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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디언>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언론사들은 사회문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혹은 솔류션 저널리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가디언 본사가 위치한 ‘킹스 플레이스’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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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HERI의 눈
문제 들춰내기보다 ‘해결’에 무게 싣는 시도들
‘5W 법칙’에 ‘이제 무엇을?'이라는 질문 추가
유료 독자 늘고 매체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
“미래에 초점 맞추고 사회에 영감 주기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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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디언>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언론사들은 사회문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혹은 솔류션 저널리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가디언 본사가 위치한 ‘킹스 플레이스’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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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저널리즘과 미디어 스쿨에서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는 캐서린 길덴스테드는 저널리스트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비판의식과 부정적 접근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네거티브 뉴스를 더 많이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네거티브 뉴스는 뉴스나 언론에 대한 독자의 불신을 가속화할 확률이 크다. 더군다나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게시물의 형태는 대체로 드라마틱하거나 분노를 일으킬만한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뉴스는 무기력과 불안의 정서로 독자를 인도하게 되고, 이것이 쌓이면 독자들은 의도적으로 뉴스를 차단하게 된다. 독자들은 본능적으로 경고성 뉴스에 매료되지만, 미디어가 실제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미디어 심리학 전문가인 드니즈 베이든의 주장이다.
이처럼 네거티브 뉴스가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인식은 언론이 단순히 문제를 들춰내고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이어졌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 혹은 임팩트 저널리즘으로도 불리는 이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은 몇 년 전부터 유럽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급격히 존재감을 잃어가는 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날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란?
물론 컨스트럭티브 뉴스가 곧장 “긍정적인 뉴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덴마크에 위치한 컨스트럭티브 인스티튜트의 최고경영자인 울리크 하게룹은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가장 정확한 비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널리즘”이라며 “우리는 두 개의 눈, 즉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신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명칭도 제각각이고, 사람마다 정의도 조금씩 다르지만,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목적은 하나다. 구체적인 사회문제들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지역적·개인적·제도적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참여를 높이고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
실제로 2014년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해법을 찾으려 애쓰는 기사를 접했을 때 독자는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인식할 뿐더러, 이러한 기사는 독자와 언론 매체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넥스트젠의 설문조사 역시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64% 이상이 언론사가 자신들이 다룬 주제에 대한 해법을 제공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다. 실질적인 토론 활성화에 기여하는 컨스트럭티브 뉴스, 대응하고자 하는 욕망을 심어주는 정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콘텐츠에 자신들의 광고를 배치하기를 원하는 광고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스파크 뉴스의 대표 크리스티앙 드 보와르동은 “몇몇 언론사들의 경우, 해법을 제시하는 기사를 통해 신문 판매부수가 급증했다”며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은 다른 섹션보다 5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광고 가격이 책정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의 사례들
유럽에서 처음으로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을 시도한 사례로는 2007년 덴마크의 미디어 기업인 베를링스케 미디어가 꼽힌다. 이후 여러 저널리즘 스쿨에서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대다수의 매체들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현재 덴마크 저널리즘의 디엔에이(DNA)에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라는 표현 대신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프랑스의 경우, 2007년 12월,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리베 데 솔루시옹’이라는 특별판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언론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시도였다. 이후 프랑스 주요 일간지와 지역신문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 섹션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르피가로>의 ‘피가로 드맹’을 비롯해, 여러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르포르테르’, ‘위 드맹’, ‘르 프로제 이마진’, ‘르 마가진 데 조트르 포씨블’ 등 솔루션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다양한 뉴스 사이트와 매거진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일간지인 <니스 마탱>이다. 2014년 재정위기에 놓인 니스 마탱은 종사자들이 신문을 인수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3만7000유로)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솔루션 저널리즘을 적극 도입했다.
니스 마탱이 말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5W 법칙’에 ‘이제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하나 더 추가해 보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지역의 우울한 소식들을 전하는 데서 벗어나 현장 저널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이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니스 마탱은 1년 만에 구독자가 70%가량 증가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제 무엇을?’이라는 새로운 질문이 가져온 장점에 대해, 니스 마탱의 저널리스트들은 “독자들은 단순 사실을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부가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여긴다”며 “그 정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혹은 또 다른 플랫폼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데, 이를 통해 독자는 매체에 지불할 욕구를 느끼게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부분적 유료화를 실시하고 있는 이 신문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 수는 2014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이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에서 다룬 질문들은 어떤 것일까?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들은 무엇일까?’, ‘음식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역의 교통체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등 주로 일상적인 삶과 관련되어 있는 주제들이다. 전문가 중심의 일반 매체와는 달리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취재원을 찾아 나서는 니스 마탱은 스스로를 ‘포맷, 기사의 관점, 정보 취급 방식 등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배우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 저널리즘의 새로운 임무
최근 ‘위기의 시대, 저널리즘의 임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디언> 편집국장 캐서린 바이너는 언론이 ‘세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개발할 것’과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한 상상력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저널리즘이 단순히 세상을 보여주는 거울의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유럽의 많은 매체들에 퍼져있다.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가디언 및 여러 혁신적인 유럽 매체들은 광범위한 독자들이 끝까지 손을 놓지 않도록 솔루션 지향적인 탐사보도를 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 사람들은 포퓰리즘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트럼프의 당선 또는 브렉시트에 대한 투표로 나타났다. 저널리스트들이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때다. 우리가 다루었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할 때다. 이것이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이 의도하는 바다. 보다 정확하고 균형 잡힌 솔루션 지향적인 보도에 중점을 두고 저널리즘의 단순화, 저널리즘의 파괴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에 영감을 주기를 원한다.” 컨스트럭티브 인스티튜트의 최고경영자 울리크 하게룹의 이야기는 야러모로 시사하는 바 크다.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언론의 신뢰 회복,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시도다. 불안하고 답답한 세상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언론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세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데 동조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독자와 함께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널리즘. 우리에게는 한낮 꿈에 불과한 것일까.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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