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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털 뿜뿜의 계절, 고양이 ‘미용 주의보’

등록 2019-05-05 11:02수정 2019-05-06 14:16

[애니멀피플] 털 빠짐엔 미용보다 잦은 빗질이 더 좋아
고양이는 미용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미용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의 털갈이 시즌이다. 반려인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날리는 반려묘의 털에 ‘고양이 미용’을 떠올린다. 하지만 단순히 ‘미용’을 털 미는 행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양이의 특성 탓에 마취하고 미용이 이뤄지기도 한다. 마취는 수술과 동일하게 수의사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 마취 역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마취 부작용이 걱정되는 반려인은 무마취미용을 택하기도 한다. 무마취미용은 그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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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이 부른 비극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4월6일 인근 반려동물 전문 미용실에 자신의 반려묘인 ‘개냥이(7)’와 개둑이(8)의 미용을 맡겼다. 출산을 앞둔 김씨로선,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털갈이를 하는 두 고양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

김아무개씨의 반려묘 ‘개냥이’의 미용하기 전 모습.
김아무개씨의 반려묘 ‘개냥이’의 미용하기 전 모습.
두 고양이의 미용은 마취 없이 이뤄졌으며 두시간 정도가 걸렸다. 김씨는 미용하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다. 미용사는 “두시간 뒤에 다시 오시면 된다”고 했다. 미용실에 마땅히 반려인이 대기할 장소도 없었다.

미용한 뒤 두 고양이들의 피부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고를 발라주자 다행히 개둑이의 상태는 호전되었지만 개냥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개냥이는 식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개냥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미용 후 2일째 되는 날이었다. 개냥이는 황달 진단을 받고 간 수치가 정상 범위의 두배를 넘었다. 이후 4일 동안 입원 치료로 상태가 나아진 개냥이는 통원치료를 하기로 하고 퇴원했다.

김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미용 뒤 며칠 동안 아프다 회복됐다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반려묘도 회복되기를 바랐다.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용 14일째인 20일, 개냥이는 전염병인 ‘범백’ 판정을 받았다. 판정을 받은 지 3일 만에 결국 개냥이는 고양이 별로 여행을 떠났다.

개냥이를 치료한 동물병원은 “개냥이의 폐사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어서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며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맞았지만 추가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범백에 대한) 항체가 거의 없었고 체력과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진행속도가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단순히 털을 미는 건데 별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했다. 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개냥이를 아프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소중한 가족을 미용 한번에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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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미용, 단순한 ‘털 깎기’가 아니다

김씨처럼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거나 반려인이 알레르기나 비염이 있는 경우 ‘공존’을 위해 미용을 택한다. 털이 긴 품종의 반려묘를 키우는 반려인들도 미용을 자주 한다. 더운 날씨에 고양이가 힘들어하거나 털이 심하게 뭉쳐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털갈이 철에 더욱 심해지는 털 손질(그루밍)을 막기 위해서 라고도 말한다. 그루밍을 통해 먹은 털을 뱉어내는 과정에서 반려묘의 몸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헤어볼 토하는 고양이, 정상일까)

고양이의 털 손질은 단순히 청결을 유지하거나 피부 표면을 관리하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해소하는 ‘정서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의 털 손질은 단순히 청결을 유지하거나 피부 표면을 관리하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해소하는 ‘정서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하루 활동 시간의 10% 이상을 털 손질(그루밍)에 할애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양이의 털 손질은 단순히 청결을 유지하거나 피부 표면을 관리하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해소하는 ‘정서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부 고양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반려인들이 반려묘 미용을 너무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반려인이나 반려묘에게 미용이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방법인지 고민하고, 미용 후 반려묘가 받게 될 스트레스나 건강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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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빠짐엔 미용보다 잦은 빗질로

김명철 수의사는 “고양이가 받게 될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미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미용을 해야 한다면 클리퍼(이발기) 적응 훈련을 충분히 한 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의사는 “되도록 평소 지내는 영역인 집에서 보호자가 직접,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미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털 빠짐 때문이라면 미용이 아닌 주기적인 빗질 관리가 더 도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털 빠짐엔 잦은 빗질이 효과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털 빠짐엔 잦은 빗질이 효과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무마취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미용하는 걸 병원에 가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있다. ‘몇 달에 한 번은 미용을 해야 한다’는 식의 홍보성 문구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며 “미용 과정이나 미용실 청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오픈형 미용실’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씨 역시 고양이의 미용을 권하진 않았다.

김진희 교육연수생 bannygin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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