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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북한산 들개 없애려면, 중성화 수술시켜라”

등록 2017-11-28 20:12수정 2017-11-28 20:38

[애니멀피플] 서울시, 동물유기 및 야생화 예방 토론회
북한산, 불암산 등 서울 도심 주변의 ‘들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개들이 야생화되면서 생겼다. 지난 6월 서울시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한 반려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남종영 기자
북한산, 불암산 등 서울 도심 주변의 ‘들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개들이 야생화되면서 생겼다. 지난 6월 서울시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한 반려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남종영 기자
도심 주변 산에 서식하는 ‘들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부터 반려견 조사 및 중성화수술을 시행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서울 북한산 등 주변 동네에는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이 두고 떠난 반려견이 야생화 되면서 민원이 일었고, 서울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은 매년 포획 작업을 벌여왔다. (관련기사 ‘북한산 들개의 탄생…개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김혜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봉산로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동물 유기 및 야생화 예방을 위한 2차 시민토론회’에서 반려견 중성화 수술을 통해서 나중에 유기가 되더라도 미리 번식을 제한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카라는 서울시와 함께 산과 가까운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은평구 불광동(불광5지역), 갈현동(갈현1지역) 등 세 곳의 재개발지역에서 ‘동물 유기 예방을 위한 민관 협력사업’을 실시했다. 조사원 55명이 재개발을 앞둔 주택을 방문해 반려동물 사육 실태를 확인하고 중성화 수술을 안내했다. 세 지역 외에 관악구 신림동(신림3구역)을 포함한 6775가구의 전수 조사 결과, 방문 가구 6342가구 가운데 21.1%인 765가구가 반려동물 764마리(개 584마리, 고양이 180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 584마리 가운데 동물 등록이 된 개체는 207마리(37.8%)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성화 수술을 시킨 개도 확인 가능한 553마리 중 211마리(38.1%)에 지나지 않았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봉산로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동물 유기 및 야생화 예방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이운오 서울시 동물관리팀장, 김혜란 카라 이사와 사회를 본 이항 서울대 교수 그리고 토론자로 나선 정지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 방인석 종로구 팀장,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박지슬 교육연수생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매봉산로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동물 유기 및 야생화 예방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이운오 서울시 동물관리팀장, 김혜란 카라 이사와 사회를 본 이항 서울대 교수 그리고 토론자로 나선 정지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 방인석 종로구 팀장,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박지슬 교육연수생
김혜란 이사는 과거 북한산 들개가 은평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성화되지 않은 채 유기가 계속된다면 들개는 계속 생길 것”이라며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과 의료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이번 사업의) 애초 계획은 ‘서울시중성화센터’를 설립하려는 것이었다”며 “예산 3억원이 있었음에도 지역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청중이 “재개발 허가 때부터 반려동물 조사와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고,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비슷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관련 법률을 재개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함께 발제에 나선 서울시 동물보호과 이운오 동물관리팀장은 “(들개는)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유기·유실 동물’로도 볼 수 없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야생화된 동물’로도 지정되지 않았다”며 법적 부재와 이에 따른 체계적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6월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반려견 어미와 새끼가 반려동물 실태조사 자원봉사자들이 준 사료를 먹고 있다.  남종영 기자
지난 6월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반려견 어미와 새끼가 반려동물 실태조사 자원봉사자들이 준 사료를 먹고 있다. 남종영 기자
서울시는 들개에 쏟아지는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운오 팀장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들개 관련 민원은 2015년 220건, 2016년 353건으로 증가 추세이고, 올해는 9월까지 351건에 이른다. 각 구청은 민원이 오면 해당 개를 포획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넘기고 있다. 2011년 2마리를 처음 포획한 이래 2015년 32마리, 2016년 115마리로 늘었고, 올해 9월 현재 102마리가 포획됐다. 이운오 팀장은 “포획 속도가 번식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서식 현황을 조사하고 적절한 관리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포획된 들개는 유기견 처리 절차에 준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원래 주인이 찾아오길 기다리지만, 대형견의 특성상 대다수는 주인은 물론 입양자도 찾지 못하고 안락사 된다.

올해 초 충북 옥천군에서 한 송아지가 들개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일부 지자체는 환경부에 들개를 ‘유해조수’나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처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유기견에 준한 포획’ 방식 대신 좀 더 쉽게 포획한 뒤 도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정지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야생화된 동물은 야생동물 생태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하는 것”이라며 “법 취지상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등 유기견 보호시설이 없는 유럽 5개 나라가 유기견을 총으로 사살하는 정책을 폈지만, 모두 유기견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하는가 하면 오히려 증가한 나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박지슬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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