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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4 09:00 수정 : 2019.06.14 10:03

파랑, 빨강, 주황색으로 한껏 멋을 부린 흰눈썹울새 수컷.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극히 드물게 찾아오는 나그네새, 날쌘 땅 위의 사냥꾼

파랑, 빨강, 주황색으로 한껏 멋을 부린 흰눈썹울새 수컷.
우리나라가 애초 번식지나 월동지가 아닌 새가 어쩌다 들르는 일이 있다. 반가운 이런 손님을 나그네새라고 부른다.

흰눈썹울새는 나그네새 가운데도 극히 만나기 힘든 새인데, 운 좋게 관찰 기회가 왔다. 지난달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흰눈썹울새를 만났다.

수컷의 멱과 가슴은 푸른색이며, 가운데는 진한 주홍색 깃털이 있다. 자세히 보면, 푸른 가슴 아래 검은색, 그 밑에 흰색, 진한 주홍색의 깃털이 차례로 나 있다. 가슴과 멱까지 울타리를 쳐놓은 것 같은 깃털이 특이하다. 인디언 추장이 목걸이를 한 것 같다.

흰눈썹울새의 자세가 당당하다.
꼬리를 바짝 올린 채 풀밭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흰눈썹울새는 땅 위에서 걸어 다니기를 좋아한다. 하천과 습지 주변의 갈대밭이나 풀밭에 살며 땅 위에서 곤충이나 거미를 잡아먹는다. 가슴을 활짝 펴고 꼬리를 위로 바짝 치켜든 채 덤불을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처음 만난 흰눈썹울새는 절대 곁을 주지 않고 얼굴만 내밀었다. 마주치면 숨어버리기 일쑤다. 돌아다니는 동선이 매우 정확하다. 매우 가까이 곁을 주는 듯하다가 멀리 가고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멀리 떠나는,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다.

몸을 숨긴 흰눈썹울새.
꼬리를 치켜세워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땅에서 사냥하는 새들은 발걸음이 매우 빨라, 위협을 느끼면 재빨리 풀숲으로 몸을 숨긴다. 예민하고 경계심과 조심성이 강하다. 몸을 바짝 세워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

달음질치는 흰눈썹울새.
먹이를 사냥하는 흰눈썹울새.
빠른 걸음으로 갑자기 ‘휙’ 지나가면 뭐가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먹잇감은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사냥당한다. 흰눈썹울새는 진정한 ‘땅 위의 사냥꾼’이다.

도망치지 않고 버틴다. 배짱이 두둑해 보인다.
돌 위에 올라서서 가슴을 한껏 내밀고 자신감을 과시하는 흰눈썹울새.
다리를 쩍 벌리고 선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빠른 행동이 다소 방정맞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14~15㎝의 작은 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잠시 멈춰 주변을 살필 때, 이 작은 새는 천하를 호령하듯 가슴을 내밀고 꼬리를 한껏 위로 치켜든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면, 호랑이가 다가와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IMAGE11%%] [%%IMAGE12%%] [%%IMAGE13%%] 나는 새가 나무보다 땅을 좋아하는 것은, 목숨을 걸더라도 먹을거리가 당장 눈앞에 널려있다는 얘기다. 흰눈썹울새는 겨울에 단독으로 생활하다 번식기에 암수가 함께 땅 위에서 산다. 5∼7월 땅바닥 작은 구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5∼7개의 알을 낳아 13~14일 동안 품는다.

[%%IMAGE14%%] 곤충이나 거미를 좋아하지만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수풀 규모가 작거나 늪지, 단일 종의 나무숲 산림지대를 좋아한다. 수컷은 다양하고 매우 모방적인 노래를 부른다. 전형적인 채팅 방법을 동원하여 수다를 떨듯이 울어댄다.

[%%IMAGE15%%] [%%IMAGE16%%] 스칸디나비아에서 오호츠크해 연안, 캄차카, 알래스카 서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아프리카 북부, 인도,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봄철에는 4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 가을에는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통과한다. 귀하고 흔하지 않은 새다. 매우 적은 수가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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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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