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근접 촬영에도 굴욕없는 무결점 피부 미묘 히끄.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이 알려주는 피부 관리 비법은 간단하다. 하루 2L 이상 물을 마시고 8시간 이상 숙면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마음가짐까지 더하면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질 수 있다고 알려준다. 더 필요한 준비물은 타고난 피부와 꾸준한 시술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 거짓말은 아니다. 나 또한 사춘기 무렵, 여드름 피부 때문에 피부과를 다녀봐서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지금은 비교적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선크림 바르는 것도 게을리하고 있지만, 뾰루지라도 생기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반려동물도 사람만큼 피부 관리가 필요하다. 피부병에 걸리면 생명에는 지장 없지만,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린다. 가벼운 증상은 소독 정도로 치료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처방 사료와 약을 먹고, 약용샴푸로 관리를 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몸은 털로 뒤덮여있어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피부병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히끄를 길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귀에 거뭇거뭇한 곰팡이성 피부염과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곰팡이성 피부염은 모든 고양이가 한 번쯤은 걸린다고 할 정도로 흔하고 재발이 잦다. 특히 제주는 여름이 습하고 비도 잦아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다. 히끄가 길에서 살던 때였으나 사료를 잘 챙겨주고 목욕을 시켜준 덕분인지 다행히 완치가 됐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겨울에 나와 함께 살게 됐을 때, 동거 기념으로 목욕을 시키는데 샴푸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주유소 기름 때가 꼬리에 묻은 줄 알았다. 그렇게 일명 ‘꼬드름’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귀에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던, 길고양이 시절의 히끄.
고양이 여드름은 피지선이 있는 등과 꼬리, 혀가 닿지 않는 턱과 겨드랑이 부분에 많이 생긴다. 표준 수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 ‘등드름’, ‘꼬드름’, ‘턱드름’, ‘찌드름’이라고 말한다. 꼬드름은 중성화를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지만, 이어서 턱드름이 심하게 생겼다. 턱드름의 원인으로는 주로 사료의 기름기나 식기의 위생이 꼽힌다. 그래서 턱드름이 있는 고양이에겐 플라스틱 식기 대신 유리나 스테인레스 식기를 추천한다. 히끄는 플라스틱 식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턱드름이 없어질 때까지 사료를 계속 바꾸고, 턱 소독을 매일 해주다 보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뽀송뽀송한 미남 소리를 듣는 히끄의 피부 관리 비법이 있다. 첫째, 목욕을 시킬 때는 피지가 자주 발생하는 등, 꼬리, 턱, 겨드랑이를 반려동물용 딥클렌저로 마사지해준다. 둘째, 사용하는 용품은 주기적으로 소독제를 뿌려 햇빛 소독을 한다. 셋째, 구석진 곳을 먼지가 없게 잘 닦는다. 넷째, 피부 유형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고 빗질을 자주 해준다. 제아무리 그루밍을 열심히 하는 고양이라고 해도 빽빽한 털 때문에 꼼꼼하게 할 수 없다. 반려인의 노력이 ‘피부 미묘’를 만드는 길이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