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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30 07:44 수정 : 2018.05.30 07:44

김인곤의 먹기살기/음식오행학/대나무에 감춰진 군자의 자식사랑 죽순

이팝나무꽃이 한창이다. 이팝은 쌀밥이라는 뜻. 옛사람들은 이팝나무꽃이 피는 모양을 보고 한해의 길흉을 점쳤다. 한꺼번에 쏟아질 듯 피면 풍년이 들어 세상이 평안하고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피면 시절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는 한꺼번에 피었다.

 오늘은 대나무와 죽순 얘기다. 대나무는 이미 잘 알고 있듯 매화·난초·국화와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로 불린다. 매화는 이른 봄 늦추위를 무릅쓰고 가장먼저 꽃을 피우고, 꽃을 피우기 힘든 난초는 은은한 향기가 비할 데 없고, 국화는 늦가을에 첫추위를 이겨내며 피고, 대나무는 엄동설한에 맞서는 고고한 푸르름으로 뜻을 굽히지 않는 강인함을 지녔다. 각 식물이 가진 특징을 덕(德)과 학식을 갖춘 사람 즉 군자(君子)의 성품에 비유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나무는 살림집 가까이 무리를 이루어 흔하게 생장한다는 이유로 조금 낮게 평가받는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자. 우리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대나무를 사군자에 포함시켰을까. 아니다. 한 발짝만 더 다가가보면 고매한 뜻이 감추어져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죽순

 매·란·국 세 가지가 군자의 정서적 측면을 상징한다면 대나무는 군자가 자칫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적 측면을 상징한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대나무만큼 다양하게 활용되는 소재도 흔치 않다. 각종의 생활용기를 만드는 소재이고, 거동이 어려운 서민들에겐 지팡이가 된다. 집집마다 빨랫줄을 받치는 바지랑대인가 하면 심지어 집을 지을 때 황토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벽체내부 구조물로 반드시 필요한 건축자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대나무가 가진 자식사랑이다.

 대나무의 자식은 죽순. 음력 4월의 절기인 소만(小滿)무렵이 제철이다. 소만은 ‘만물이 왕성하게 자라나 가득 찬다’는 의미. 모든 초목이 앞다퉈 산하를 푸르름으로 채워가는 시기지만, 대나무는 색이 누렇게 변한다.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하느라 어미인 대나무는 영양실조현상을 겪는다. 생명의 정수인 정기(精氣)를 자식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대나무의 가을 죽추(竹秋)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엄하기만 한 아버지들의 가슴속에 자식에게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군자의 진정한 내면적 도리라 믿었다.

대나무와 죽순

 전통의학에서 대나무잎은 폐렴·기관지염·당뇨병·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좋다고 전한다. 대나무에 열을 가해서 얻은 진액인 죽력(竹瀝)은 중풍을 낫게 하고 가슴 속의 화와 번민을 삭혀준다. 속껍질인 죽여(竹茹)는 천식에 좋고 뿌리인 죽근은 달여 먹으면 번열과 갈증을 없애준다. 또 열매인 죽실은 신명을 통하게 하여 몸을 가볍게 해준다고 한다. 버릴 게 없다. 그래서일까 대나무의 모든 생명력을 함축한 죽순은 다양한 영양분과 독특한 식감을 가진 고급기호식품인 동시에 약용식품이다. 서양의학적 관점에서도 죽순에는 다량의 수용성 식이섬유와 칼슘·항산화성분 등이 많다고 입증되어 과민성대장증상이나 비만·고혈압증상에 추천되는 대표식품이다. 죽순은 싹이 난 지 열흘 이내에 채취해야만 한다. 열흘(旬)이 지나면 우후죽순으로 자라 먹을 수 없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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