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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야생동물에서 비롯될 ‘제2의 코로나’, 산거머리로 막는다

등록 2021-06-29 13:28수정 2021-06-29 13:48

[애니멀피플]
흡혈한 야생동물 바이러스 검출, 힘들게 동물 포획하지 않고도 감염 병원체 파악 길 터
동남아 보르네오 열대림의 산거머리. 이들이 피를 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실태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앤드루 틸커 제공
동남아 보르네오 열대림의 산거머리. 이들이 피를 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실태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앤드루 틸커 제공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또다시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려면 야생동물이 어떤 바이러스의 저수지 노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양한 야생동물의 피를 빠는 산거머리가 야생에 어떤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니콜로 알파노 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 및 야생동물 연구소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방법’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남아 산거머리의 뱃속에 든 혈액을 통해 야생동물을 직접 잡지 않고도 야생에 퍼져 있는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특히 “물사슴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에 감염된 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사스와 이번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 종류로 모두 야생동물에서 기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저수지로 추정되는 동남아의 물사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저수지로 추정되는 동남아의 물사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제까지 산거머리가 흡입한 혈액은 그 지역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파악하는 데 유력하게 쓰였다(▶‘흡혈동물’ 산거머리, 야생동물 조사 일꾼이 되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거머리 뱃속에 든 소량의 저품질 혈액에서 디엔에이(DNA)를 고속·대량으로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도입해 혈액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를 검출한 것이다.

알파노 박사는 “산거머리는 바이러스 감염병이 빈발하는 동남아 지역에 매우 흔하게 서식한다”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2종의 산거머리로부터 5개 과의 바이러스가 나왔는데 샘플의 절반 이상이 포유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학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채 야생동물 사이에 번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 방법으로 검출해 조기에 잠재적인 감염병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열대림에 서식하는 산거머리의 일종. 포유류가 지나가면 열을 감지해 떨어져 흡혈한다. 찰스 샤프 제공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열대림에 서식하는 산거머리의 일종. 포유류가 지나가면 열을 감지해 떨어져 흡혈한다. 찰스 샤프 제공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박쥐, 쥐, 영장류 등 포유류와 물새 등 조류가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저수지 구실을 한다”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바이러스 170만 종 가운데 54만∼85만 종이 사람을 감염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람에 새로 출현하는 감염병의 60∼70%가 가축이나 야생동물에서 기원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진다.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야생동물 포획 대신 흡혈 무척추동물을 이용하는 ‘무척추동물 기원 디엔에이’(iDNA)와 물속의 ‘환경 디엔에이’(eDNA)를 추출하는 방법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의 건조지역에서 야생동물이 모이는 물구덩이의 물을 분석해 얼룩말과 야생당나귀 바이러스를 검출했는데 물속에서 여전히 감염력을 유지해 물구덩이가 질병 전파원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등산객을 흡혈한 가거도 산거머리. 길가 나뭇가지 끝이나 나무 위에서 지나가는 더운피 동물을 노린다. 가장 자주 피를 빨리는 대상은 등산객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등산객을 흡혈한 가거도 산거머리. 길가 나뭇가지 끝이나 나무 위에서 지나가는 더운피 동물을 노린다. 가장 자주 피를 빨리는 대상은 등산객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산거머리는 주로 열대지방과 대만, 일본 등에 서식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서식한다. 장마철에 출현해 9월 중순까지 활동하다 휴면에 들어간다. 채준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의 조사에서 산거머리가 사람, 생쥐, 족제비, 흰배지빠귀, 울새 등 다양한 동물의 피를 빤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인용 논문: Methods in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111/2041-210X.1366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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