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7 10:26
수정 : 2019.05.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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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인 큰유리새가 나뭇가지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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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기진맥진한 새들 앞 도사린 포식자와 투명 방음벽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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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인 큰유리새가 나뭇가지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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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유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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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은 새들을 움츠리게 할 것 같지만, 몸을 건강하게 만들 가장 좋은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겨울나기는 종의 번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겨울을 잘 난 철새는 번식을 위해 이동에 나선다. 수천㎞의 목숨을 건 여정이다. 남보다 먼저 좋은 번식장소를 확보해야 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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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비행을 마친 유리딱새가 땅에서 쉬고 있다. 깃털도 매끈하지 못하고 거칠다. 내일이면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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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와 체력고갈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도 한다. 새들의 선대가 그랬듯이 힘겨운 여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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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로에서 먹이를 찾는 작은 도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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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은 새가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더욱 경이로워 보인다. 태평양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드넓은 대양을 건너는 도요새는 300g의 몸무게로 하는 작은 날갯짓으로 무려 1만㎞ 이상을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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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온 황금새도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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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를 날아왔는지 딱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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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는 이동 중 3~5월께 우리나라 해안 갯벌에 들러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간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하여 8~10월 다시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큰뒷부리도요 등 일부 도요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비행하기도 한다. 황금새도 호주나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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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새들에게 거대한 유리 방음벽은 죽음의 장벽이다. 최근 주민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의 방음벽이 투명한 유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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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어 번식지로 날아가는 새들에게는 5000~1만㎞가 기본적인 비행 거리이다. 가을에는 그 길을 따라 새끼들이 어미와 함께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동 길목을 배운다. 중간 기착지를 이용하는 새들은 지정석처럼 단골 쉼터까지 둔다. 그때 그 장소에 가면 늘 만났던 새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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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방음벽에 부닥쳐 죽은 새를 까치가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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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하여 날개를 늘어뜨리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몸으로 휴식을 취하는 새를 보면 안쓰럽다. 진정한 삶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새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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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제비.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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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족제비가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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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시기에 힘든 길을 이겨내면 또 다른 적과 마주하게 된다. 유리창이나 방음벽이다. 영문도 모른 채 부딪혀 죽는다. 그야말로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다.
천적인 족제비, 길고양이, 까치는 유리 벽에 부딪혀 정신이 없거나, 이동 중에 기운이 빠져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냉큼 잡아먹는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여기저기 깔린 위험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IMAGE11%%] [%%IMAGE12%%] [%%IMAGE13%%] 아름다운 새소리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우리가 자연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찾아오는 새들의 쉼터를 무심코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IMAGE14%%] [%%IMAGE15%%] [%%IMAGE16%%] 오늘도 목숨을 건 새들의 위대한 비행은 계속된다.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은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새들에게 죽음의 덫인 유리 방음벽이다.
전국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여 방음벽을 설치할 때 새들의 충돌을 막을 조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 표면의 유리벽과 유리창에 대해서도 충돌을 줄일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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