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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내일 지구가 망해도, 우리에겐 고양이가 있다

등록 2018-08-28 15:15수정 2018-08-28 16:06

[애니멀피플] 나의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에 시달린 올여름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의 지구에 살지라도
“온전한 그대 삶을 살라”는 니체의 말처럼
긍정적 생존전략을 택한 고양이들을 보라
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2030년이 되기 전에 북극의 빙하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 지구 온난화 때문이고, 이제 되돌리기는 늦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의 여름은 끔찍했다. 폭염이 30일 넘게 지속된 것은 역대 최악이었다. 이상 기후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아 이제 끝인가. 말세론, 종말론이 또 등장할까. 말세가 왔으니 재산을 버리고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자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주장이 일부 사람들에게 먹혀왔던 것은 그만큼 인간의 불안이 거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도를 하지도, 산에 올라가 칩거하지도 않을 거다. 나에게는 니체가 있기 때문에.

니체는 타고난 약골이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도 일반 학자들이 주로 쓰는 논문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만성 두통에 시달렸고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만 했던 날도 많았다. 아, 고양이 니체 이야기가 아니라 독일의 철학자 니체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니체의 글은 선문답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허무하고 냉소적으로 쏟아낸 그의 글 속에서 강하게 살고 싶은 생명의 의지를 읽어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을 힘이 없는 나 자신이 우선은 스스로를 긍정하고 삶을 사랑하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니체의 철학을 허무주의로 읽는다면 그것은 니체를 반만 안 것이다. 니체는 처절하게 자신의 운명을 응시하고 자신의 생을 사랑했다.

허무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니체가 말한다. “목적이나 의미가 사라진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를 허무주의로 규정해야 할까? 먼저 자기 자신의 신체를 받아들이고 모든 현실과 가능성을 담아 온전한 그대의 삶을 살아라. 그리고 오로지 여기에 부합한 세계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라. 찾는 행위 자체가 창조이며 영원한 생성이다.”

“묘생은 허무해”라고 생각하며 철학하는 듯한 고양이 니체의 뒷모습.
“묘생은 허무해”라고 생각하며 철학하는 듯한 고양이 니체의 뒷모습.
내가 산으로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고양이) 니체가 있어서이기도 하고 (철학자) 니체가 남겨놓은 말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세상에 없지만 사람들에게 삶을 긍정하라고 조언했다. 니체 같은 고양이들의 생존전략은 나름 훌륭했다. 예쁜 외모와 귀여운 행동으로 일부의 인간들을 혹하게 만들어 헌신하게 만들었으니. 스스로 노예와 집사의 길을 선택한 ‘닝겐’들을 보면 글쎄. 그래도 인간 중 일부는 괜찮은지도. 그렇게 하루하루 희망을 만들어본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오늘 우리 옆에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인간처럼 대책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빈 상자 하나만 있어도 잘 논다.
고양이는 인간처럼 대책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빈 상자 하나만 있어도 잘 논다.
허무한 시대. 그래도 나는 걷고 있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 했던 대로 내일 나는 길고양이 밥을 줄 것이고 밥을 먹고 니체와 쥐돌이 놀이를 하고 공부를 할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축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닐 거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오늘 내가 가는 걸음은 멈추지 않을 거다. 나에겐 사랑하는 니체가 있고 나처럼 동물을 위해 헌신하는 동료들이 있다.

무엇보다 지구가 위험하다고 지금까지 해온 악행을 멈추지 않는 인간들이 있지 않나. 지금도 아마존의 밀림은 가축을 키우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지고 있고 과자에 넣을 팜유 생산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정글은 사라지고 있다. 고작 고기와 기름을 생산하기 위해서!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미친 짓을 계속하고 있지 않나.

그래도 지구가 망하면 너무 슬프겠다고? 계속 이야기하지 않았나. 지구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망하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어디선가 또 단세포생물들이 진화해 다세포 생물이 나타나고… 그럴 날이 다시 오지 않을까. 물론 인간이 망할 때 함께 멸종한 많은 동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거다.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만약 신이 천국과 지옥을 만들었다면 인간들은 바로 지옥행이지! 그런 의미에서 지구가 다시 리셋한다면 제발 인간만은 탄생하지 않기를.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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