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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혹독한 티베트의 겨울, 사람도 우는토끼도 ‘야크 똥’으로 버틴다

등록 2021-07-20 14:52수정 2021-07-20 15:33

[애니멀피플]
혹한에 영양분·수분 풍부한 먹이…주민은 가축 경쟁자 독살
티베트의 해발 3000∼5000m 고산 평원에 사는 고원우는토끼. 겨울에 생존하는 비밀이 밝혀졌다. 쿤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베트의 해발 3000∼5000m 고산 평원에 사는 고원우는토끼. 겨울에 생존하는 비밀이 밝혀졌다. 쿤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겨울엔 수시로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해발 4500m의 티베트고원에서 소형 포유류인 우는토끼가 살아남는 뜻밖의 비밀이 밝혀졌다. 이 동물의 겨울 양식은 티베트의 가축인 야크 똥이었다.

존 스피크만 영국 애버딘대 생태 생리학자와 중국 연구자들은 티베트에서 13년 동안 현장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20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세계의 지붕으로 일컬어지는 티베트고원은 평균 고도가 4500m이며 면적은 250만㎢에 이른다.
세계의 지붕으로 일컬어지는 티베트고원은 평균 고도가 4500m이며 면적은 250만㎢에 이른다.

서유럽 크기인 티베트고원은 평균 고도 4500m에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20도에 머문다. 산소가 희박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도 3∼4달이 고작인 고지대가 고원우는토끼의 서식지이다.

몸무게 140g인 이 소형 포유류는 토끼와 달리 귀가 작고 낮에 활동한다. 먹을 것이 없는 혹독한 겨울 동안에도 겨울잠을 자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도 않는다. 피하에 비축한 지방도 없다.

고원우는토끼는 백두산이나 로키산맥의 우는토끼와 달리 겨울에 먹을 식물을 미리 갈무리하지 않는다. 치 칭성 제공
고원우는토끼는 백두산이나 로키산맥의 우는토끼와 달리 겨울에 먹을 식물을 미리 갈무리하지 않는다. 치 칭성 제공

사촌뻘인 북미 로키산맥의 우는토끼나 백두산 등 유라시아 고산지대의 우는토끼(생토끼, 쥐토끼)와 달리 굴속에 식물을 갈무리해 두고 겨우내 먹는 것도 아니다. 연구자들은 티베트의 서식지 4곳에서 고원우는토끼에 온도 센서를 이식하고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는 한편 무인 카메라 촬영 등을 통해 이 동물의 생존 비밀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우는토끼는 겨울 동안 여름에 견줘 하루에 쓰는 에너지양이 29.7% 적었다”며 “이에 더해 체온을 낮추고 활동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초대사량을 줄였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일반적으로 극지에 사는 포유류가 추울 때 비슷한 체온을 유지하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야크 똥을 먹는 고원우는토끼. 무인카메라 동영상 갈무리. 존 스피크만 외 (2021) ‘PNAS’ 제공
야크 똥을 먹는 고원우는토끼. 무인카메라 동영상 갈무리. 존 스피크만 외 (2021) ‘PNAS’ 제공

이런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뜻밖의 이유가 야크 똥을 먹는 행동이었다. 포유류 가운데 다른 종의 똥을 먹이로 삼는 행동은 매우 드물다. 연구자들은 우연히 우는토끼 굴속에서 먹다 남은 야크 똥을 발견한 데 이어 죽은 우는토끼 2마리의 뱃속이 야크 똥으로 가득찬 모습을 보고 조사에 나섰다.

이후 무인카메라에 찍힌 우는토끼의 배설물 먹는 모습과 겨울이 되면 우는토끼의 장내 미생물군집이 야크의 것과 비슷해지는 양상 등으로 이를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겨울이면 왜 야크를 많이 기르는 곳일수록 고원우는토끼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이유가 밝혀졌다”고 적었다.

야크는 티베트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축이다. 이들의 똥은 겨울 동안 소중한 땔감으로 쓰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크는 티베트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축이다. 이들의 똥은 겨울 동안 소중한 땔감으로 쓰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말린 야크 똥은 티베트 전역에서 주민의 중요한 땔감이며 나무를 구하기 힘든 수목한계선 위에서는 종종 유일한 연료이다. 우는토끼는 손쉽게 다량 구할 수 있는 야크 똥을 먹이로 삼으면서 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또 불곰, 매, 여우 등 천적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똥 자체도 먹이로 훌륭하다. 연구자들은 “메마른 고지대 식물이 한 번 야크의 소화관을 거치면서 소화가 쉬워지고 독성물질이 줄어들며 (야크의 장내 세균활동으로) 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은 풍부해진다”며 “수분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생충 감염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있을 터이다.

굴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고원우는토끼. 이들은 티베트고원 생태계의 핵심종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야크의 먹이를 빼앗고 땅을 파헤친다며 독을 풀어 이들을 제거하고 있다. 치 칭성 제공
굴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고원우는토끼. 이들은 티베트고원 생태계의 핵심종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야크의 먹이를 빼앗고 땅을 파헤친다며 독을 풀어 이들을 제거하고 있다. 치 칭성 제공

문제는 야크와 고원우는토끼 사이의 관계가 평화롭지 않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우는토끼가 야크의 먹이를 가로채고 땅을 굴을 파 농지를 망친다며 독약을 뿌리는 등으로 수십 년 동안 수백만 마리를 죽여 왔다.

그러나 최근 우는토끼는 티베트 고산초원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구실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우는토끼는 포식자의 주요 먹잇감이 되는 한편 이들이 파는 굴은 새와 파충류의 둥지가 되고 땅을 파헤치는 행동이 토양의 건강과 초원 식물의 다양성에 도움이 준다는 것이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00707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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