ‘크리핑 데스'에 조심스럽게 도전해보시길. 메탈리카를 듣기 최적의 타이밍은 몹시 화가 나 있을 때다. 스피커도 좋고 헤드폰도 좋다. 조금 과하다 싶은 정도로 불륨을 키우고 들을 것. 머리를 흔들면서 함께 코러스를 따라 외치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잠깐 언급한 3집 앨범 <마스터 오브 퍼피츠> 이야기로 글을 맺어야겠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꼭두각시의 주인' 정도가 되겠다. 단 한 곡도 빠짐없이 앨범 전체가 분노로 똘똘 뭉쳐 있는 헤비메탈의 걸작, 그중에서도 타이틀곡을 2016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독자 여러분 모두와 함께 듣고 싶다. 원래는 마약중독의 폐해를 담은 가사였지만 지금 나에겐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다.
‘난 너를 맘대로 조종해/ 너의 마음을 비틀고 너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려/ 나로 인해 눈이 먼 너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주인이 조종하는 줄에 매달려 허우적대는 꼭두각시를 노래한 메탈리카. 30년 전에, 아마 이름도 몰랐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참담한 상황을 예언했던 것일까?
‘주인님, 제가 추구하던 꿈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인님, 당신의 약속은 거짓이었어요/ 비웃음, 내가 듣는 건 비웃음뿐.’
아, 이 노래를 들으며 짜릿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눈물이 맺히긴 처음이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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