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7.30 09:04 수정 : 2018.07.30 09:04

육장근의 수련 지금 여기서/옛법

종교의식에서 신을 향한 움직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조심스럽다. 최고의 것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은 몸짓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정성껏 받든다. 숨소리조차 헛되이 낼 수 없는, 그 고요하면서도 꽉 차 있는 순간에 우리는 어떤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무예수련에서의 예법(禮法)은 정제된 몸짓 속에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말하는데, 거기서 얻게 되는 느낌은 종교적 행위에 비견될 만하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동작을 취하거나 대자연의 기운과 소통하는 듯한 동작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상태에 올려놓는 것이다. 무술동작을 연결해 놓은 형(型)의 시작과 끝에는 빠짐없이 예법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단순히 타인을 향한 인사법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첫 동작인 예법에서 발동된 마음을 이후에 펼쳐지는 모든 움직임 속에서 유지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것을 잘 거두어 처음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형 연무의 본질이다. 스승들은 예법 동작만 보고도 제자의 수련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단순하고 짧은 동작이지만 거기서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동작을 넓은 의미의 예법으로 삼고 다스림의 기운을 모든 수련 과정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무예수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하겠다. 삶의 어느 순간에서라도 내 마음을 경건한 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마음의 신전(神殿)’과 같은 예법동작을 알아보자.

 

 ①가슴합장 예: 반가부좌 혹은 서서 어깨너비로 벌려 딛은 자세에서 준비.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먼저 손가락을 곧게 펴고 사이에 공간이 없게 가지런히 모은 다음 왼손 위에 오른 손을 얹어 손가락 부분만 겹치도록 한다. 여기서 엄지를 맞대면 손 전체가 둥글게 구부러지면서 안쪽에 원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아랫배에 앞에 대고 팔이 들뜨지 않도록 팔꿈치를 옆구리에 가볍게 붙인다. 그대로 손을 올려 가슴 앞에서 합장한 다음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면서 숨을 내쉰다. 마치 모든 것을 내어주듯 겸손한 마음으로 영(0)에 수렴한다. 그리고 다시 몸을 곧게 세우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밀물처럼 숨이 들어온다. 숨 뿐만 아니라 비워냈던 곳에 차오르는 모든 기운을 투명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합장 예를 두어번 반복한 후 다시 손을 둥글게 모아 아랫배를 덮고 미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이지 않는 빛으로 먼 곳을 비춘다.

옛법

옛법

 

 ②명광(明光): 어깨너비로 벌려 서고 두 손바닥은 허벅지 옆에 붙인 상태로 준비. 허벅지에 붙였던 손을 옆 아래로 뻗으면서 손바닥이 앞을 바라보도록 한다. 이마(줏대)와 두 손바닥 장심이 꼭지점이 되는 삼각형을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소리 나지 않게 손뼉을 마주친 다음, 합장한 손을 가슴 앞으로 내리다가 손끝이 땅을 향하도록 꺾어 하향 45도로 찌른다. 이 때 허리가 살짝 숙여진다. 마주한 손바닥을 떼면서 다시 상체를 세우고 처음에 확인해두었던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로 두 팔을 벌린다. 아침햇살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줏대와 두 손바닥으로 기운을 받아들인다. 충만함을 느꼈으면 숨을 죽이며 다시 손바닥을 허벅지 옆에 가지런히 붙인다.

옛법

옛법

 

 우리무예의 스승들은 어느 동작의 반복하였을 때 형성되는 마음의 결을 중시했다. 남을 죽이는 목적의 살법을 금했던 것도 수련자의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상적 실천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의 습관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영혼까지 물들게 한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내 일상을 다듬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수련이 아닐까. 수련, 지금 여기서!

글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길우 기자의 기찬몸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