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1 11:59
수정 : 2019.08.0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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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끝)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앞줄 왼쪽 네번째),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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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재계 인사이드
“일본추격에 50년·해외구매도 필요”
무리한 국산화 경쟁력 상실 우려 뜻
개방경제·국제분업체계 장점도 포기
“국산화-해외구매 선택권 기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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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끝)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앞줄 왼쪽 네번째),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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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1차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제기한 ‘원천기술 (일본 이외 제3국) 구매론’이 화제다.
당·정·청은 지난달 31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단기대책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함께 중장기대책으로 부품소재산업 국산화를 포함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용만 회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민관정 협의회에서 단기대책뿐만 아니라 장기·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니고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소재·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 여론의 지지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발언의 진의에 관심이 쏠렸다.
박 회장은 일본의 첨단기술을 따라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단기간에 국산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국산화를 고집하기보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원천기술을 구매하거나 원천기술 보유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일본기술 추격에는 50년이 걸릴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박 회장의 이런 발언은 경제계의 고민을 대변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대책으로 국내외 대체구매 가능 품목은 ‘구매선 전환’으로 대응하고, ‘탈일본’이 어려운 품목은 최대한 재고 확보와 함께 신규 개발·생산을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대응 중이다. 관건은 재고 확보가 길어야 6개월 정도여서, 재고 소진 시점과 국산화 시점이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죽음의 시간’을 어떻게 무사히 넘기냐는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탈일본이 어려운) 핵심 소재부품의 개발·생산은 품목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상당부분 최소 1년 반~2년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 수입도 막히고, 국산화도 불가능한 소재·부품·기술은 제3국 구매가 불가피하다. 관건은 국산화와 해외구매가 모두 가능한 분야다. 대한상의 박재근 상무는 “일본에 의존했던 소재·부품 중에서 국산화가 유리한 것은 국내에서 개발하되, 국내 개발·생산에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해외기술 구매, 해외기업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국산화만 고집할 경우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누려온 개방경제, 자유무역 체제, 국제 분업체계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 회장이 민관정 협의회에서 “수출과 무역은 모두 기업간 거래”라며 “기업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국산화와 해외구매 간의 결정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탈일본 대책이 자칫 대기업 ‘입맛’대로만 흘러갈 경우 핵심문제인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는 소홀해질 수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박 회장의 의견대로 원천기술 구매론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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